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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바우처 활성화로 '복지예산 도둑' 잡아볼까

바우처제도 누수차단효과…금융권,당국 미온적태도로'답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3.11 09:52:00

[프라임경제] 복지 예산이 곳곳에서 새고 있다. 복지증진을 위해 당국이 집행하는 각종 예산이 중간에서 공무원들의 횡령 등으로 사라지고 제대로 현장까지 가지 않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는 게 뒤늦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달 서울 양천구청 공무원이 복지 예산에 손을 댄 사례가 적발된 데 이어, 용산구에서는 장애인 보조금을 횡령하는 등 그간 '혈세'가 곳곳에서 새고 있었던 것.

이에 따라 감사원은 전국 22개 시·군과 서울시 31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복지급여 집행실태'를 긴급점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10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전라남도 해남군 소속 7급 공무원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해야 할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10억원을 횡령한 사실, 충청남도 아산시에서 6200만원 횡령 케이스 등을 적발하는 등 전국에서 횡령 사례가 빈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장 입금 방식만으로는 안 돼,전자바우처화가 대안

이에 따라 통장으로 입금하는 등의 과거 복지예산 관리 방식만으로는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통장으로 지급되는 방식은 수급 대상이 아닌 자를 수급권자로 만들고, 차명계좌를 만들어 돈을 그 쪽으로 빼돌리면 당국의 감시가 소홀해지거나, 혹은 사후통제만 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다. 아예 전자카드로 지급하고, 사용 내역이 곧바로 당국에 포착되게 하고, 당사자가 특정 지정 목적 범위 내에서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하는 관리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1=KB국민은행이 수주한 고운맘 카드 사업으로 발급된 카드>  

이런 대안으로 이른바 '전자 바우처'가 각광받고 있다.

전자 바우처는 일종의 쿠폰제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볼 수도 있고, 카드 제도와 복지 제도의 융합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 바우처 사업에는 현재 KB국민은행, 우체국, 신한카드, 우리은행 등이 선제적으로 진출한 상황이다.

우선 KB국민은행은 2008년에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산전진찰바우처 사업(고운맘카드)'을 수주했다. 이 은행이 이 사업을 따낸 배경에는 그 전에 4대 바우처 사업을 시험적으로 가동할 때 참여한 덕을 '톡톡히' 봤다는 후문이다. 시장에 한 걸음 먼저 디뎌본 노하우가 엄청난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전자바우처 사업 표준화에 대해서도 2007년부터 정부 당국과 계약을 맺고 교감을 이어오고 있는 등 이 시장에서 독보적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신한지주는 그러나 신한카드의 선전으로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을 누르고 '보육바우처'를 거머쥐었다.
신한카드가 수주한 보육바우처 사업은 역대 산업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보건복지가족부가 발주했다.

우리은행은 서울시 주거래 은행인 강점을 살려, '서울시 복지카드'를 발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이미 현재까지 나타난 것처럼, 예산의 투명한 집행 등을 도모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사용이 조금 불편하다는 점은 각 시행 금융기관의 노력으로 해결을 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예를 들어, 신한카드는 이 상품을 학습지 구독, 학원 등록, 아동용 의류 구매 등 관련 산업 전반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트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사진 2=신한금융지주는 신한카드를 내세워 보건복지가족부라는 거대한 바우처 손님을 잡았다.>  

◆정부부처별로 이해관계 달라소극적, 금융기관들도 '초기비용' 때문에 주저

이런 전자바우처 사업은 앞으로 금융기관의 큰 효자상품이 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단 전자바우처 사업 자체가 그 전에 금융시장에 없던 '블루 오션'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또 이런 망을 한 번 깔고 그 인연으로 거래 경험이 있는 고객을 만들어 놓으면, 이들이 나중에 다른 거래를 할 때에도 해당 금융회사와의 사용 경험에서의 좋은 기억 덕에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변신할 여지도 높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전자바우처 사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상황이 아니다. 왜 그럴까?

우선 정부 당국마다 전자바우처 사업에 대해 이해관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보건복지가족부와 국민연금 정도 외에는 그다지 큰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들 부처가 복지 등 사업을 대체로 많이 하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당국이 전반적으로 미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시각을 100%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현재 진행 과정에서 먼저 들어간 업체들이 '선점' 효과를 누리게 될 것으로 우려되는 점도, 활발한 시장 참여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

A 은행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KB국민은행이나 신한 등의 경험자에게 다음 공사가 발주되더라도 우선적으로 기회가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말해, 후발주자들이 선뜻 바우처 사업의 프로그램을 짜고 연구 노력을 기울이는 데 주저하는 사정을 전했다.

일부 발주 상황이 당국 편의상 재조정되는 것도 문제다. 산전진찰카드(고운맘카드)가 KB국민은행 단독 발급에서 우체국과의 공동 사업으로 변경된 데 대해서 업계 관계자는, "KB국민은행 지점이 없는 지역의

   
  <사진 3=우리은행은 서울시 주거래 은행이라는 인연으로 복지카드 사업을 맡았다.>  
경우 발급에 불편이 있다며 항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우체국이 전국에 지점망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시장을 나누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기초비용'이 크게 들어가는 사정에 비해 '확실성'이 모호하다는 것도 문제다.

B 은행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솔직히 장기적으로는 이런 바우처 사업을 하면 고객을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높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단기적으로 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 등 시장 진입 비용이 많이 들고, 이런 상황에 비해 수익성이 저조할 것이라는 내부 논의결과가 나와,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전자 바우처 사업을 할 준비를 완전히 갖춰 놔도, 또 정책 방향이 바뀌는 등의 변수가 생기면 곤란한 게 사실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의 발언은 복지 정책이 다른 부문에 관련해 특히 부침이 심한 영역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귀담아 들을 만 하다. 이른바 'Anything but 노무현'이라고 할 정도로 기존 정부의 정책을 모두 다 갈아엎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를 보면, 다음 정권에서도 또 이러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

결국 당국이 어느 나라보다도 IT 발전과 금융산업 성장 속도가 빠른 우리 나라의 강점을 살리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것은 당국이 기초 비용 등을 상당 부분 보조해서라도 금융계 전반에 참여를 독려하는 등 노력으로 극복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당국의 재정 등 각종 부담도 만만찮겠지만, 지금처럼 혈세로 조성된 예산이 공무원 주머니만 채워주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선구적인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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