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1700억달러(약 256조 7000억원) 이상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있는 보험사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이 최근 공적자금 유용 등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 정부 당국에 지원을 압박했던 뒷이야기도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미 정부는 AIG가 파산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우려해 지난해 9월 이후 무려 1730억달러 규모의 공적자금을 긴급 투입한 바 있다.
◆공적자금으로 빚잔치? 도덕성 해이 도마 위에
그러나 이같은 국면 혈세를 가지고 AIG는 상당 부분 유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포춘' 등 외신은 7일(현지 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이 공적자금 가운데 500억달러 가량이 AIG 부실자산에 노출된 미국과 유럽의 대형 금융기관 20여군데에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빚잔치'를 한 셈이다.
이런 AIG의 행동을 놓고 금융 당국의 감독 기능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우려와 함께, AIG의 도덕성 해이(모럴 헤저드)를 지탄하는 소리가 높았다.
◆당국 압박까지, 배경은 '대마불사론'?
하지만 이런 행동을 AIG가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AIG의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은 공적자금의 유용 뿐만이 아니다. AIG는 자신들을 망하게 놔두면 대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 정부 당국을 압박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의 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AIG가 지난 2일 정부로부터 네번째 구제조치인 300억달러 추가 지원을 받기 전에 당국을 압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6일자로 돼 있는 21쪽 분량의 이 보도의 근거 자료는 AIG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붕괴 때보다 시장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니 이같은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의 긴급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AIG를 망하게 놔두면 미국 달러의 급격한 약세, 미 국채이자 상승 등의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사실상 협박에 가깝다.
◆북미와 유럽 주요은행들과도 난맥상으로 엮여
AIG의 이러한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일까? 실제로 AIG가 무너지는 경우 미국의 보험 가입자들이 약 19조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회수하려 들 것이어서, 미 경제는 일단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또 해외 140개국에 나가있는 AIG 영업소가 연쇄적으로 파장을 겪으면서 사실상 세계 보험산업까지도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AIG가 북미 및 유럽 금융기관들과 CDS 등 금융파생상품으로 엮여 있다는 데 있다. '포춘'은 9일(현지시간) AIG와 CDS(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 계약을 맺은 15개 주요 글로벌 금융사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골드먼삭스, 메릴린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와코비아 등 미 대형 금융회사이 들어 있다. 더욱이 독일 도이체방크, 스위스 UBS, 영국 HSBC, 프랑스 소시에테제너럴 등 유럽 주요 금융사들도 대부분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아시아계 금융회사들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AIG와 파생상품 계약을 한 현재까지 드러난 금융사들만 해도 AIG가 무너지면 같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 이미 세계 경제가 AIG발 금융위기로 다시 한 번 금융공황상태로 빠질 수 있는 점은 분명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AIG가 대마불사론을 신봉하면서 도덕적 해이에 빠져도 누가 선뜻 나서서 사망선고를 내릴 수 없는 사정이다. 이에 따라 AIG의 수술과 개혁은 시간을 두고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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