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북한이 김일성-김정일-김정운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체제 구축 작업에 일단 속도조절을 하고 나섰다.
9일 늦게, 북한의 이른바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의 결과가 알려졌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구도와 관련해 큰 관심을 모았던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운은 대의원 명단에 없었다.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선거 결과 모두 687명의 대의원이 선출됐다고 밝혔다. 인구 비례로 결정되는 대의원 수는 1998년, 2003년과 같았다. 전국의 투표율은 99.98%, 찬성률은 100%인 '전형적인 공산당식 선거'였다.
◆김정운, 왜 대의원 진출 안 했나?
김정운이 아들들 중 후계자 감으로 낙점될 것이라는 쪽으로 내외 정세분석들이 모이면서, 그 다음에는 김정운이 어떤 형태로 권력 구도에서 얼굴을 내밀 것인지가 관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김정운이 이번 대의원 선거에서 '자리'를 거머쥐는 것으로 권력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는 추측들이 나돌았다.
북한의 권력 승계사를 보면, 김일성은 그의 아들 김정일을 일단 대의원으로 만든 다음, 권력의 속성을 가르치고 하나씩 요직을 주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넘겼다.
김정운 역시 이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 것. 하지만 김정운이 대의원 진출을 하지 않으면서, 다시 시나리오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우선 북한은 이번 선거를 통해 대의원 687명 중 322명(46.8%)을 교체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번 교체율은 1998년 제10기 선거 때의 64%, 2003년 제11기 선거 때의 50%보다 낮은 것이다.
북측이 안정적 구조를 절실히 원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일단 안정, 그 다음 승계라는 숨고르기 필요성을 북측 수뇌부가 진지하게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이번 대의원 명단을 분석해 보면, 지난해 대남 라인에서 물러난 정운업 전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최승철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은 빠졌다. 대남 강경 모드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측과 우리측의 대치 정국이 길게 갈 수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이 후계자 구도 문제까지 동시에 진행, 혹시나 일어날 수 있는 3대 세습에 대한 주민 염증 등을 우려했을 가능성에 대한 해석론도 나온다.
김정일이 뇌 문제로 쓰러졌다는 일전의 건강이상 문제가 의외로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등으로 당분간 후계 구도 완성이나 대남 공세, 대미 공세를 하는 것에서 시간을 벌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김정일은 지난 번 와병설 이후 종종 건강을 과시하는 사진 등을 공개하고 있다.
◆대의원 '우회상장' 대신 '권력최고봉' 직상장 가능성도
오히려 건강이 악화일로를 걷는 경우에도 김정운에게 대의원 진출을 시키는 것을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대신 빠른 대남, 대미 공세를 통한 이익 챙기기와 그 뒤 발빠른 김정운 체제 굳히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일단 대의원으로 김정운을 내세워 우리측이나 미국 정보당국의 관심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고, 여러 이득을 끌어내는 것까지 김정일 체제 하에서 매듭을 짓고,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논리로 김정운 체제로 빠르게 교체를 하면 북측 권력층 내부의 반발 움직임도 막을 수 있다.
김정운은 스위스 국제학교를 다닌 경력이 있어 국제감각이 빠르고, 김정일을 성격적으로 많이 닮은 데다가, 총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점 때문에 북측 고위층 중 고지식한 혁명세대는 그를 반기지 않는다는 설이 지속적으로 나돌았다. 김정일로서는 이러한 불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추측도 이미 나와 있다. 이에 따라 대의원을 만드는 우회상장으로 괜히 미국, 우리, 북측 내부의 주목을 받는 것보다는, 오히려 권력자로 직상장해 불만 결집이나 이로 인한 후계 구도 논쟁을 차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이번 대의원 진출 포기 상황은 북한이 후계구도 완성과 각종 공세국면 유지 등의 양동작전 대신 일단 대미, 대남 공세에 집중할 뜻임을 시사한 것으로 주목된다. 이에 따라 현재 개성 공단에 있는 우리측 근로자들이 사실상 귀환 불가능 상태에 빠지는 등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서 김정운의 전면 진출 속도 역시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