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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해부②]‘제 2 롯데월드’ 미스터리

화재 등 사고시 타워팰리스 화재 능가하는 재앙 우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3.06 11:32:39

   
  <사진=제 2 롯데월드 조감도>  

[프라임경제] 정부가 5일 제2롯데월드 건축시 서울공항의 비행안전 문제를 검증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한결같은 목소리 지적했던 ‘안전’ 문제를 짚어 보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제기된 주요 쟁점이 검증의 핵심이다. 제2롯데월드 추진이 탄력을 받으면서 끊이지 않았던 안전에 대한 우려 중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대참사 시나리오’. 정부가 이번 비행안전 문제 검증에서 이 사안에 대해 얼마만큼 비중을 두게 될지 이목이 모아진다.

◆제2롯데월드, ‘초고층’이 문제

제2롯데월드의 탄생 배경은 사실 한국 관광사를 다시 쓸 수 있는 초석이라는 점이 한 몫 했다. 국가 전체적인 경제 불황 상황에서 초대형 공사와 완공 이후 얻어질 가치창출 측면을 보면 정부나 롯데 측의 설명이 큰 메리트일 수밖에 없다.

기준 롯데물산 사장은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를 통해 이 매머드급 건축물이 현실화되면 “연간 총 4억 달러 관광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세계 초고층 건물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관광과 건설 부문에서의 리딩 케이스로 이번 건을 봐 달라는 얘기. 건립 과정에서만 250만 일자리가 창출되고 4300억대의 인건비가 지급되고, 국내 관광 인프라 확충으로 더 큰 고용창출이 추후 이뤄질 것이라는 게 기준 사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초고층으로 솟아오른 장밋빛 시나리오 뒤에는 새롭게 등장한 논란이 또 있다. 바로 제2롯데월드가 고도 500m가 넘는 초고층 건축물이라는 데서 기인하는 안전 논란이다.  특히, 최근 한양대 조진수 교수가 ‘항공기 이착률 안전성에 대한 공청회’에서 ‘와류 논란’에 불을 지피면서, 논란은 더 확산되고 있다.

와류란 초고층이나 높은 산에 바람이 부딪혀 생기는 공기의 소용돌이. 이것에 말려들면 항공기의 안전 운항이 어렵다. 비행기가 ‘실수로’ 조금만 궤도를 이탈하면 초고층 제2롯데월드에 충돌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또 하나의 우려를 추가한 것이다.

조 교수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 근처에 위치한 서울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들은 신축 예정지 북쪽으로 1Km 쯤 떨어진 위치를 비행하고 있는데, 이곳은 와류 발생과 영향권인 ‘제 2 롯데월드 수평거리 2Km경’ 범주에 든다.

◆‘와류’ 혹은 실수로 항공기 충돌하면 어떤 결과가?

이런 상황은 미국에서 일어난 세계 무역센터 빌딩 항공기 충돌 사고(9·11 테러)로 충분히 현실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물론 롯데 자체가 세계적 건설 기술을 갖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충분한 안정성을 고려한 건축을 하겠지만, 9·11 테러는 재난 앞에서 안전한 건물이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우쳐 준 바 있다.

무역센터 빌딩이 붕괴하게 된 것은 비행기 충돌로 빚어진 충격이 하부 구조로 증폭되어 내려갔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당시 지적했다.

같은 건물에서 9·11 참사 몇 년 전에 여객기가 아닌 전투기가 충돌했을 경우에는 단지 건물에 구멍이 뚫리는 선에서 끝났을 뿐, 붕괴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작은 비행기가 충돌하는 경우라도 ‘관통’이 되지 않고 화재가 일어나는 경우다.

◆불나면 제 2의 타워팰리스 화재 이상의 참사 가능성

서울 잠실에 들어설 112층짜리 제2롯데월드 계획과 같은 초고층 건물에서 재난이 일어났던 케이스는 드물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에서 화재를 가정하는 경우, 강남 타워팰리스는 참고할 만 사례다. 타워팰리스 A동은 지하 5층 지상 59층, B동은 지하 5층 지상 66층, C동은 지하 5층 지상 59층, D동은 지하 5층 지상 42층이다. 주거용 오피스텔 202세대를 포함해 아파트는 총 1361세대이다.

   
  <사진=초고층 빌딩에 비행기 충돌 등 사고가 발생하면 화재등이 동반돼 대형참사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림은 카드점에서 파멸,재앙 등을 의미하는 '탑(TOWER)' 카드>  
‘타워팰리스 54층 화재 사건’은 2008년 9월18일 일어났다. 당시 ‘세계일보’가 특종 보도한 바 있다. 외벽에서 일어난 사고여서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후문. 같은 해 12월에는 또 한 번 화재사고(이번엔 1층)가 났으며 이때도 대피 소동이 벌어졌다.

물론 삼성물산에 따르면 타워팰리스는 3시간 이상 내화 능력이 있는 재료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제는 건물 자체가 3시간을 견디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들이 견딜 수 있는가 이여야 한다.

즉 구조가능성의 문제다. 하지만 타워팰리스 같은 초고층 건물은 유리창이 열리지 않는 폐쇄 구조(초고층 건물은 외풍에 따른 압력 문제로 유리창을 열지 않게 설계하는 게 상식이다)라, 재난시 취약하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소방방재청이 용역을 의뢰한 ‘초고층 건축물 화재절감대책에 관한 법률 제정 연구’의 착수 보고서(2007년 10월 12일 작성)에는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수요와 공급 증대 → 반면 화재 발생 시 화재진압이 사실상 불가능 → 따라서 초고층 건축물 자체 내에서의 안전관리  요구”라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2007년 10월 19일 소방방재청에 대한 국정감사). 

유기준 의원(민주당)의 경우 이때 “전 세계적으로 15층 이상까지는 작동이 현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며 큰 우려를 제기한 바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타워팰리스보다 높은 구조물인 제2롯데월드는 이런 ‘사실상 구조 불가’ 논의가 이뤄지던 당시나 실제로 타워팰리스 화재로 세간의 이목이 뜨거운 상황보다 더 큰 재난 가능성이 있는 셈. 더욱이 아파트 단지보다 더 많은 유동인구가 몰릴 관광시설물의 경우 논란은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

◆롯데월드, 고객 안전관리에 그간 취약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초고층으로 들어서는 제2롯데월드를 관리하게 될 롯데월드 측의 고객 안전 관리 노하우가 뛰어난 편도 아니라는 데 문제는 또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월드는 그간 여러 차례 안전 문제 논란을 빚었다. 서울 도심 내 최대 규모의 놀이공원 시설인 롯데월드는 2006년에만 롤러코스터를 타던 직원이 석촌호수에 빠져 사망한 것을 비롯해, 천장 마감재가 떨어져 어린이 열차를 타던 최 모 군이 부상한 바 있다.

이후 고객들의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자는 차원에서 무료개장 행사를 했지만, 이에 6만명이 몰려 수십 명이 다치는 등 오히려 능력에 더더욱 큰 회의감이 제기됐다.

롯데월드측은 직원 교육 등으로 안전 관리 능력을 함양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2008년 회전목마에 여직원 다리가 끼는 사고가 나는 등 우려는 불식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월드가 야심차게 개장한 제 2 롯데월드에서 만에 하나, 사고가 나는 경우 초고층 건물 특유의 대피 곤란 상황을 롯데월드 임직원들이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부분.

아무튼 안전이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정부가 나서 안전 검증에 나선다면, ‘만의 하나’ 가능성이라고 하더라도 검증에 검증을 거듭하는 것이 지나칠 리 없다. 미국의 9.11 테러를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비행안전이 됐든, 화재가 됐든, 가능성이 있다면 추진 단계부터 꼼꼼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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