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세계에 '디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0개 회원국의 1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지난 해 같은 달보다 1.3% 올랐다고 밝혔다.
1971년 집계 이래 최저 수준으로, 소비심리가 빠르게 침체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기 발발 이후 고용불안과 경기침체 등으로 통화량이 줄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우려돼 왔으며, 현재 이 징후가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물가 하락 징조까지는 안 나타났지만, 우리도 이에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했고, 중국도 금일 전인대 석상에서 8% 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내수부양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 "정책효과 나오고 있다" 자신감우리 정부당국은 장기화 조짐을 빚는 경제침체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서서히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5일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어 "범세계적인 실물경제 위축으로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렵지만, 신속한 대응을 해서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는 듯한 징조가 보인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어서 "2월 무역수지가 흑자 전환됐고, 외환수지도 흑자전환됐다"며 "외국인 투자도 순유출에서 순투자로 전환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개월간 계속 감지되는 건설 증가세가 좋은 소식이고, 고용 감소폭은 확대되고 있지만 소비 감소폭은 둔화되고 있다"며 "기업의 재고폭도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또 "노사민정대타협이 이뤄지고 일자리 나누기 운동이 확산되는 등 국민 역량도 집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수지 흑자 등 들여다 보면 문제많은데
하지만 이런 당국 시각에는 문제가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무역수지 흑자는 수입이 준 데 힘입어 달성된 것이지, 수출이 큰 호조를 거둬 이뤄진 게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소비가 침체돼 수입이 줄었다는 해석인데, 이에 따라 우리 나라가 본격적 경제침체로 들어가고 있다는 불길한 해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노사민정 합의 역시 한국노총이 참여해 이뤄진 것으로, 민주노총은 이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자칫 민주노총이 '춘투'로 끌고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고용 문제만 해도 최근 당국의 독려로 일자리 나누기 운동으로 조금씩 개선 조짐이 보이나, 일자리 나누기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기업들이 공채 대신 일자리 나누기 인턴 채용을 하는 등 '고용의 질'이 나빠진다는 반발이 크다.
◆당정청간 디플레 대책 공조망 '구멍', 즉흥적 대책 논란도
이런 상황에서 당정청간 디플레이션 대책 공조에 허점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한나라당에서는 "내수 진작을 위해 현금을 나눠줄 것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하지만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이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 등 청와대에서는 '쿠폰 발행'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줄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해프닝이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에서는 청와대와 사전조율이 안 됐던 이 발언에 대해 의미축소를 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이런 해프닝은 그렇다 치더라도, 즉흥적 대책으로 일관한다는 우려가 심각하다.
쿠폰 발행 추진도 이미 단행된 유류세 환급금 지급 등처럼 큰 효과를 못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인 것이다. 차라리 이렇게 작은 돈을 나눠주고 큰 효과를 못 볼 바에는 이 재원을 종잣돈으로 삼아 내수진작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낳을 사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이미 보건복지부 등 일부에서 도입,사용하고 있는 '전자바우처' 제도 등을 앞으로 추진될 경기부양, 내수진작 목적의 각종 제도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소리도 높은데, 당국은 아직 현금을 주느냐 유통기한이 있는 쿠폰이냐를 놓고 저울질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구시대적 사고틀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 특수 흡수할 정책 마련 잘 되어가나?
특히 중국이 전인대를 통해 내놓을 내수부양 정책의 수혜를 위해 우리 정부가 뛰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5일 전인대를 통해 대규모 내수부양 정책들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도 이 경우 석유, 기계, 조선 등의 대규모 구매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이 기대감으로 크게 오르는 등 전세계가 중국 부양책의 과실을 일부라도 얻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정부 당국이 우리 기업들(이른바 중국수혜주 종목)이 실제로 대중국 진출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 노력을 충분히 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소리도 없지 않다. 우선 당장 두산인프라코어가 굴삭기 중국 수출에 열기를 띠는 등 개별기업 차원의 각개전투를 하고는 있지만, 당국의 후방지원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면 수혜를 더 크게 할 수 있다는 소리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가 지난 해부터 '실용외교', '자원외교'를 외쳐 왔는데, 중간점검 차원에서라도 이번 'D'의 공포 시대에 외교망을 풀가동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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