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청자들의 시선과 귀를 사로잡은 이 CF는 비씨카드의 작품이다.
비씨카드는 이 CF 외에도 최근까지 수많은 화제작들을 내놓았다. 김정은(탤런트)을 내세워 "부자 되세요"를 외쳐 누구나 갖고 있는(그렇지만 내놓고 이야기하기엔 천박하다고 느껴지기에 암묵적으로 자중하는) 부자되기 욕구를 정면으로 부각시킨 바 있다.
이후 송혜교를 등장시켜 "아빠 힘내세요"로 외환위기로 어려운 시점의 국민정서를 자극했고, 이후 김태희 등 톱모델을 기용해 왔다. 톱모델을 기용, 반사효과를 누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끊임없이 입혀 왔다.
◆솔직하게 그러나 감동적으로,비씨CF '스토리텔링'강한 속사정?
그 다음에는 '중국통(중국전문) 카드'라는 광고를 내보내 유명 모델 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시점을 적절히 살리고, 중국 펀드 열풍으로 중국에 대한 관심이 좋든 싫든 높아진 때에 '통(通)'으로서의 이미지를 주장하고 나서 시선을 끌었다는 평이다.
이후에는 도입부에 소개한 "사람이 태어나면 당연히 욕구도 태어나고"라는 노래를 부르는 중독성 광고를 내 보냈다. "(소비)욕구대로 (카드를) 긁어라"라는 주문인 셈인데, 이런 주문이 그래도 꽤나 좋은 반응을 올렸다는 데 있다. 비씨카드 내부적으로도 이 광고와 그 반향에 대해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항상 욕구 분출에 적극적이면서도 다른 카드보다 앞서 나가는 광고를 만들 수 밖에 없는 사정은 비씨카드의 구조적인 특수성 때문으로 읽힌다.
비씨카드는 11개 은행이 주주이자 회원사며 고객이기도 한 독특한 구조다. 카드계의 머슴이자, 맏형이며, 백화점인 셈이다. 은행들이 신용카드 업무를 시작할 당시 결제망을 깔거나 가맹점 관리 등을 하기 위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은행신용카드협회'를 모태로 태어난 만큼, 구조적 특수성에서 항상 자유롭지 못했다.
이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회원 은행들이 카드 마케팅과 고객 관리를 하기 때문에 비씨카드는 결제관리 등의 서비스만 제공하면 된다는 '사각지대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는 공기업적 마인드가 형성되기 쉬운 구조 아니냐는 비판도 그래서 항상 이들을 괴롭혔다.
특히나, 이런 속편한 소리는 최근 들어서는 상당 부분 변화하게 됐다. 카맹사들 중 일부가 펴는 듀얼 브랜드(가맹사가 자사 고유 브랜드와 함께 자신과 비씨의 제휴 카드를 같이 갖고 가는 전략. 예를 들어 KB카드는 국민비씨카드와 KB카드를 같이 운영한다) 전략은 이제 비씨카드를 상당 부분 난감하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사정에서 비씨카드는 일반 가입 고객들, 그리고 미래의 카드 가입회원 못지 않게, 지분을 갖고 있는 관련 '회원사'들의 눈높이도 어쨌든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감성경영' 강조한 장형덕 비씨카드 회장 시대 맞아 '활짝'
이런 무거운 짐은 오히려 비씨카드 광고가 무거운 욕망의 무게 덕에 다소 적나라하게 표출하는(부자가 되라든지, 아빠 힘내시라든지-그래서 가정을 계속 이끌어 달라든지-하는 광고, 그리고 사람이 태어나면 당연히 욕구도 생긴다든지 하는 표현들의 퍼레이드를 떠올리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대신, 그것이 밉지 않게 표현되는 노하우를 같이 다지게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카드계를 항상 이끌어야 한다는 무게, 그리고 일반인을 상대로 카드를 팔아야 한다는 고유의 숙제는 항상 직설적이면서도 카드계 모두의 이야기를 담은 공감대를 세워 줘야 한다는 이중적 숙제는 비씨카드의 CF들이 암묵적으로 지키는 '코드'가 됐다.
장형덕 비씨카드 회장이 부임한 이래(2008년) 감성경영은 더 강조됐다. 최근 등장한 퍼퓸카드, 빛나는 카드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담은 감성자극 '신상품'들이 장 회장의 독려로 나온 작품이라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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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는 (일개) 카드(사)에 머물수 없다는" 자기각성, 비씨카드 제 2전성기 원동력될까
물론 비씨카드의 이런 마케팅 노력만으로 카드업계에서의 상황이 당장 좋아지기를 기약하기에는 기타 변수가 적지 않다.
한창 때보다 못한 순익을 어떻게 살찌울 것인가는 불경기를 이겨내야 하는 국제경제적 문제까지 엮여 녹록찮은 씨름 상대가 될 전망이다. 또 "회원 은행에 대한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것이 아니냐"는 안팎의 비아냥 역시 눈엣가시다.
몇 해 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대주주 영입'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비판을 면하려면 더 강화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같은 과제들은 장 회장이 최근 야심차게 추진하는 해외 진출, 즉 글로벌 영업망 강화 추진 등 적극적 돌파력으로 해결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 참에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공동망이 처음 탄생할 때처럼 회원사들이 밑고 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각오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특히나 이번 글로벌망 강화 노력이 비자카드의 국내 카드업계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비씨카드가 대표격으로 떠맡고 나선 것인 만큼, 비씨카드로서는 시작은 마음대로 했으되 물러서는 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한판승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그만큼 강한 각오로 비씨측이 이번 분쟁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비씨카드가 금년 초 부른 "비씨는 (단순한) 카드에만 머물수가 없다"는 노래는 적나라하게 '카드를 통해 욕구를 채워줄 상품을 소비하라'는 노래인 동시에 비씨 스스로에게 "우리는 일개 카드(사)에만 머물 수 없다"는 자기각성이기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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