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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살리기법안' 선봉장 홍준표 속내는?

'초식공룡 한나라당으론 어렵다' 판단 3월국회 카드꺼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3.04 10:29:53

[프라임경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어려운 시국에서 '다시 전쟁 국면'을 외쳤다.

2월 임시 국회 회기가 만료되는 3일 밤, 한나라당 의원들이 중심으로 개회된 국회 본회의에서 민생 법안 및 경제 쟁점 법안들을 대거 처리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여기서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굉장히 시끄럽게 '깜짝쇼'를 하기는 했지만 막상 민생법안, 경제살리기 법안이 대개 자정을 넘겨 버린 탓이다.

◆홍준표 '3월 임시국회도 열겠다' 일갈

이는 출자총액 제한제도의 사슬이 이날 시도로 끊긴 것을 빼면 큰 충격파를 줄 만한 법안들이 통과되는 데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금산분리 완화라는 틀을 만들기 위한 은행법 개정안 등의 처리도 불발됐고, 산업은행 민영화 역시 윤곽을 그리다가 몸통을 완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관련법 중 일부만 통과, 일부는 실패).

더욱이 부동산 시장을 살릴 만한 법안들이나 아파트 반값 공급의 수단이 되는 법안들도 발목을 잡혔다.

광역경제권 개념을 도입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과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그것이다.

더욱이 주택공급 감소를 부추기고 있는 주택가격 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한 또 다른 주택법 개정안도 더 이상 미룰수 없는 상황에 있다.

이런 상황은 국회의 다수파를 점하고 있는 여당이 정부와 청와대의 구상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낳을 만 하다는 소리가 나돈다. 더욱이 한밤의 '깜짝쇼'까지 벌인 결론이 이것밖에 안 되느냐는 친한나라당 성향 지지자들의 실망섞인 우려도 나오는 지경이다.

몇몇 야당 의원이 '필리버스터' 시도를 한 데에도 발목을 잡혀 자정을 우물쭈물 넘겼으니 앞으로 일을 어찌하겠느냐는 소리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는 홍준표 원내대표가 다시 칼을 잡았다. "3월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서라도 일을 매듭짓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저격수에서 민생정책 전문가로 변신했던 JP, 왜 다시 전사(戰士)로?

이번 18대 국회에서 여당의 원내대표로 등극한 홍 의원은 그간 순탄치 않은 정치 역정을 겪어 왔다. 슬롯머신 비리를 성역없이 수사한 이후 검찰 내에서 왕따 아닌 왕따가 돼 타의로 선택한 정치계 입문 이후, 그는 줄곧 험난한 가시밭길을 스스로 택해 걸어왔다.

한때 최병렬 신한국당 대표의 발탁으로 공천 심사를 하는 중책을 맡았으나 그의 타협을 모르는 성격은 이때 이전과 이후 한 차례도 그가 주류에 나서는 것을 막았다. 끊임없이 '불의를 폭로하는 저격수'를 자임했던 그는 적도 많이 만들었다.  

하지만 서울시장 출마 시도, 뒤이은 한나라당 대선주자 선출 경선의 당내후보로 나서면서 그는 정책전문가로 변신을 시도했다.

반값 아파트 등 정책들을 대거 선보이면서, 그는 저격수 노릇으로 떨어져 나간 일부 지지층을 다시 끌어들여 '모래시계' 방영 직후를 능가하는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이러한 이미지 제고와 선수(選數)에서 나오는  바탕으로, 그는 18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라는 중임을 맡았다.

그를 견제하기 위한 소장파 친MB계열(이재오 계열)들의 공세가 끝없이 이어졌지만, 야당과의 최소한의 협상 창구 유지를 주장하는 그의 진정성 때문에 홍준표-원혜영 테이블은 18대 국회 자체가 붕괴하는 것을 막아 왔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3일 야간 법안 긴급통과 시도로 극히 민감해진 야당들을 다시금 자극하는 '악역'을 자처하고 나섰다.

◆초식공룡 한나라 무능에 화났나?

18대 국회 들어서서도 청와대와 때로는 불편해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당의 일 중 원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처리한다"는 독립적인 역할론을 사수했던 그가 왜 다시 전사로 되돌아간 것일까?

이는 이번 3일 밤 대치 국면, 더 넓게는 18대 출범 이래 한나라당의 원내 행동 전반에 대한 실망이 극에 달해 자신을 던져서라도 매듭을 풀어야 할 절박함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민생법안들을 대거 마련해 본 그의 경험칙상, 이번에 통과가 무산된 법안 중 국민경제 살리기 법안들이 대거 포함돼 무리수를 둬서라도 처리를 강행해야 한다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물론, 금산분리 완화 등 일부에 대해서는 홍 원내대표로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홍준표 의원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론자이기 보다는 수정 자본주의자에 가깝다는 평이 많다) 부동산 반값을 추진하는 여러 법률, 부동산 가격 안정 효과가 기대되는 주택법 개정안(분양가 상한제 개혁) 등까지 한 데 사장되는 전체적인 위험성이 그의 마음에 안 들었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더욱이 3일 밤 본회의장을 장악하고서도 속시원히(이러한 처리 자체가 전적으로 옳으냐는 별론으로 하고) 원하는 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일부 야당의원들의 제지에 가로막히는 모습, 그리고 이와 유사한 몇몇 행태들에 대해 홍 원내대표가 3월 임시국회 강행이라는 '충격요법'을 꿈꿨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제 5월을 임기 만료로 남겨두고 있는 그가 이번에 새삼 이미지를 깎을 일을 맡고 나선 것은, 그가 마무리를 대강 짓고, 다음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설 때까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비롯한 각종 경제개혁입법 처리를 미뤄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읽힌다. 이는 우리 나라만 세계 각국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이 합심해 문제를 푸는 추세에 뒤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몸을 날려 검찰 초유의 수사를 이룩했던 홍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초식공룡 한나라당에 야성을 불어넣는 데 성공할까? 아니면 그 혼자 산화하는 데서 끝날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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