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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3일 그가 내놓은 '광주 선언'은 그에게 다시 눈길을 쏠리게 했다. 이번에는 지난 번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는 발언이다. 이른바 '산은 민영화'가 지난 해부터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그는 "산업은행이 민영화되더라도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등 '고유 기능'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로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 처리는 정책금융공사법 시행에 맞춰 오는 4월 임시국회로 미뤄졌다. 미묘하기 이를 데 없는 시점에 나온 그의 발언이 선제공격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 어려운 상황 최대한 활용?
민 행장은 3일 광주를 방문 호남지역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른바 산은 역할 불변론을 내놨다. 그는 "산은은 올해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안 및 정책금융공사법 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큰 변화를 겪게 된다"고 말해 법 개정으로 인한 후폭풍을 의식하지 못했다는 해석은 불가능하다.
법이 바뀌어도 위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피력임이 명백해진 셈이다.
민 행장은 실제로 "이같은 개편으로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산은(금융지주회사)뿐만 아니라 정책금융공사까지 가세하기 때문에 더 활성화된다"고 주장했다. 민 행장은 "따라서 산은 민영화에 대해 기업인들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도 설명했다.
오히려 이번 국면에서 역할이 커진다는 해석론이다.
이런 해석이 가능해지는 것은 이른바, '싱가포르 스타일 테마섹'에의 꿈을 깔고 겹쳐보면 가능해진다.
이는 실제로 지난 해 산은의 앞날을 싱가포르 스타일 테마섹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우리은행 등과 합친 메가뱅크 쪽으로 갈지 논란이 붙었던 적도 있는 만큼 전혀 생경한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 테마섹 같은 '국부창출의 첨병' 자임?
민 행장은 광주 발언에서 "산은은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과의 관계 속에서 몇 가지 전략을 마련, 추진할 계획"이라며 선제적 구조조정,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 성장동력 육성, 기업과 동반자적 관계 설정 등의 추진 방향을 소개했다.
이러한 방향은 싱가포르에서 운영 중인 테마섹과도 일응 상통한다고 보인다.
민 행장은 실제로 "국가 성장동력 업종에 대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럼 싱가포르 테마섹은 대체 무엇인가? 한때 메가뱅크론이 대세를 이루면서 산은을 싱가포르 테마섹으로 일구자는 방안은 잠시 잊혀졌다. 더욱이 투자은행(IB)에 대해 오히려 죄악시하는 듯한 분위기가 지난 해 일정 시점 이후 형성되면서(금융 위기 때문) 이는 완전히 잊혀진 꿈이 됐다.
하지만 이번 민 행장 발언으로 이 잊혀진 꿈은 산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이루는 싱가포르 테마섹 방식으로 산은을 끌고 갔으면 좋겠다는 구체적 구상의 재가동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관심을 끌고 있다.
싱가포르 테마섹은 간단히 말하면 '정부지주회사'다.
공기업 민영화의 첨병으로 큰 지주 하나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한국판 테마섹의 도입을 놓고도 정부 내에서도 입장 갈등이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과거 긍정적 견해였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전력, 대한석유공사, 산업은행 등의 공기업 지분을 현물 출자 방식으로 넘겨받아 설립한다. 이후 지분 매각과 배당 수익으로 자금을 확보해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 테마섹은 싱가포르 항공 등의 지분도 갖고 있다. 꽤 큰 규모의 수익을 올리는 싱가포르의 효자상품 그 자체다. 우리 나라 산은이 테마섹이 되면 이런 싱가포르를 멘토로 삼게 된다.
◆리먼 브러더스 출신의 식지 않은 IB전문경영인 꿈
이런 상황은 그가 리먼 브러더스 출신이라는 점(투자은행 전문가라는 점), 그가 리먼 브러더스 인수에 강한 열정을 보였다는 점, 그리고 자회사 중 투자은행 기능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대우증권 매각 등보다는 IB 기능과 전혀 상관없는 대우조선해양부터 매물로 내놓았다는 점 등에서도 일부 개연성이 발견된다. 이를 이번에 나온 "정책금융공사와 합치면 오히려 강해질 것"이라는 발언과 연계하면 IB기능을 갖춘 거대 금융기관이라는 답이 나올 수 있다.
민 행장이 지금 맡고 있는 산업은행의 행장 자리는 과거 총재라고 불리웠다. 한국은행의 총재와 사실상 동듭이었던 셈.
그러나 그는 지금 한국은행 총재보다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민 행장의 광주 발언은 정말로 한국판 테마섹으로 가자는 제안일까? 그의 꿈은 과연 이뤄질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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