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재벌은행 탄생…은행권 빅뱅 예고

NEXT서비스, 금산분리 완화 등 의미있는 개혁'한걸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3.03 14:35:09

[프라임경제] 2012년, 여의도의 모 방송사 직원 경희 씨는 회사 근처 은행으로 나섰다. 오늘은 즐거운 월급날, 경희 씨는 회사 근처 S 은행으로 향한다. 경희 씨가 다니는 방송사는 굴지의 대기업 S그룹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경희 씨 급여 계좌는 이 곳으로 되어 있다. 경희 씨는 방송사와 형제지간인 이 은행을 통해 월급도 받고, 펀드도 들고,여기서 돈을 빼서 S 그룹에서 거느리고 있는 S 마트에서 장도 본다. 경희 씨의 회사 생활과 소비, 금융 거래는 모두 S 그룹 울타리 안에서  이뤄진다. 경희 씨는 방송사 직원이라서도 그렇지만 S그룹이 모든 걸 지켜주는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

한편 S 은행에 다니는 경희 씨의 남자친구는 머리가 쪼개지는 느낌을 매일 받는다. 중소기업이 가진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는 게 너무도 힘들기 때문이다. 처음 은행에 입사했던 시절엔 그냥 '담보가져 오라' 한 마디로 모든 걸 끝냈는데 요새는 특허니, 무형자산이니, 아이디어니 하는 걸 평가해서 돈을 대출해 주라고 한다. 머리 아프다.

은행들의 업무 관행은 물론 DNA가 모두 바뀌는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2009년 3월 3일은 금산분리 법안 등 몇 가지 금융계에 의미있는 아이디어가 정계와 관가에서 나온 날로 우리 금융사에 기록될 만 하다. 일단 금산분리를 한나라당이 강하게 밀어붙여 상임위 통과를 강행했다. 이보다는 못하지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놓은 NEXT 서비스 선진화 방안도 금융권에 의미있는 내용으로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산분리 틀 정말 깨질까, '재벌의 은행지배 폐단' 앞으로 어떻게 콘트롤?

금산분리에 관한 3개 법안이 모두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3일. 이제 한국 금융계는 이 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는 게 허용되는 구조로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물론, 금융계에 테스트 경험이 있는 한화그룹(생명사 운영), 동부그룹(증권사 소유) 등이 수혜대상이 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동양생명을 가진 동양그룹도 관심 대상이다. 이들이 은행 소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순환출자 고리를 깨고 지주제를 손볼 것이라는 해석이다.

향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보면 우선 가장 발빠르게 나설 것으로 예견되는 곳은 한화그룹. 은행업에 진출, 선점 효과를 추진하기 위해 저돌적인 김 회장이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M&A 계의 왕자 김승연 회장이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작업에서 '물먹은' 것을 설욕하기 위해 더욱 애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이 지분 약 22%를 보유한 ㈜한화가 그룹 지주회사가 되고, 자회사인 대한생명(즉 자회사로서 은행권 소유 가능 지주제 국면에서 중대한 연결 역할을 하기 위해 상장을 급히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짐)은 한화손해보험ㆍ한화투신운용ㆍ제일화재 등을 지배한다는 구상이 가능하다. 개정법상 한화는 일반산업체지만, 금융자회사들을 거느리고 다시 손자회사로는 일반산업체가 엇갈리는 상태만 아니면 되므로 가능한 시나리오로 떠오르고 있다.

동양그룹도 동양생명을 상장하면, 동양메이저가 100% 소유한 동양캐피탈이 갖고 있는 동양생명 지분을 팔고 동양캐피탈과 동양메이저가 합병하면 동양종금증권이 자회사로 들어온다. 이렇게 개편하면 순환출자가 해소되고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삼성의 경우 가장 관심을 모으면서도, 가장 조심스럽다. 우선 삼성은 순환출자 고리가 복잡하다. 더욱이 국민 정서상 은행 소유시 폐단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다.

이에 따라, 삼성의 경우 시간을 두고 진출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러한 금융권의 산업자본 대거 진출에 대해 최소한의 사후감독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산분리 통과에 대한 거부감의 주된 부분을 차지했던 '은행의 사금고화'만은 막자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관리감독할 것인지 정확한 답을 주는 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때 고객 유치와 함께, 사회적 평가도 높게 받을 수 있는 일거양득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도 이제 편하게 담보잡기 놀이 대신 '브레인스톰' 열심히 해야

한편, 윤증현 기재부 장관은 3일 납세자의 날을 맞이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윤 장관이 이날 꺼내든 NEXT서비스선진화 정책에서는 은행업도 서비스 정신을 갖고 일하라는 주문이 녹아 있다.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에서 이전과는 다른 패턴을 도입해야만 한다.

서비스산업은 세제ㆍ재정ㆍ금융 등 모든 부문에서 제조업에 비해 지원 수준이 상대적으로 불리해 이를 제조업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윤 장관 구상의 골자인데, 이에 따르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에 대해 제조업과 동등한 수준으로 조세 지원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제도를 보완하게 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적재산권 등 무형의 자산으로 고군분투하던 수많은 벤처기업 등이 금융 지원에서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대기업, 중소기업 범위를 재조정, 서비스산업에 대한 중소기업 범위를 넓혀줄 예정이다.

즉, 금융 지원과 관련해서도 신보와 기보 중심의 담보 제공 지원으로 이뤄지는 금융 대출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특허권이나 지적재산권 등 무형의 자산에 대해서도 담보로 인정, 대출을 해주도록 제도를 개선, 은행들이 압박을 당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외국에서 이미 무담보 대출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제 금융기관의 오랜 담보대출 관행을 개선하고 무형 자산에 대한 가치 산정이라는 새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 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기존 은행계가 전혀 새로운 DNA를 가진 새 경쟁자들과 새로운 업무를 할 시나리오가 세상에 드러났다. 은행들의 자기 변신과, 후발 주자로 나설 기회를 계산하면서 법률안 최종 통과를 바라보는 상황이다. 우리 나라 금융계가 이런 혁신 물결에 잘 적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