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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은행 "우린 한국에 반하지 않았어…"

수익창출만 능력 탁월…노무관리,사회공헌 등 미비 비판 높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3.03 11:42:39
[프라임경제]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은 우리 금융계에 어떤 존재일까? 우리 나라에는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HSBC은행 등이 진출해 있다. 이들이 한국에 진출할 당시, 우리 금융계에서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엉켜 그야말로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토종은행들의 몫을 뺏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선진금융기법을 한국 시장에 전수, 금융시장 전반에 발전 견인차가 돼 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금융시장을 훑고 지나간 2009년 현재, 이들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우수한 것은 아니다. 돈을 버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 즉 선진금융기법을 들여와 가동하는 것은 주목할 만 하지만, 노무 관계, 한국 금융소비자와의 스킨십 등에서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HSBC 은행, 외환은행 인수 물건너 가자 '한국에 관심 시들해져?'

HSBC은행은 홍콩과 상하이 등에서 치열한 영업 노하우를 쌓아온 금융기관. 역사도 깊어 이들이 한국에 진출할 당시, 한국에 선진 금융기법과 금융마인드를 전수해 줄 '멘토' 역할이 기대됐다.

하지만 HSBC은행은 야망을 품었던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손을 떼게 되면서 한국 금융시장에 흥미를 잃었다는 평이 우세하다. 지점 확충 등에 열을 올리는 모습도 아니고, 노무 관계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다.

발을 빼기 위한 수순을 진행 중이라는 성급한 분석까지 나온다.

HSBC는 외환은행 통합에 대비해 계약직 대출 판매인을 1,000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은행 인수 실패에 이은 금융위기로 대출길이 막히자, 인력 대부분을 내보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한국 고용인에 큰 애착이 없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뒷말이 돌았다.

최근엔 사실상 할 일이 없어진 콜센터에 정규직 직원을 몰아넣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른바 전환배치라는 것인데, 우리 나라 노동법(근로기준법 등)상 허점을 최대한 이용, 정규직에게 압력을 주는 것이다.

은행측은 아직 (실제로) 가시화된 게 없다, 사실무근이라고 대응 중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 속에서 "시중은행 가운데 HSBC만 거의 유일하게 명예퇴직을 시행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퇴직금도 안 주고 알아서 떠나게 하려는 것이었나"라는 원망이 나오고 있다.

◆SC제일은행, 인적 구조조정 칼날

영국계 거대 금융 자금이 97년 외환위기 정국에서 쓰러진 제일은행을 인수해 태어난 SC제일은행. SC제일은행은 변신 직후부터 외국식 은행 운영 시도로 적잖은 뒷말을 낳았다. SC제일은행은 2000년대 초입부터 10만원 이하 소액계좌에 관리비를 물렸다.

이자는 못 줄 망정 관리비를 받는다는 것이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낳았다.

한편 SC제일은행은 근래 대대적인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그 자리는 신규 직원으로 채웠다. 금융지주 출범(SC증권 설립) 등으로 성장일로에 있는 상황 즉 국내금융권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과는 동떨어진 노무관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끊임없는 매각설 시달려

소액계좌 거래에 대한 푸대접(?)은 한국씨티은행도 마찬가지. 한국씨티은행(당시는 독립법인인 한국씨티은행이 아니라 씨티은행 서울사무소가 관할하던 시점)도 2001년 봄 소액 계좌를 보유한 고객들에게 계좌 해지를 정중히 요청했다. 500만원 가량으로 평균 잔고를 유지하든지, 폐쇄를 해 달라는 것이다. 이때 선선히 계좌 폐쇄에 나선 고객들에게는 소정의 기념품을 증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렇게 '차별화 전략'으로 상대적으로 고액 거래에 치중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영업점이 적은 상황에서도 고액 거래자들이 선호하는 은행 조사에서(시사잡지 시사저널 2009년 조사) 1위를 차지해 매출규모총액이나 자본규모 등과는 '전혀 상관없이' 돈장사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과시했다.

또 씨티쪽에서 우리 나라 시장에서 불모지였던 소액금융, 이른바 피이낸셜에 관심을 기울여 전인미답 영역을 밟은 것도 상대적으로 시점이 일렀다(2002년).

이렇게 돈되는 곳을 무섭게 파고든 한국씨티은행을 소수정예로 평가, 찬사를 보내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런 소극적이고 집중된 활동은 한국인들에게 '우리 식구', '우리 나라 은행'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데에는 별반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 금융위기가 일단 터지자, 적극적인 한국씨티은행의 부인에도 불구, 작은 변수만 나와도 '매각설' 등 미국 씨티는 언제든 한국씨티(그리고 한국금융시장)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을 낳았다.

◆사회공헌 등 늘리고 한국금융당국과 스킨십 더 하면 해소가능할것

결국 한국 금융당국과 한국 금융시장과 스킨십을 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고 이해를 구하는 데 별반 열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 금융관계자들에게 "외국계 은행들은 우리에게 반하지 않았어"라는 서운함을 낳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계 은행들이 노무 관리를 통해 한국 노동시장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고마운 존재이자 최선을 다해 일자리를 지켜 줄 업체라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사회공헌 등을 통해 기업 이익을 환원하는 데에도 국내 기업 정도로는 관심을 가져달라는 촉구도 나온다. 예를 들어 한국씨티은행은 이화여대와 교육프로그램을 맺고 있고, 사랑의 집짓기 운동도 하는 등 여러 모로 활동을 펴고 있지만, 아직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준에는 외국계 은행들의 활동이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 나라 금융당국이 펴고 있는 자본확충펀드 등을 이용하는 문제 등은 (본사와의 협의 문제와 각종 법적 문제) 어렵겠지만, 금융당국과 스킨십을 다른 방향으로라도 강화해 우리 금융계의 어려움을 풀어나가는 데 파트너십을 다져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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