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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의 불안한 앞날에 대한 각종 추측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 3일, 한국씨티은행 폴(Poll)이 비에 젖어 서 있다. 사진=여의도> |
이렇게 연이은 금융계 불안요소들에 대해 뉴욕증권시장은 냉정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지시간 2일 다우지수가 금융주 대거 하락으로 7000선 붕괴 국면을 맞이한 것.
이런 상황에서 여파는 다른 나라로도 번지고 있다. 우선 미국 유수 금융기관의 상황 급변에 따른 다우 급락이 다른 나라 증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이들 금융기관의 세계 각국 자회사들까지 생각이 많아지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AIG생명은 결국 '독립'을 선언하고 나서, 이런 일각의 관측이 전혀 허황된 것이 아님을 방증하고 있다. 이 국면에서 그간 줄기차게 나왔던 한국씨티은행의 향후 행보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독립으로 가든지, 매각추진이 이뤄질지도 관심거리지만, 앞으로 한국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라는 근원적 물음이 이번 정국에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에 씨티은행이 인연을 맺은지도 불혹의 세월인 지금이라 이런 물음은 더 유효하다.
◆한국씨티, 매각 가능성 부인 '미국 본사도 인정한 탄탄한 효자'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해 어느 때보다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세계 금융계의 신화 미국 씨티그룹이 휘청이는 모습에 국내 예금주들은 당혹스러워 했고, 한국씨티은행의 매각설 역시 고개를 들었다.
한국씨티은행에서는 이러한 가능성 제기를 부인한다. 한국씨티은행 고위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은 작년 상황에서도 미국 씨티그룹의 증자를 받는 등 매각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즉 본국과의 연대관계에서 상당히 '촉망받는 해외 가족'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 더욱이 한국씨티은행은 실적도 나쁘지 않고 탄탄한 재정상황도 강점이다.
하지만 이것만 갖고 한국씨티은행 매각 가능성을 일축하기는 이르다. 한국씨티은행 같은 우수 매물부터 유동성 확보를 위해 내놓을 가능성은 남아 있기 때문.
◆매각설은 씨티그룹·한국씨티 스스로 키워?
더욱이, 매각설은 한국씨티은행나 씨티그룹 스스로 키우는 측면도 없지 않다.
사외이사 교체설 등으로 불안한 시선에 힘을 실어주는 자충수를 범한 것. 물론 은행 관계자들은 "사외이사들은 경영에 크게 참여하지 않았던 분들이다"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서 사외이사 교체는 어떤 형태로든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말을 낳고 있다. 우선 최근 신한지주가 사외이사를 대거 교체한 것도 "금융당국에서 문제삼을 소지를 모두 없애라(은행에 여신 거래가 있는 사외이사 대거 교체)"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이처럼 이번 한국씨티은행 건 역시 어떤 구조적 개편이나 금융당국과의 마찰을 빚을 만한 사정에서 특히나 '별개의견'을 내기 쉬운 사외이사부터 정리하는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한국씨티은행은 싱가포르씨티은행이 최근 거액의(10억 달러 규모라는 설이 있으나 씨티측은 2억 달러대라고 해명) 달러화를 사들여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 발을 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시각을 받았다.
자산을 본국통화(이자 안전자산)인 달러화로 바꿔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 물러설 사전정지작업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왔다(이에 대해서 한국씨티은행은 이는 '고객의 매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런 여러 문제 외에도, 한국씨티은행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것과 지난 해 3분기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가량 준 것도 한국씨티은행 주변의 시각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돈 버는 데엔 귀재, 한국고객 사랑 얻는 데엔 '글쎄'
이렇게 별 것 아닌(?) 모든 소식이 전부 한국씨티 매각설, 혹시나 한국에서 씨티그룹이 손을 떼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그간 한국씨티은행이 한국화, 토종화에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데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국에 진출한 역사가 깊은 한국씨티은행(및 관련기업)이 왜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일까?
한국씨티은행은 한국씨티은행과 한미은행의 결합체. 한미은행이 80년대 탄생했지만, 한국과 씨티의 인연은 이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간다. 씨티가 1967년 기업금융을 시작으로 진출한 바 있고, 1977년 외국은행 최초로 부산광역시에 지점을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한국씨티로 독립적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비지니스맨을 중심으로 한국인과 인연을 맺어 온 것.
한국씨티은행이 은행업 일선에서 뛰는 것과 별도로, 소매금융업에도 진출한 시점이 꽤 일렀다. 2002년 피이낸셜업에 진출함으로써 국내은행권보다 소매금융업에서 이정표를 먼저 세운 것이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및 관련 회사)은 이렇게 돈을 버는 데에는 귀재였지만,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사랑을 널리 얻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평가가 없지 않다.
우선 외국계 은행이라는 문화 때문일 수도 있지만, 소액 거래 고객들을 확보하는 데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이는 흡수된 한미은행도 상대적으로 고액 예금 유치에 포인트를 두던 은행이라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씨티은행은(당시에는 한국씨티은행이라는 독립법인이 아니라 씨티 '한국사무소') 2001년 봄, 500만원 이하 예금주들에게는 기념품과 함께 '정중히'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소액 계좌는 유지해도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미국식 금융정서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대목이지만, 당시 은행권 주변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말이 많았다.
'차별화 마케팅', '소매금융의 효시' 등등 각종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이렇게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고급화된 쪽으로만 마케팅 영역을 굳히는 데 안주해 온 한국씨티의 그림자가 있다. 그리고 이런 뿌리 내리기 노력의 부재(혹은 무관심)는 '한국씨티은행이나 씨티그룹=언제든 돈이 안 되면 혹은 여건에 따라 한국과의 인연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업'으로 무의식 중에 각인됐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한국과 인연을 맺은지 40년, 한국씨티은행으로 출범한지도 오래인 한국씨티은행이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 속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오히려 이번 위기를 계기로 한국씨티은행이 끝끝내 매각이나 독립선언의 길을 걷지 않고 씨티그룹 내에서 입지를 오히려 굳히는 전화위복을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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