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비씨카드와 비자카드간 분쟁이 소강상태로 접어 들었다.
비자카드는 최근 한국 카드업계에 대해 해외 수수료율을 인상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 처사에 분개한 한국 카드업계를 대표해 나선 인물은 장형덕 비씨카드 사장. 장 사장은 KB국민은행 상임감사 등 금융권 전반을 꿰뚫고 있는 인물인 데다가, 더욱이 비씨카드가 일종의 연합회라는 속성상 카드사들의 대표격으로 이번 '거사'를 책임지기에 적임자라는 중론이다.
◆초반엔 비자카드가 '움찔', 그러나?
장 사장은 사고 후 막바로 비자카드 한국고위자문단에서 물러난다는 강력한 항의표시를 했다. 이 위원회에는 KB카드 등도 참여하지만, 은행과 같이 움직이는 KB카드로서는 비자카드와의 전면전에서 선봉을 맡기 어렵다는 등 다른 회사들의 애로 사항이 있었다. 이에 따라 더더욱 '장형덕 비씨카드'가 앞장설 수 밖에 없었던 것.
이 상황에서 비자카드는 일단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해외수수료율 인상 방침을 철회했다.
하지만 장 사장은 이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장 사장은 "고위자문단 사의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더욱이 이번엔 국내수수료율 문제도 손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사장은 "비자카드가 해외수수료율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정작 불합리한 국내 수수료율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에 따라 비자카드에서는 고위직이 비씨카드를 방문하기로 방침을 정하는 등 비씨의 '작은 승리'가 확정되는 듯 보였다.
◆소강상태 들어가면서 '글로벌망 자체 개발' 등 복잡한 문제 현실화
하지만 이때 이 방문이 무산되면서, 이후 협상 여지는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비자카드가 다시 사절단을 보내리라는 보장이 없다면 이는 자칫 협상의 징검다리가 쓸려 내려간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를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장기지구전으로 일이 번지고 있다는 국면 변화 가능성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비씨카드 관계자는 24일, 26일 본지 확인에서 '중간상황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한 주가 지나가면서 이제 바짝 월말이 다가온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비씨측은 큰 입장 발표는 없다. 하지만 비씨카드 관계자는 "글로벌 망 자체 구축을 준비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이는 비자카드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의존하던 비씨 및 국내 업계가 이제 자체 글로벌망을 갖춰 조심스러우나마 자력갱생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장기전 혹은 최종적으로 협상 결렬과 결별로 이어지는 수순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봤다는 뜻으로도 해석돼 주목된다.
◆신년 공채 계획도 아직 못 세워, 글로벌망 구축사업 떠맡을 수 있을까?
하지만 비씨카드 관계자 스스로 말하듯, 이 사업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이런 네트워크를 각자 갖추기는 어려우므로 비씨카드가 대표격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하면서, "일단 우리 이용자들이 카드를 많이 쓰는 중국, 동남아 등부터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즉 비자와 손을 완전히 끊는 시점이 급하게 다가오는 경우,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은 이래서 나온다.
더욱이 국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비씨카드가 이러한 중책을 떠맡는 게 상당한 짐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현재 비씨카드는 상반기 신입 공채 계획도 아직 구체적으로 없는 상황으로, 정부측 독려에 따라 잡세어링 인턴만 조금 뽑을 것으로 노동계와 회사 관계자 등은 전하고 있다. 더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국내 카드업계의 부실채권 규모와 리볼빙 대란 우려 등에서 비씨도 전혀 자유롭지 않아, 장기전으로 갈수록 비씨의 부담감은 커질 전망이다.
업계 전체의 짐을 진 맏형격인 비씨카드의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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