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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의 '삼성증권 보고서',때아닌 '마사지 논란'

마이너스 리포트 삭제후 신뢰저하, '눈치 논란' 줄이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2.24 15:11:15
[프라임경제] 삼성증권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마사지 논란'을 낳고 있다.

삼성증권은 국내 굴지의 그룹사 소속이라는 점 외에도, 삼성경제연구소와 비견되는 발군의 보고서 작성능력으로 주목을 끌어왔다. 하지만 경제성장률 전망 태도가 오락가락한다는 논란을 빚어 왔다. 지난 해 삼성증권 역시 유사 이래 최악이라는 세계적 경제침체를 겪으면서 삼성증권도 눈치보기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해 삼성증권은 2009년도 GDP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이른바 '마이너스 리포트'를 내놔 국내 경제 주체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삼성증권의 화제작인 이 11월 26일 발표 리포트는 성장률을 -0.2%로 제시했다.  '9월 위기설'을 극복한 후 정부당국은 이후에도 외국계 증권사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칠 때마다 지나친 우려, 한국시장 흔들기라는 진화에 급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증권사 중에서도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내놓는 곳이 나온 데다가, 권위있는 증권사에서 이런 보고서가 나오자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은 상당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이후 조용히 사라졌다. 용기있는 지적이라는 주장도 상당했지만, 마치 삼성증권을 '역적' 비슷하게 모는 분위기도 조성됐고 당국의 시각이 따가워 보고서를 증권사측이 삭제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더욱이, 삼성경제연구소가 비슷한 시기 내놓은 보고서와 너무 차이가 난다는 말도 나왔다. 참고로 연구소에서 나온 전망치(10월 발표치)는 3.6%를 언급했으므로 11월 삼성증권의 마이너스 리포트는 확실히 비교가 됐던 것이다.

삼성증권은 이후 12월 17일과 1월 19일 2.0%로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당시 마이너스 리포트는 애널리스트의 의견으로서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하우스 뷰'라고 불리는 공식 보고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증권사 마이너스 전망 쏟아져, 삼성도 다시 '마이너스' 언급

하지만 이런 해프닝 이후, 국내증권사들도 대거 마이너스 보고서를 내기 시작했다. 삼성증권이 스스로 "리서치센터장 명의로 발표된 하우스 뷰가 아니었다"고 첫 역작의 명예를 포기한 이후 상황이 변한 것이다.

신년 1월 들어서서 현대증권은 GDP 성장률 전망을 -0.7%로 내놨다. 이날 동부증권도 -1.5%로 제시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이달 2일에 -0.3%로 하향조정하면서 마이너스 리포트 대열에 동참했다. 우리투자증권은 9일 전망치를 -2.2%로 내놨다. 기존 전망이 2.7%였던 것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전망으로 돌아선 것은 물론, 5%대 급격한 조정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렇게 분위기가 급변하자, 삼성증권도 다시 마이너스 리포트 대열에 동참했다. 삼성증권은 16일 발표한 경제전망 리포트에서 올해 GDP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이번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 대해 삼성증권은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 우려와 미국 금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 지연, 디플레이션 위험 심화 등이 문제"라고 꼽았다.

삼성증권, "삼성경제연구소 안 따라해" 강력 부인

이렇게 삼성증권이 입장을 묘하게 흐렸다가 뒤늦게서야 마이너스 리포트 대열에 동참한 것을 두고, 첫 테이프를 끊는 것은 부담스러워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지적은 두 가지 논점을 담고 있다. 리포트가 '빠르고 정확한 보고서'를 지향하는 대신 '안전 드라이브'에만 안주한다면 투자자 이익 실현이라는 본래 목적에 어긋나게 된다는 우려다. 둘째 논점은 좀 더 심각한 우려를 담고 있다. 수정의 시점을 볼 때 정부와 삼성경제연구소의 입장 변경을 본 다음 삼성증권이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논란, 즉 '마사지 논란(인위적 수정, 서로 베껴쓰기)'이 문제다.

공교롭게도 삼성증권의 성장률 전망치 수정은 정부의 전망치 발표나 연구소의 발표 등을 민감하게 의식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을 수 있게 시기와 수치가 겹친다.

구랍 16일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3% 전후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을 내놓았고, 삼성증권은 다음날인 17일 2% 리포트를 내놨다. 삼성경제연구소의 10월 보고서와 정부측 언급 등을 '참고'했다는 논란이 나오기 좋은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 상황이 됐다.

이달 16일 나온 -1.9% 보고서도 그렇다. 다른 증권사들이 마이너스 리포트 대열을 조성한 데다가, 10일 취임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도 노력해야 가능하다"는 말까지 하자 안심하고 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측은 "삼성경제연구소와 분석을 공유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 다르게 나온다"라고 말하고, 다만 수치가 비슷해져 가는 데 대해서도 "조직을 따로 갖고 있고 (정보 교류를 하는 경우) 컴플라이언스(준법부서, 혹은 준법망) 등을 따로 통하게 돼 있어 서로 공유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공식망으로 공유해 붕어빵 보고서가 나오지는 않더라도 공개되는 지표이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순수히 '참고'는 가능할 지 몰라도 삼성연구소 등을 '의식'해 고쳤다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물론 혼란스러운 경제 상황에 따라 몇 차례 전망치를 고치는 과정에서 일어난 오해라는 삼성증권측의 설명은 타당한 구석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이 제기됐다는 것 자체가 이전의 삼성증권의 위상과는 다르다는 자체가 문제다. 삼성증권이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삼성증권이 다시 균형감 있는 보고서로 권위와 명성을 다시 쌓는 '정도'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있게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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