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씨티은행에 미국 정부의 지분 확대(현지시간 23일 나온 이 뉴스는 사실상 국유화라는 평가도 있다)가 전해진 가운데 국내 각계도 씨티 관련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에도 이미 진출해 있는 씨티은행(한국씨티은행)은 우리 나라 금융계와 적잖은 인연을 맺으며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본사 출신과 한국 씨티은행을 거친 이들이 각계에 퍼져 뉴스를 만들고 있는 것. 미국 씨티은행이 뉴스메이커로 떠오른 24일 기준으로 씨티은행 OB(퇴임임원)들의 행보를 살펴봤다.
◆ 지주회장 꿈은 못 이뤘어도 차분히 제 할일, 강정원 KB국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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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강정원 국민은행장(국민은행 제공)> |
그리고 이러한 그의 기초 체력 강화 훈련은 이후 국내 금융계에 몰아닥친 미국발 금융 위기 여파에서 국민은행이 살아남는 데 큰 힘이 됐다.
강 행장은 소매금융에 상대적으로 강한 국민은행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다각도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한때 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던 왕년의 라이벌 황영기 kB금융 회장과 찰떡 호흡을 과시하고 있다.
강 행장은 중학교까지 한국에서 지낸 것을 제외하곤 일본, 홍콩, 미국 등을 돌아다니면서 생활한 '코스모폴리탄'이다. 21년간 씨티은행에서 근무하며 해외 감각을 키운 강 행장은 도이치방크 서울지점 대표 등을 거쳐 선진적인 외국계 금융체계가 몸에 뱄다.
강 행장이 5년째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2008년 9월 현재, 점포수 1222개, 26159명의 임직원으로 운영되며 총 보유자산은 274조 6000억원, 순영업이익 2조2454억원, 총영업이익 5조9121억원, 당기순이익 1조8292억원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 비자카드에 한국카드계 대표해 뻣뻣한 공세, 장형덕 비씨카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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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장형덕 비씨카드 사장(공식 프로필 사진)> |
장 사장은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나와 금융계에 투신했다. 그는 한국씨티은행에서 중소기업담당 상무까지 지낸 부지런한 은행원의 표상이었다. 이후 교보생명 대표이사로도 일했다.
그가 최근 다시 부각된 것은 국내 카드계를 대표해 비자카드에 강하게 항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자카드는 한국 카드계에 대해서만 해외 수수료율을 올리겠다고 발표해, 차별적 대우라는 국내 카드계의 원성을 들었다. 이때 장 사장은 비자카드 고위자문역을 내던지면서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놀란 비자카드는 이 방침을 철회한다는 방침을 며칠 후 통보했다.
하지만 장 사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국내 수수료율에 대해서도 문제가 많다며 이 참에 정리를 하고 넘어가자며 공세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다만 비씨카드는 비자카드의 전면 발급 중단 등 최악의 선은 넘지 않고 있다. 이를 단행하는 경우 "고객의 선택권이 제한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지만, 이면에는 이렇게 비자와 끝내 결별할 경우 국내 카드계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아직 탄탄히 갖추지 못한 상황에 역풍이 오히려 클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크기 때문으로 읽힌다.
장 사장이 강공과 물러섬을 어떻게 조율해 원하는 바를 비자로부터 이끌어 낼지 국내 카드계, 언론은 물론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 정치가로 변신,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
한국 씨티은행에서 고위임원을 지내고 '여의도 1번지'로 이동한 이도 있다.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데 성공한 씨티은행 출신은 바로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인 조 대변인은 사법시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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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조윤선 의원(홈페이지 사진)> |
◆ 외국계 금융 출신 합리성, "정서 안 맞다" 후문은 아직 어쩔 수 없는 듯
이렇게 여러 '걸출한 인물'들을 각계에 진출시키고 있는 것은 씨티은행(본국)은 물론 한국씨티은행에서 근무하면서 이들이 합리성을 몸에 익혔기 때문으로 읽힌다. "극히 최근까지도 같이 일하고 같이 나눠먹는다"는 평등주의가 은근히 강했던 국내 금융계와도 조금 다른 분위기 속에서 합리적이고 성과주의, 냉철한 판단을 배워 상황 대응 능력이 남다르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국내 정서와 조금 다르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강정원 KB 지주호'가 탄생하지 못하고 결국 우리은행 출신인 황영기 회장이 키를 잡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도 결국 강 행장의 깔끔한 일처리를 통해 쌓은 이미지보다 '토종은행론' 등을 쏟아냈던 국내 은행업에 대한 황 회장의 애착이 더 높은 평을 얻은 게 아니냐는 말이 없지 않았다.
더욱이 장형덕 비씨카드 사장이 물밑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보다는 강공으로 치닫는 것도 논리적으로 판단한 끝에 대응방법을 정하면 프로세스를 쉽게 바꾸지 않는 스타일이 몸에 밴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비자카드에서 비씨카드를 방문하려 했으나 돌연 취소되는 등 양쪽 회담 분위기가 빨리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의 경우 당선자 워크숍에서 "남들이 저더러 일을 잘 한다고 합니다"로 시작되는 자기소개 멘트를 날려 폭소를 이끌어 냈다. 유머를 통한 화술이었다면 합격점이지만, 초선이 지나친 자신감에 자연스럽게 내놓은 '계산없는' 말이었다면 좀 문제라는 평가가 당시 양재동에 차려진 워크숍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 사이에 나왔다.
하지만 또랑또랑한 말투로 기대를 모았던 조 대변인은 당내 역학 관계 등 여러 문제도 있겠으나, 결국 단독 드리블을 하던 대변인에서 곧이어 차명진 대변인, 윤상현 대변인과 함께 3인 체제로 가는 '개편편성'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뛰어난 능력과 배짱, 합리성으로 무장한 씨티은행 출신 OB들이 우리 금융계는 물론 각계에서 활약하며 뉴스메이커로 활약하는 것은 주목할 만 하며 그 자체로 높이 평가할 일이다. 이들이 다양성을 전달하는 씨앗으로만 끝나지 않고, 그 이상을 일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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