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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09년 금융 블루오션 찾아 경쟁 중

신상품 개발 열기·강세부문 역량집중·군살 도려내기 ‘뜨거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2.23 00:01:14

[프라임경제] 4대 금융지주와 그 산하업체들이 치열한 블루오션 찾기 탐험에 나서고 있다. 작년 한 해 어느 때보다 혹독한 곤란을 겪은 금융계는 군살을 빼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이들은 더욱이 펀드라는 새 시장이 블루오션에서 경쟁이 극심한 레드오션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금융권은 자본시장통합법이라는 새 지평이 열리는 상황에서 남들보다 뒤질 수 없다는 판단과, 새 시장을 열어 성장동력을 공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우리지주, 은행의 역전세지원상품 ‘대박’에 함박웃음

우리금융의 간판스타인 우리은행의 경우 예금보험공사와의 인연으로 은행자본확충펀드를 사용하는 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행보가 활발하다.

특히 우리은행은 우리CS에서 내놓은 펀드를 판매했다가 지난 해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다. 우리은행과 지주 가족인 우리CS자산운용은 크레디트스위스(CS)와 인연을 갖고 공동행보를 보여왔는데(크레디트스위스가 우리CS의 지분 30%를 갖고 있었음) 크레디트스위스에서 공급한 파워인컴펀드 등이 바로 판매사인 우리은행 등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상품이었던 것. 이로 인해 크레디트스위스와 우리지주간에는 사이가 벌어졌다. 크레디트스위스측에 의해 합작파기도 이미 선언됐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은행은 물론 지주까지 곤란을 겪은 상황에서도, 우리은행은 신상품 개척과 판매 열의가 전혀 식지 않는 도전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2009년 들어 내놓은 우리은행의 야심작은 이 상황에서 큰 성공을 거둬 신년 우리은행은 물론 지주 전반에 희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시중은행 최초로 전세가격 하락에 따른 전세보증금 반환 부족자금을 지원하는 신상품

   
   
역(逆)전세 지원 대출(신용대출)을 내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역전세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임대인은 물론 임차인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 상품의 출시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이 상품이 반응이 좋자, 주택금융공사에서도 임대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이 나오는 등 금융권과 당국의 벤치마킹 열풍이 불었다. 이에 고무된 우리은행은 역전세 대출의 신용대출 상품에 이어 자매품인 역전세 담보대출 상품도 출시, 이왕 잡은 기선을 놓치지 않을 태세다.

또 우리은행은 해외로 직접 고객을 찾아나서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교민의 한국 투자를 돕기 위해 도쿄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해외 교포를 직접 찾아다닌다는 ‘해외로 눈을 돌리자’는 정책도 펼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과 신한카드는 신세계 ‘바우처’ 세상 풍덩

KB금융과 신한지주에서는 KB국민은행과 신한카드의 행보가 뚜렷하다. 이들은 그야말로 향후 금융권의 새 시장이 될 금융바우처의 첫 시도를 꿰어차는 영예를 누렸다.

바우처란 정부가 각 개인의 지원을 위해(주로 저소득층 지원 등의 사유로) 주는 일종의 상품권이다. 현금으로 나눠주는 경우 다른 목적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용도를 한정해서 쿠폰으로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기술 발전으로 전자바우처로 발전할 가능성을 띠면서, 시장이 상상 이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복지 예산이 적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실물경제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진작’, ‘내수진작’이라는 차원에서 바우처 시장이 급격히 커질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우선 KB국민은행은 2008년에 산전진찰바우처 사업을 수주할 때 그 전에 4대 바우처 사업을 시험판으로 가동할 때 참여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시장에 한 걸음 먼저 디뎌본 노하우가 엄청난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전자바우처 사업 표준화에 대해서도 2007년부터 정부 당국과 계약을 맺고 교감을 이어오고 있는 등 이 시장에서 독보적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KB국민은행에서는 ‘고운맘카드’라는 사업을 따냈다.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내놓은 이 사업에서 지난 1월 현재 30만명에 가까운 바우처가 신청된 것으로 파악됐고, 이 바우처를 ‘공단지정 출산전 진료비 지정요양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으로서는 시장을 선점한 만큼,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주된 기간(계약기간)을 묻는 질문에 은행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서 민감해 해 공개하기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지난 해 독점이었던 것을 금년 들어서면서부터는 우체국과 같이 사업을 하게 되는 등 경쟁이 치열하고, 계약기간에 상관없이 다른 사업자가 지분을 추가로 빼앗을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 홍보실 관계자는 “KB국민은행 지점이 없는 지역의 경우 발급에 불편이 있다며 항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우체국이 전국에 지점망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시장을 나누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신한지주는 그러나 신한카드의 선전으로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을 누르고 ‘보육바우처’를 거머쥐었다.
신한카드가 수주한 보육바우처 사업은 역대 산업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보건복지가족부가 발주했다.

   
   
신한카드는 이 상품을 학습지 구독, 학원 등록, 아동용 의류 구매 등 관련 산업 전반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트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런 망을 한 번 깔고 고객을 만들어 놓으면, 이들이 나중에 다른 거래를 할 때에도 신한카드와의 사용 경험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변신할 여지도 높다.

◆하나지주는 펀드‘초점’ 역발상, PB 능력 인정 등 ‘조용한 성과’

이런 신한카드의 선전과 함께, 신한지주에서는 사외이사 교체로 문제를 먼저 도려내는 사전 정지작업을 단행해 눈길을 끌었다. 관련법상 문제는 없다 해도 향후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기업인 출신으로 신한에 여신이 있는 사외이사들’을 정리한 것이다. 미리 ‘일’을 해결한다는 차원으로 읽혀, 2009년 큰 행보가 예상된다는 시각이 많다.

신한지주 가족인 굿모닝신한증권 쪽도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굿모닝신한증권 관계자는 자통법 시대가 막 개막된 현 시점을 가리켜 “현재 신상품 개발 등에 금융권 전반이 큰 움직임이 없는 편”이라면서도 이를 대비하기 위해 이미 증권사 내부에서 관련 팀을 1년여 전부터 가동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가 전한 대로 이들이 이미 준비작업을 마친 터라면, 자통법 시대에 신상품 개발에서 증권사 중에는 가장 활발히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움직이는 것은 하나지주쪽이다. 하나지주의 경우 하나은행이 지난 해 손을 댄 키코(KIKO) 상품으로 인해 손실을 입어 우울한 2008년 연말정리를 했다. 고위임원이 책임을 지고 교체됐다는 하마평을 낳는 등 인선으로 분위기를 다잡고 나섰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하나은행은 펀드 판매 우수 조직이라는 강점을 잃지 않고 있다. 한 번 펀드로 고생한 경험이 있는 국내 금융업체들이 펀드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은행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역발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 번 레드오션으로 변한 펀드 시장이지만, 다른 경쟁자들이 못 견디거나 지레 겁을 먹고 이탈을 하면 다시 블루오션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시각의 전환인데, 이를 위해 오히려 다른 금융회사들은 볼멘 소리를 내고 있는 ‘펀드판매책임 강화’에 대해 한층 시장 기준보다 강화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2008년 펀드판매기관 평가에서 최우수(한국투자자교육재단 조사)를 차지한 자신감이 깔린 것이다.

   
   

자통법 시대 개막 후 펀드판매자격제도를 당국은 강화하고 있지만, 한편 일단 기존 경력이나 연수 이수만으로 판매자격을 강화한 직원은 법적으로 펀드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하나은행에서는 이런 직원은 펀드 자체에 손을 대지 못하게 내부 제한을 하고 있다. 새롭게 제도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에 맞추기 위해, 자격인정, 대체 등에 안주하지 말고 새롭게 등장한 자격증을 ‘직접 따라’는 독려다. 대신 이렇게 ‘리스크 관리에 최선을 다한다’는 점을 VIP로 고객을 모신다는 이미지 관리로 승화시키고 있다.

하나은행은 더욱이 프라이빗 뱅킹(PB) 부문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세계적 금융전문지인 ‘유로머니’로부터 ‘2009년 대한민국 최우수 프라이빗 뱅크상’을 받아 금융상품 판매 능력을 인정받았다. 5년 연속 수상으로 PB 시장에서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은행 등과 견주어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하나대투증권 역시 하나IB증권과 합병을 마무리짓고 조직을 재정비한 상황이다. 하나은행과 함께 새로운 상품 출시 등으로 고속주행이 기대되고 있다.

이런 지주간 경쟁 구도가 한국 금융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는 긍정적 성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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