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통상적으로 대선이나 총선에 임박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출판기념회지만, 다소 생경한 시점에 이뤄진 이 행사에 쏠린 국회의 관심은 뜨거웠다. 안 의원의 지역구인 과천과 의왕에서 올라온 지지자들은 물론, 안 의원이 지난 대선정국에서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맡을 때 당대표로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는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 김형오 국회의장 , 정세균 민주당 대표,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등 정치인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운집했다.
이는 안 의원이 오는 5월 교체되는 당 원내대표로 다시 한 번 등장할 것이라는 설이 나오면서다. 현재 안 의원이 경선 출마 선언을 하게 되면(합의 추대가 될 수도 있지만) 경쟁자가 될 후보감으로는 황우여 의원, 정의화 의원 등이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들고 나온 책들의 제목 조차 예사롭지 않았던 것. ‘나는 정권교체를 이룬 행복한 원내대표였다’와 ‘한국 권력구조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니 일종의 출사표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안 의원은 “계속 요청이 들어온다면 피할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피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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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안 의원의 복귀를 호재로 받아들이는 입장은 대략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황우여 의원, 정의화 의원 등이 선수나 신망 면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지만 전투적인 이미지나 진보세력을 상대하는 전략적 능력, MB와 호흡을 조율하는 면에서는 안 의원이 가진 장점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는 것이다. 김무성 의원도 거명되나, 친박 급부상을 거북해 하는 청와대측 입장이나 박 전 대표의 친박 세과시 자중 지시 때문에 원내대표 등장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즉 대선 정국에서 BBK 공세 등 옛 열린우리당의 공세를 전면에서 맞섰기 때문. 안 의원은 당시 원내대표로서 원내에서 옛 우리당의 공세에 대응하는 데 사령탑 역할을 했고, 선거국면 전체로 보면 이명박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내세운 대선 후보가 승리하고, 이어 치른 총선에서도 국정 운영을 잘 뒷받침하라는 의미에서 거대여당을 국민들은 탄생시켜 줬다.
하지만 국민들은 개헌 저지선을 한나당이 움켜쥐는 선까지의 총선 대승은 허락하지 않았다. 더욱이 당선자 다수를 점유하는 한나라당 초선들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우리당 초선그룹이 ‘탄돌이(탄핵 역풍으로 당선되었다는 뜻)’, ‘108 번뇌(108명 초선이 각양각색으로 당지도부를 곤란하게 하니 애물단지 그 자체라는 농담)’ 등으로 회자되던 것처럼 ‘타운돌이(뉴타운 공약으로 덕을 본 특히 서울지역 초선들을 비아냥거리는 신조어)’ 등으로 불리게 됐다.
당이 공천 혁명이라는 명분 하에 다선 그룹 중 상당수가 정치를 자의이든 타의이든 은퇴하는 상황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선수로 볼 때 초선들을 이끌 역량있는 그룹이 질로 보나 양으로 보나 극히 빈약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득 그룹으로 일컬어지는 이 대통령 실형인 이 의원의 전횡(흔히 ‘만사형통’ 즉 대통령 형을 통하면 다 된다는 논란)과 이를 견제하려던 이재오 전 최고의원 그룹의 충돌 등도 문제가 됐다.
친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진수희 의원, 차명진 의원 등은 새 지도부를 구성한 박희태 대표-홍준표 원내대표 중 홍 원대대표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특히 차 의원은 홍 원내대표와의 불협화음 끝에 당 대변인직을 사임하는 등 당내 갈등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을 그나마 홍 원내대표가 특유의 저돌성으로 뚫고 이끌어 왔지만, 특별히 세를 거느리기 보다는 필마단기로 파죽지세 처리에 아직은 익숙한 홍 원내대표의 스타일만으로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 정국이나, 쌀직불금 논란, 한미 FTA 비준안 문제, 예산안 처리 등 정국에서 모두 압승을 거두기란 사실상 어려운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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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당 중진들이 대거 원외로 떠나거나 발이 묶인 상황은 더욱이 새롭게 등장한 이명박 정부 2기 아젠더를 여당이 함께 발맞춰 주는 데 어려움을 배가시킬 것으로 읽힌다. 이재오 전 최고의원의 경우도 4월 총선 이후에나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차기 대통령감으로 압도적 지지세를 얻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다행히 ‘독자적 목소리를 내겠다’는 친박 정치인들의 세 과시 움직임을 자중시키기는 했지만, 그렇다로 국정의 절반을 책임지겠다는 파트너십을 이루기에는 청와대나 박 전 대표 모두 그간의 골이 깊다.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 정권에 합류한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등 청와대, 정부 내 요직에 진출한 당외 인사들도 대부분 강부자 논란이나 방송 독립 문제 때문에 낙마하거나 추문에 휩싸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여당 원내대표는 적어도 MB정부 2기가 속도를 낼 정책집행에 선도는 못할지언정 보조도 못해서느 안 된다는 급한 요구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적임자 후보 중 하나로 원내대표를 어려운 시국에 한 번 해 본 안 의원이 거론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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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국제경제나 국제정치를 모른다는 점에서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는 데 윤증현-진동수 경제팀이나 대북 문제와 관련 국정원 등과 긴밀히 손발을 맞추는 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안 의원은 18대 국회 들어서면서 통일외교통상위원회를 담당 상임위로 받아 2008년 초반부터 국제 정세 흐름을 익히는 데 시간을 투자했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안 의원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해결한 검사 출신이라는 법조 중심 경력과 당직 경험에서 벗어나 상임위 활동에 재미를 붙이고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경제가 휘청이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공조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외교망을 통해 찾는 과정을 유의깊게 들여다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로 눈을 돌리면 개별 기업들의 경영활동 같은 경제 부문의 미시 파트에 대한 전문성 논란은 당분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너무 강직하다, MB에게도 말 안 가린다 이미지로 발목 잡힐 수도
문제는 또 있다. 평소 이미지와는 달리 옛 열린우리당과 현안들을 놓고 맞설 때면 제기되던 무섭다는 이미지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숙제다. 과거 안 의원은 BBK 정국에서 “한 사람도 도망갈 궁리 말라”고 원내 대책망을 돌려 당소속 의원들의 원성을 샀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이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하는 성격으로 인해 때때로 불편한 구도를 형성해 왔다는 점도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원내대표직이라는 짐을 내려놓은 최근에도 안 의원은 개각 국면에서 “이번에 정치인들도 몇 명 입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이 발언은 김무성 의원 등 친박 정치인들을 친이와 친박간 죠율의 윤활유로 삼자는 주장과 맞닿아 해석되면서, 친박 정치인을 너무 챙겨준다는 불만이 일부 소장파 친이 초선들 사이에 잠시 나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점은 홍 원내대표가 이런 문제로 인해 사실상 독대를 못하는 기간을 상당 시간 감수해 결국 정치력 약화로 이어졌던 작년 상황을 생각해 보면 우려되는 대목이다.
결국 공룡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기보다는 야성을 잃고 마치 초식공롱처럼 짐이 되는 정국을 돌리기 위한 조련사로 안 의원이 다시 차출될 모양새다. 하지만 안 의원이 이번에 채찍을 잡을 국면은 어쩌면 지난 정권교체 국면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일단 쟁쟁한 원내대표 후보들과 경쟁해야 하는 점은 물론이고, 다시 등장해도 29년 대공황보다 더 지독하다는 경제위기를 상대로 일을 꾸려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대여 공세를 방어하는 것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제들을 모두 해결해 ‘다시 한 번 행복한 원내대표였다’는 다음 책을 쓸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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