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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장관 '한국은행 대수술' 드디어 신호탄

대정부질의 답변 파장,90년대 한은독립성 이래 최대작업?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2.17 20:55:33

[프라임경제] "아 그래서 그 분이 최근 한국은행을 몸소 방문했구나"

17일 기획재정부 수장이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내놓은 답변들을 구성하자, 최근 한국은행을 기획재정부 장관이 찾은 '역사적 방문'에 대한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다.

90년대 법개정으로 한국은행 독립(재무부 시절 한국은행은 한때 재무부 별관으로 불리기도 했다)이 이뤄진 이후 처음이라던 윤 장관의 방문은 결국 '한은 독립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서로 손발 맞춰 국가 경제를 위해 뛰던 시대처럼 일하자'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젠 기준금리 마사지만 갖고는 도저히 안 된다"

17일 윤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의에 대해 답변하면서 충격적 내용을 쏟아냈다. "중앙은행이 회사채를 직접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것이 이번 답변의 요지다.

이는 회사채(CP)의 직접 매입 등 직접적인 방식에 대해서만큼은 몸을 사려온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전문가들이 결국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중앙은행이 기존에 갖고 있던 권한보다 더 막강한 중앙콘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을 선언한 것으로도 읽힌다.

바꾸어 말하면, 중앙은행(한은)이 '현행 한은법 제 1 조에 매몰돼 물가안정이 알파요 오메가인양 생각해서는 아무 것도 안 된다'는 윤 장관의 최후 통첩이 공표된 셈이다.

한은 등 당국은 아직까지는 중앙은행인 한은을 경제 대책에 선봉으로 세우는 문제에 대해 주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워룸 회의(경제대책회의)가 도입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해진 데다가, 경제 환란이 하루 아침에 끝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윤 장관은 어려운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이제 "공은 한은으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한은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의 틀을 만들어 줄 입법 지원 기능이 있는 여당에도 공이 넘어간 셈이다.

이는 기준금리 정책만 갖고는 더 이상 일을 콘트롤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깔고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최근까지 꾸준히 낮춰왔다. 하지만 시중 유동성은 별반 해결되지 않았다. 윤 장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기업채를 중앙은행이 직접 사들이자는 것은 시중 자금난이 더 이상 정상적인 시국의 경제 정책으로는 처치곤란이라는 뜻이다.

   
   
우리 나라는 현재 신용평가사 S&P가 A 등급을 부여할 정도로(우리 시각 17일 발표) 경제저변 사정 자체가 나쁜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유동성의 이상 징후는 윤 장관 등 당국자들을 애태울 지경이라는 게 문제다.

실제로, 이전부터 "총액한도대출의 담보물에 은행들이 기업에 대출하면서 받은 약속어음과 환어음 등 신용증권들을 포함시키자"는 주장이 나오는 등 주장이 여러 경로로 진언돼 왔다. 한은 및 당국 역시 이것이 적절한 솔루션이 될지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제도준비이사회는 기업어음(CP)과 모기지증권(MBS) 매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출해 금융 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그 결과 미 연준의 자산 규모는 지난 1년 새 2.6배로 늘었다. 지난 해 연말 기준 현재 2조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한은이 회사채(CP)을 직접 매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은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으로는, 금융권 자금시장은 단기적으로 나아질지 몰라도 근본적인 자산건전성 개선 없이는 오래가기 힘들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한은법 개정 등 첩첩산중

즉 현재 위기를 해결하는 일은 단순히 금리를 낮춘다고 가능한(돈이 도는) 게 아니라 구조조정을 하면서 유동성이 필요한 부분에 직접 푸는 방식을 병행해야 한다는 종합 진행이 다각도로 진행돼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우선 한은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한은법 개정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입장차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한은법 개정 문제를 정부 정책의 집행 기능 확장으로 보지만, 민주당은 현재까지 이룩된 한은 독립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은이 더 늦기 전에 힘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수용되려면, 즉 일본처럼 직접적 정책의 단행을 미루다가 '10년 침체'를 겪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현실화되려면 한나라당이 정치력을 발휘해 한은법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숙제로 귀결된다.

한나라당의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가 이번 2월 임시 국회와 3월 임시 국회에서 이 일을 마쳐 윤증현 경제사령부에 선물을 줄지 주목된다. 하지만, 자유선진당이 3월 임시 국회는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민주당이 여당 비토나 다름없이 각을 세우는 터라, 이러한 작업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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