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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 소비자 운동, 연판장으로 진화

조선광고제품 불매운동 수사로 위축,새 위상 찾을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2.17 14:59:58

[프라임경제] 다음 아고라를 중심으로 한 각종 소비자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청원' 기능을 '연판장' 형태로 활용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빅 마우스는 왜 기업 사이트 대신 다음을 택했나?

소비자들이 리플 등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고, 다른 사람의 이러한 산물을 찾아 읽는 것을 소비자들의 기본적 권리로 인식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영렬 KT 상무는 이 점에 대해 다음같이 설명한다. 이 상무는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웹 비즈 컨퍼런스'에서 "메가폰을 든 '온라인 수다쟁이'(외국 연구자들이 말하는 빅 마우스)가 누구인지 많은 연구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 상무는 "우리 나라에서 온라인 주역은 19~24세로, 온라인 사용자 유형 중에 디지털 형 대중이 74%를 차지한다는 연구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 층은 지난 번 촛불 정국에서 정부를 곤혹스럽게 한 디지털로 부장하고 누구의 지휘도 받지 않은 채 살아 움직이는 유동성 시위대를 만든 층과 흡사한 모습을 구성한다.

즉 우리 나라 온라인 세상에서 젊은층이고, 디지털화로 무장된 세력이 의견, 특히 불만을 교류하는 데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소비하는 상품을 만드는 회사, 그리고 판매업자의 사이트에서 의견을 발표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이들이 대안 공간을 찾게 된 까닭은 각 쇼핑몰이나 상품 판매 기업들의 사이트에서는 불만을 제기하기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상 청정원의 경우 불만글을 올리려면 일단 회원 가입부터 해야 하는 등 절차가 있어 즉각적으로 의견을 폭발시키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 CJ홈쇼핑이 갖고 있는 CJ몰의 경우나 GS홈쇼핑이 운영하는 GS이숍의 경우 불만을 접수하는 고객들은 각자의 글을 자기 코너에서 볼 수 있을 뿐(회사측 대응도 이를 통해서만 제공된다) 공개적으로 "나와 같은 류의 불만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지"를 알 길은 없다.

불만 세력의 접촉과 결집 자체가 봉쇄된 셈이다. 이들 홈쇼핑 업체들은 "각 상품별로는 상품평 등을 붙일 수 있게 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예를 들어 부정적 등급을 주기 어렵거나, 부정적인 평만 따로 추려 보기 어려운 구조를 갖기도 하고, 상품평을 안 받는 상품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이들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만든 인기코너 다음 아고라를 사용하거나, 네이트 톡톡을 고발 무대로 사용하는 기능의 전용 현상을 일으켜 왔다.

◆다음 중심 소비자 운동, 검찰과 정면충돌 중

이런 운동은 다음 아고라를 허브로 삼아 '촛불 시위' 에너지가 공급된 데 그치지 않고, 다음 아고라가 다시금 의견의 교류와 응집, 수정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바 있다.

다음 아고라에서 뭉친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촛불을 들고 만나고, 다음 집결지 등을 다시 아고라 등에서 온라인 교류로 정하고 통보받았으며, 다시 이런 온오프 병행 움직임은 오프라인에서 이들을 비판하는 보수언론에 대해 공격을 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동아일보는 촛불을 든 시위대에 사기가 깃봉에서 끌어내려져 모욕당하는 오프라인 수모를 당했지만, 조선일보는 아예 "조선일보에 광고를 주는 기업 물건은 사 주지 말자"는 온라인 직격탄이 가장 집중되는 비극을 당했다. 다음 아고라를 통해 조선일보에 광고를 주는 기업들의 명부를 돌려보고, 서로 전화걸기를 독려하는 등 새로운 형태로 소비자 운동이 결집된 것.

이런 맥락에 빨리 편승하지 못한 농심의 경우 "조선일보는 영원할 것"이라는 도발적 답변을 전화를 건 소비자에게 했다가 소비량 급감과 해당 사원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역풍을 맞았다. 검찰은 이른바 소비자주권 운동 참여자들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부터 3년까지 구형했다. 일부는 벌금형을 구형했지만 전반적으로 구형량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있다.

◆다음 아고라 청원 기능 활용, 첫 사례 '남양유업 사태'

   
   

이렇게 개별적 불만 표출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소비자군으로 뭉쳐 적극적으로 업체를 공격하는 방향으로까지 발전했던 소비자주권운동은 이런 검찰의 적극적 공소권 행사로 일부 변화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아고라의 토양을 소비자운동에 활용하기 시작한 이른바 '다음 아고라의 재발견'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첫 움직임은 세칭 '남양유업 사태'다. 남양유업이 멜라민 오염 의혹이 있는 제품을 다른 나라에 수출해 국가 위신에 먹칠을 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파이낸셜 뉴스 보도에 대해 해당사가 10억대 소송을 제기한 이 사건에서, 소비자 중 일부가 다음 아고라를 중심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것.

이러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파이낸셜 뉴스 외에 다른 언론들이 이 사건에 대한 보도에 크게 나서지 않는 상황(머니투데이와 프라임경제 등 일부 경제지만 초기에 보도를 했을 뿐 후속보도에 열을 올리는 파이낸셜뉴스와는 보도량 자체에서 차이가 난다)이라, 포털의 뉴스 밑 의견 달기만으로는 의견 표출을 할 기반이 조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 중 일부는 다음 아고라에 성명서를 내는 방향으로 아고라 '청원'을 사용하고 있다.

즉 검찰의 수사를 지켜본 이들이 남양에 대한 공격적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주저하고 있지만,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데까지는 아직 크게 제재가 없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는 자기 의견 표시라는 다소 개인주의적인 욕구와 다른 사람 반응을 함께 살피고 싶다는 사회적 동물로서의 욕구를 적당한 선에서 확인하는 차선책으로 각광받고 있는 방증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다음 아고라의 청원 게시판이 '연판장'으로 활용되는 새로운 움직임이 소비자 운동의 새 장을 열지, 아니면 일시적 변종으로 끝날지, '남양유업 사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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