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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톡톡, 소비자운동 허브된 까닭은?

불만 결집 어려운 CJ·GS등 각종 회사사이트 떠나'새둥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2.17 10:22:27

[프라임경제] 여론 형성, 정서 교감의 장으로 기능하는 인터넷 게시판이 기존 기능 외에도 소비자 불만을 표출하는 허브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무대가 되고 있는 곳은 다음 아고라와 네이트 톡톡. 아고라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일찍부터 한메일을 운영하면서 구축한 인적자원으로 활발한 여론 형성과 정보 교류 기능을 갖춰 각광받아 왔다. 네이트 톡톡의 경우 SK컴즈 계열 사이트들이 대부분 네이버 등 여타 업체들보다 이용자 규모에서 밀린다는 점에도 불구, 높은 흡인력과 충성도로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이를 무대로 다른 곳에서는 토로하기 어려운 정보와 불만을 소통, 공유하는 일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불만세력, 왜 기업 사이트 대신 게시판 택했나?

소비자들이 이런 대안을 찾게 된 까닭은 각 쇼핑몰이나 상품 판매 기업들의 사이트에서는 불만을 제기하기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발암물질 참기름과 양념장 고추장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대상 청정원의 경우 불만글을 올리려면 일단 회원 가입을 하는 등 절차가 간단하지 않다.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 CJ홈쇼핑이 갖고 있는 CJ몰의 경우나 GS홈쇼핑이 운영하는 GS이숍의 경우 불만을 접수하는 고객들은 각자의 글을 자기 코너에서 볼 수 있을 뿐(회사측 대응도 이를 통해서만 제공된다) 공개적으로 "나와 같은 류의 불만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지"를 알 길은 없다.

불만 세력의 접촉과 결집 자체가 봉쇄된 셈이다. 이들 홈쇼핑 업체들은 "각 상품별로는 상품평 등을 붙일 수 있게 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예를 들어 부정적 등급을 주기 어렵거나, 부정적인 평만 따로 추려 보기 어려운 구조를 갖기도 하고, 상품평을 안 받는 상품도 존재한다.

   
   

더욱이 고객들이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에도, 약관 등을 통해 이유없이 잦은 불만을 소비자는 회원권을 정지하거나 강제탈퇴시킬 수 있게 규정하는 등 불만제기에도 족쇄가 마련돼 있다(이에 대해 CJ홈쇼핑 측은 이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한 분의 고객이라도 더 유치하고 싶지만, 예외적으로 다른 고객의 이용 등에 방해가 될 정도의 고객도 있다면 이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니겠느냐는 취지로 해명했다).

   
   

◆SK컴즈&다음커뮤니케이션, "이거 은근 부담스러운데?"

이에 따라 네이트 톡톡과 다음 아고라 등에는 활발한 고발성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초창기보다 오히려 더 이용자가 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는 다음 아고라가 촛불 정국에서 보여준 저력과, 네이트 톡톡이 가진 매력이 엠파스와 네이트 간 통합 작업(2월 말 완성)으로 인한 기대심리로 풀이된다.

이러한 게시판 상황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에 대한 광고 중단 압박 등 개별 상품에 대한 반발이 아닌 일종의 경향성을 가진 '집합적 행동'으로 연계되면서 동시다발적 소비자 운동으로 퍼져 나아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들 게시판은 특히 생활경제부 기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각종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것은 지루한 작업이지만, 정리하다 보면 업계의 문제점을 깊이있게 빨리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불거진 각종 식품 이물질 파동들의 이면에는 이러한 게시판과 이용자들 그리고 언론간의 연결고리가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정작 포털사들은 크게 반기는 눈치가 아니다.

SK컴즈 관계자는 이러한 경향에 대한 회사측 반응을 묻는 질문에 큰 대응(여기서 대응은 규제 등 부정적 방향으로의 제어를 말함)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회사 내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당란을 새로 만들어 주지도 않을 것", "저희는 그저 플랫폼만 제공한다는 입장"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역시 지난 번 촛불 정국 문제와 맞물려 보복성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어 이러한 상황이 편할 리 없다. 보복 논란까지 말이 번진 것은 네이버 등에 비해서도 엄청난 추징액을 부과받아 '촛불정국'에 토대를 제공한 점이 정권의 미움을 샀다는 해석을 낳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다음은 아고라의 글들을 뉴스플랫폼에서 떼어내기로 결정하는 등 거리두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아고라를 토대로 뿌리내리고 있는 소비자 운동 역시 강화된 지원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불만을 말할 자유를 찾아 불모지를 개척한 소비자들이, 게시판 관리 및 운영을 맡은 회사들의 무관심 속에서 어떤 발전성과를 올릴지 주목된다. 특히, 최근 검찰은 다음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광고 불매 운동 등에 대해 예상을 넘는 강한 구형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내외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허브를 택한 소비자들은 옥토를 일궈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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