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계 전반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고객 행복 파트너'를 자임하고 나섰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4분기에서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올렸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는 금융시장 상황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으나, 이 행장은 16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은행장으로서 죄송스럽다며 겸허한 결과 수용의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 행장은 영업 상황이 어려운 때라도 이렇게 인정했지만, "균형 성장과 고객파트너 경영, 정도 경영의 자세는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당기순익에서 부진, 하지만 '탑라인'은 우수
이번 4분기 실적 뚜껑을 열었을 때 시선이 쏠린 부분은 당기순이익 부분이다. 이 행장은 "우선 작년도 실적에 대해 은행장으로서 죄송스럽다는 말씀 드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직원 역량은 물론 (은행 자체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불구, 바텀라인에 해당하는 당기수익이 저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다른 은행에 비해서도 아주 나쁜 것임에 분명하다"고 인정했다.
또 이번에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과거 국제신용등급이 A+ 이상인 유가증권이 내부 의사 결정 프로세스에 따라 취급했지만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실적에서는 다른 점도 눈에 띈다. 이 행장에 따르면, 영업 수익에서 이자 이익과 비이자 이익 등은 4조 9000억원을 시현했다. 2007년도 대비 5.1% 증가한 숫자가 되기 때문에 탑라인은 다른 은행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이 행장은 분석했다.
◆행복 파트너 자임, "정도 경영해 나갈 것"
이렇게 수익면에서 초조할 때지만, 실적 회복을 위해 무리수를 둘 생각이 없다고 이 행장은 못박았다.
이 행장은 "취임 후 여러 가지 영업 전략 수정을 해 왔다"면서 "제일 먼저 말한 게 균형성장을 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조달과 운영 균형. 균형 은행경영 중심을 두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그 증거로 이 행장은 "과거에 조금 역량이 집중됐던 카드 사업이라든지 몇 분야에서 속도조절을 해 왔고,
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정도영업'이다. 금융회사간 과당경쟁이 있었던 점에서 건전한 금융관행 벗어난 세태를 우리은행이 주도적으로 바로 잡을 것이라고 이 행장은 말했다. 또 모범적 영업 고객이익을 앞세우는 행복 파트너 키워드를 제시했다.
◆영업점 줄이기 다이어트 천명, 하지만 강임 등 조치엔 '글쎄'
이 행장은 상반기에 적자 점포인 인천국제공항 지점을 닫는 등 연말까지 30여개의 점포 통폐합할 것이고, 7000여개 자동화기기 중 저조한 실적의 300여 기기는 철거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점포의 경우 신설도 20개 있으므로 연말 실제 규모로 따지면 10개선에서 감소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 행장은 은행원의 과다 연봉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행장은 기자들의 "은행원 연봉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지적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은행연합회와 금융노조가 합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개별 지부와 은행간 협상은 은행연합회의 행보 이후에나 가능할 수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소기업지원 "더욱 신경쓸 터", 자금은 '확충펀드'에서 끌어온다?
이 행장은 "15일 금융권과 금융위원회간 워크숍이 있었고 이 자리에서 우리은행에는 금년도 6조 1000억, 순증가를 하겠다고 MOU에 체결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작년도 중기 지원 증가 수준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설립된 기관인 기업은행 다음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은행자본확충펀드에 대해서는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구상을 공개했다. 금액에 대해서는 "2조원 이상을 도입할 것"이라고 이 행장은 소개했다.
◆"눈치 보기 힘드네" 속내 드러내기도
하지만 이러한 신중하면서도 자신만만한 설명 끝에도 이 행장은 우리은행에 자금을 투자한 투자가들과 특히 지난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자금을 받은 예금보험공사를 의식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 외화 차입금에 관해 콜옵션을 행사한(갚기로 한) 신한은행과 비교되는 대목에서 이 행장은 "4억 달러의 외부(외국) 차입금이 지금 콜옵션 시기가 다음 달 도래한다"고 말하고,"5년 이후에도 콜옵션을 행사 안 하면 리보금리+230bp인 금리에서 +115 bp를 줘야 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자 추가 지출에 대해 투자가들은 불만이 없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이 행장은 언급했다.
하지만 지금 금융수준을 감안하면 345bp같으면 굉장히 낮은 것이라고 이 행장은 설명했다. 즉, 지금 신규로 자금을 차입하려면 이보다 훨씬 높은 가산금리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대략 1000bp 추가 지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행장은 "지금 콜옵션 행사하려면 리보+10%정도 국제금융시장 하에서 다시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단순히 투자가들이 원한다고 해서 콜옵션 행사를 해야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다만 이 행장은 법률상 하자가 없고 이런 맥락이 있지만, "그래도 투자가들의 반발 때문에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 115bp돌려주고 어떤 합리적 안을 만들어서 금리를 좀 더 얹어 줄 것을 협상할 것으로 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예보의 감독권에 대해서는 조금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예보에서 MOU 내용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우리은행 MOU 연장개정안은 이미 제출되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시장이 안정돼 있다면 예측이 비교적 쉬울지 모르겠지만(실현 가능한 MOU안을 만드는 게 쉽겠지만) 앞으로 2년간은 불안정한 금융상황일 것이며, 이런 때 미래를 예측한다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매분기 점수치를 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분기별로 받게 되어 있는 점검을 반기별로 받는 등 여러 안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이전에 우리은행은 예보로부터 기관주의를 받은 바 있는데, 이는 예보와 MOU를 체결할 때 내세운 기준에 달성을 못 했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2년 전 가정했던 상황에 미달했다고 해서 제재조치를 내린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게 아닌가"라면서 현재 금융권이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임을 강조하고, 예보 점검 주기와 주의 조치 강도 등에 대해 다음 MOU 하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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