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은행권에 은행자본확충펀드 이용을 적극 독려해 담판을 지으면서 은행권 자금 확충 문제가 새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위-시중은행간 워크숍을 통해 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공개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9개 은행은 원칙적으로 자본확충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는 자본확충펀드는 어려운 은행을 돕는 것이 아니라 참여한 은행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신청 후 확대 본격화 계기될 것
이는 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 사용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은행 전반이 함께 펀드 이용에 나서도록 역발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은행은 지난 해 금융당국이 20조원 규모로 조성하고 있는 펀드의 첫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기업은행, 하나은행 등은 당국이 요구한 자본확충 비율을 맞추는 데 고전하면서도 이 펀드 사용을 망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은행들 중기 지원 확대 '요청'했나
하지만 이렇게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장간 워크숍이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매듭지어지고 급물살을 타기는 했지만, 은행펀드의 문제점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펀드를 기왕 조성해 놓고 사용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나, 중소기업 대출을 더 늘려야 한다는 우려를 해결하는 데에는 이번 워크숍 내용이 도움이 되겠지만, 은행펀드 탄생 이후 줄곧 계속되어온 우려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15일 워크숍에서는 중소기업 대출 확대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위원장은 "정부가 최근 신용보증 확대방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호응하기로 했다"면서, "은행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늘리겠다는 합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제침체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을 상황에서 초조해진 당국이 펀드 이용과 정부당국이 원하는 조건으로 움직여 줄 것을 시중은행장들에게 압력(혹은 요청)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기로 가닥을 잡은 게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펀드 조성과 신청 접수 이후 은행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경영권 침해가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점차 짙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켠에서는 규제개혁, 한켠에서는 '행정지도'
정부는 은행들이 경제침체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 장치로서 버텨줄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 하에 BIS 비율 상향 조정 등을 주문해 왔다. 은행자본확충펀드 조성 역시 은행을 튼튼하게 만들어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나온 것으로 읽힌다.
전광우 금융위원장 시절 이미 이런 기틀은 은행 자본확충에 대한 3단계 안이라는 정책명칭으로 청와대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워크숍 이후 발표 내용을 보면, '진동수 위원장' 체제 하에서도 이런 기틀이 대부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자구 노력을 통해 스스로 자본을 확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려우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연기금 등이 참여하는 자본 확충 펀드를 만들어 은행 후순위채 등을 매입해 주는 2단계로 돌입하며, 3단계는 공적 자금 투입이라는 것이다.
이번 펀드 조성은 이 중 2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부가 경제침체가 장기화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판단을 하면서 고삐를 바짝 죄기로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진 위원장이 연 워크숍은 이런 고삐죄기가 금융사령탑이 바뀌어도 이어질 것임을 강조한 메시지인 셈이다.
하지만 'MB노믹스'의 기틀을 놓은 곽승준 전 청와대수석은 "규제 완화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최근 주장하고 나섰다. 금융연구원 역시 15일 발표된 보고서를 통해 "은행에 공적자금 등을 투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 오히려 산업자본의 진출 비율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들로서는 이번 펀드 투입 역시 여러 가지 금융당국 입김 강화를 달고 들어올 것이 강하게 우려된다는 점에서 공적자금 투입(3단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상황으로 읽힌다.
금융위기 후 공적자금 등을 받고 있는 월스트리트 역시 오바마 행정부가 규제 잣대를 들이대자, "이런 조건으로는 공적자금을 쓸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임을 참고하면, 규제완화 열기와 가이드라인 강화 사이에서 장단을 맞추기 어려운 우리 금융계의 속내도 충분히 짐작가능하다. 이에 따라, 금융정책을 놓고 당정청간에 일관성 있는 로드맵을 그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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