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번에 통과된(미국 시간 13일) 경기부양안은 세계 경제주체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7870억 달러 상당이라는 엄청난 규모 못지 않게 바이 아메리카 조항을 미 하원에 이어 상원 역시 그대로 통과, 현실화시켰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반발
경기부양법이 허락한 재원을 사용한 공적 사업에서는 미국산 철강과 물품을 구매할 것을 강제하는 이 조항은, 미국 기업들에 대한 특혜 논란을 낳으면서 향후 '무역전쟁'의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13일 미 상원과 하원은 바이 아메리카 조항이 포함된 7870억 달러 규모의 긴급경기부양법안을 최종 가결시켰고, 이에 따라 법안은 내주 초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받으면 예정일(오는 16일)까지는 세상에 태어날 전망이다.
앞서 유럽연합(EU)와 캐나다 등은 이 조항이 전 세계적 경기 침체 상황에서 보호주의로 돌아서지 않겠다는 미국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역시 우려의 뜻을 전했고, 우리 나라는 14일(우리 시간) 대통령 측근 인사인 사공일 교수가 "결국 세계의 반발로 오히려 미국산 물품의 수출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오바마가 거부할 가능성은 거의 0
이제 공은 서명권자인 백악관에게 넘었갔다. 하지만 이런 국제적 우려 목소리에도 불구, 문제는 이번 법안에 대해 오바마 정부가 반대 의사를 개진할 가능성은 없다시피 하다는 점이다.
이에 이날 최종 가결된 법안은 바이 아메리카 조항과 관련, "국제협약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적용된다"면서도 "미국의 공익에 부합하거나 합당한 사유가 있다면 이 같은 (준수) 의무를 면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정부에 최대한의 힘과 재량을 준 매력적 조항이라 거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더욱이 미국의 새 선장격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자동차 산업 등에 대해 보호무역적 색깔을 드러낸 적도 있어(한미 FTA 문제에서 자국 자동차 산업 피해만 주목한 적이 있다) 이런 문제점보다는 조항의 불가피성, 필요성에 주목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WTO 제소 등 각종 분쟁 빈발한 다음엔 국제적 블록화 우려
이에 따라 유럽과 일본, 중국 그리고 세계 각국은 각종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수순은 과거 슈퍼 301조의 보호무역적 색채에 대해 유럽연합 등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던 점 등의 전례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및 미국과 분쟁을 빚을 세계 각국이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절박감을 갖고 있어 이런 격돌 후에도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1929년 대공황 당시의 파운드 블록, 프랑 블록 따위의 경제 공동체 구성 방식을 모색하면서 세계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보호주의 색채를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대책 마련 제대로 될까?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 나라는 정, 관, 재계 어느 곳에서도 대책을 미리 준비하는 데 성공한 듯한 조짐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각분야에서 전문가들이 노력 중이지만, 닥쳐 올 파고에 비해서 방파제 규모가 너무 작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번 금융위기를 겪은 뒤에도 아직 '규제 혁파'의 주문에만 매몰된 여당 내 일부 인사와 정부 관료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곽승준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위기라고 해서 규제 개혁을 멈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우리 나라 금융 수준은 아직 초등학생 수준"이라면서 "대학생 수준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수면 아래로 잠수했던 규제 개혁 위주의 정책 기조에 다시 급피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지난 해 각종 위기 정국에 대한 초기 대응에서 규제 혁파 위주 접근은 금산 분리, 종부세 폐지 등 각종 현안에서 국민 여론 분열을 초래했다. 규제 개혁 자체가 나쁘지는 않지만, 각국이 보호 색채를 강화해 나가는 조짐이 엿보이는 상황에서 시점이 좋지 않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나 곽 전 수석은 이른바 'MB노믹스'의 기틀을 닦은 중요인사라 이번 발언이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은행의 역할론 강조 등 문제점 해결을 위한 업그레이드된 조치를 강구하는 데 영일이 없지만, 초동 대응 실패의 주역인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이 국가경쟁력위원회 수장직으로 영전하는 등 아직 혼선이 정리되지 않은 모습도 보인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현안에 대한 야당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기능보다는 격돌에 치중하고 있는 점도 자중지란의 한 예로 꼽힌다.
이에 따라 국제 정세의 변화가 무역 의존도가 극히 높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본격적으로 의논해야 한다는 새 과제를 합심해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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