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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수난 시대? 신한지주 KT 교체 칼바람

수명 짧아 제 역할 '난망'…대학가도 개방형 이사 푸대접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2.13 10:19:17

[프라임경제] 기업이나 단체의 순혈주의를 배격하고 정도에서 벗어난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제 및 개방형이사제가 표류하고 있다.

어느덧 10년 세월을 견뎌온 제도지만, 아직도 기업들이나 금융기관, 대학들의 몰이해와 편리에 따른 이용으로 제 목소리를 내는 '감시견' 역할을 잘 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에 신한지주가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대거 '교체)'함으로써, 언제고 사외이사를 갈아치울 수 있는 기업들의 인식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대학가라고 다르지 않다. 개방형 이사 임명을 위한 실질적 기구 구성이 표류하면서 막상 공백을 그대로 '방치'하는 예로 목격된다.

◆신한지주 대거 교체의 의미

   
   
신한지주는 12일 주총 소집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 12명 가운데 기업인 출신 5명을 교체하고 6명을 재선임하는 인선을 단행했다.

이번에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사외이사는 김시종 스타 회장, 박병헌 대성전기 회장, 양용웅 도엔 대표이사, 최영훈 일본 에이신 그룹 회장, 허영섭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등이다.

신한지주 등에 따르면 일단 거론된 이유는 '일신상의 이유'다.

하지만 또다른 설명도 들린다. 문제는 금융감독당국이 최근 금융기관의 사외이사가 자신이 일하는 곳과 여신거래를 하면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해석에 따르면 신한지주의 행동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자본시장통합법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구태를 도려내고 간 것'이라고 높게 평가될 수도 있다.

사실 신한지주는 사외이사와의 여신거래 여부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물러난 사외이사들은 여신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금융 당국이 이에대해 문제를 제기했을때 신한지주는 문제를 부랴부랴 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사외이사에 대해 철저한 검증없이 영입했다가 문제가 제기되자 봉합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신한지주측이 일부러 문제를 만들어 놨다가 편리에 따라 교체했다는 해석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여지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KT 사외이사는 잔여임기도 남기고 'OUT'

KT는 사외이사는 5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떠난 일이 있다. KT 등에 따르면 구랍 11일 자리를 떠난 사외이사는 윤정로, 김건식, 김도환, 윤종규, 오규택 등 5명이다. 이들 중도 퇴임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김도환(세종대 교수), 윤종규(김앤장 상임고문) 사외이사는 금년 초 임기가 어차피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이사회 의장인 윤정로(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오규택(중앙대 교수), 김건식(서울대 교수) 사외이사는 오는 2010년~2011년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KT 수장들이 임명 혹은 면직될 때마다 매번 이야기되어 온 것이 독립성 부재 논란을 생각하면, KT의 경우 사외이사 노력이 더 필요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장을 보좌, 제어해 정치 바람 논란을 불식시킬 할 가장 중요한 보루인 사외이사가 이렇게 무기력하게 자리를 떠나는 상황에서는 제 역할 수행이 난망하다는 평가다.

◆고려대, 중앙대 등 명문대학도 개방형 이사 '부담'

대학의 경우 기업의 사외이사와 유사한 개방형 이사라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기업들에서 사외이사 제도가 이처럼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것과 같이, 개방형 이사제 역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문제에 주목했다. 안 의원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일반 사립대학 148개교 중 4분의 1에 달하는 31개 대학에서 개방형 이사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대의 경우 선도적으로 개방형 이사제를 시행해 주목을 끌었지만 최근 박용성 이사장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새롭게 재단을 접수한 두산그룹 CEO 출신 박용성 이사장이 간담회 중에 "학생들이 추천하는 인사가 개방이사가 되는 것은 노조위원장이 기업체 사외이사로 들어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도하 언론을 장식한 것이다. 12일 중앙대 관계자는 "와전된 것"이라고 전했다. 일단 중앙대는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는' 정도에서 향후 개방형 이사제 상황을 지켜보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대 못지 않은 명문사학인 고려대 역시 개방형 이사 임명에 인색하다.

고려대는 현재 재단 이사회의 12명 정족수를 맞추지 않고 있다. 이사 12명, 감사 3명이 정족수이고, 개방형 이사 임명을 위해 '정관'도 고친 상황이다. 하지만 대학 평의회를 열지 못해 개방형 이사 등이 임명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13일 법인관계자는 전했다. 일단 정족수 미달로 학교 사무에 지장이 없는 상황에 개방형 이사 임명을 위해 애쓸 필요가 없어 느긋한 게 아니냐는 뒷말을 낳고 있다.

◆독립적 역할 기업과 대학 인식할 필요

하지만 이렇게 개방형 이사나 사외이사를 귀찮은 존재, 없어도 무방한 존재, 껄끄러운 존재 등으로 보는 시각이 바뀌지 않으면 제도를 당초 도입한 이유와 배치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은 부담스럽겠지만 사외이사들의 시각으로 스크린한 다음 정책을 결정하면 소송이나 물의를 빚을 가능성이 줄어드는 점은 분명하다는 게 일반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외이사 등을 오히려 손쉽게 관리하려는 관행이 일반화된다면 사회적 비용 지출은 늘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 신한지주 사례나 고려대 사안은 이런 우려를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편, 사외이사들, 개방형 이사들 스스로도 선임 과정이나 활동에서 스스로 떳떳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가 국내 67개 기업집단에 소속된 247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748명을 대상으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분석한 결과 지배주주 등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는 131명으로 전체의 17.65%로 집계됐다. 신한지주 건도 여신 문제를 이해관계로 보면 이와 흡사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 개방형 이사 스스로 감시견 역할에 걸맞는 품위 유지가 가능한 상태에서 승낙, 활동해야 하고, 기업이나 대학들도 이들을 부담스러워 하기보다 멘토로 인식하는 시선 교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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