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2일 개최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5%p 내렸다. 이에 따라 0.25%p 조정 주장은 일단 실물경제 활성화를 주장하는 0.5%p하락 필요 주장을 수용, 금리인하폭을 정한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번 조치 이후에 대한 논의가 이미 시작됐다. 조정 방안으로 금리인하 자체에 매달리기보다 우리나라 경제가 이른바 '유동성함정'에 빠지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한은의 금리정책보다 정부의 재정정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 내려도 실물경제 영향 없어, '부동자금만 커져'
현재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뿐만 아니라 당국 관계자들을 고민하게 하는 것은 연이어 기준금리를 낮춰도 시장에 생각만큼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이 대출에 적극 나서기 보다는 다시 중앙은행으로 돈을 돌린다는 불만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2일 정부의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녹색기업 등 일부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신용보증기관이 100% 대출보증을 해 주기로 한 것은 은행들을 달래기 위해 당국이 직접 나서야 할 정도임을 방증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에 반해 막상 시중 시장참여자들은 자금을 안정적, 장기적으로 묻어두기보다는 단기자금으로 갖고 있어 사실상 '부동(떠있는) 자금'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런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은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고 나중에 부동산, 주식 등으로 일거에 쏠릴 경우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10일 기자회견에서 "자금 부동성 부분이 가장 걱정스럽다"며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유동성 함정에 한국 경제가 말려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1일 "우리 경제가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시장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기업의 투자나 가계의 소비 역시 진작되지 않는 유동성함정에 빠지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대두됐다"고 밝혀 문제를 공론화했다.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로 공급된 자금이 단기 부동화되거나 한국은행과 은행들 사이에서 회전하는 등 실물부문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연구원은 "실제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사상최고치인 110조원을 넘어선 반면 은행권 중소기업대출은 증가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재정정책이다
연구원은 이어서 자금의 부동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정책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정정책을 본격화하자는 정책 움직임 등에 주목을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시대 이후 윤증현 장관 시대로 바뀌면서 본격화 신호탄이 올랐다. 윤 장관은 부임 연설을 통해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입 등 은행들을 통한 금융위기, 경제침체 등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는 '견인 정책'을 논하면서도 "추가경정예산이 시급하다"고 일갈했다.
사실상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릴 필요성에 대해 공식 언급한 것이다. 이는 내수 진작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그간 무시됐던 대책이 강 전 장관 퇴임 이후 서출 위주 정책에서 내수 진작 등으로 선회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더 이상 금리 인하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따른다. 정부 정책 기조가 변경된 터에 더 이상 금리를 낮추는 것을 주요 무기로 삼기보다는 금리는 보조수단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번 금리 인하도 폭이 컸지만, 금리를 0 금리에 접근시키는 미국식 대응을 따라하기보다는, 경기 부양이라는 전반적 그림을 위한 하나의 세부 수단으로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이번 금리 인하 이후 다음부터는 금리 조정에 한숨 돌리기 공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 금융과 실물경제 위기가 하루 이틀을 갈 것이 아닌 한, 금리를 미리 0 금리에 가깝게 만들어 강한 시장 콘트롤의 '열쇠' 하나를 먼저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번 금리 0.5%p 인하는 그 자체로 금리 하락 기조를 반영한다기 보다는, 재정 정책 중심으로 가는 연결고리로 받아들이는 게 설득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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