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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자통법 시대 은행·증권 격돌 본격화

지난해부터 '꿈틀' 신한지주 IB전문가 전진배치'마침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2.11 13:11:48

[프라임경제]은행들과 증권사가 자본시장통합법 시대 대응에 본격화하는 태세다.

자통법 시대의 특징은 그야말로 "하지 말라고 규정된 것 빼고는 다 해도 되는 세상이 열린다"고 정리될 정도로 상품 개발과 판매 전쟁이 무한 경쟁 국면으로 들어간다는 것.

증권사들이 펀드 등 새로운 금융상품을 대행해 판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은행들의 반격 역시 만만찮을 전망이다. 그만큼 은행과 증권사 간에 고객 관리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해석이다. 은행권은 강화된 상품 판매 기준 등을 이수하기 위한 교육과 기존 고객 유지를 위한 전방위 대응체제에 돌입했고, 증권사는 증권사대로 투자은행(IB) 키우기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증권사들 조심스러운 가운데, 그래도 '자통법 시대 반갑다'

증권사들의 기대감은 아직 표정관리 중이지만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소액결제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신한증권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이는 은행 계좌보다는 아무래도 불편했던 증권사 계좌가 소액 인출 등에서도 완전히 은행을 따라잡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보다 이율이 높은 증권사 CMA로 대거 고객 이동도 예상할 수 있다.

신한증권 변신의 화룡점정은 또 자본시장통합법 시대를 맞춰 새 사장을 영입한 부분이다. 이휴원 신한은행 부행장의 증권사 수장 이동은 IB (투자은행) 기능 강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 못지 않게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곳은 대우증권. 대우증권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민영화를 추진하게 되면서 독자생존 모색을 강하게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황에서 대우증권은 산은 내 IB(투자은행) 파트와 각각 별개로 독립하거나, 합쳐져 독립하는 등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를 대비해 현재 대우증권은 선발주자인 동양종합금융증권 등을 따라잡는다는 목표로 대대적으로 적립식펀드와 CMA 계좌 판매를 독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발주자들을 따라잡고, 고객 정보 축적을 통한 또다른 상품판매 가능성을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라는 것이 회사 관계자 설명.

KB금융지주 소속인 KB투자증권 역시 자통법 시대에 지주 후광으로 사는 회사가 아닌 독자적 역량을 가진 회사임을 입증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성과를 올리고 있다. KB투자증권이 롯데그룹의 주류 M&A 자문을 따내면서 업계에 역량을 널리 과시한 것은 특히 주목할 만 하다.

한편 KB지주측은 유진투자증권 매수를 놓고 인수3파전에 뛰어들었다. 당초 KB지주는 르네상스 PEF에 기선을 빼았겼지만, 이 인수우선대상자 문제가 다시 백지화되면서 다시 희망이 생겼다. 이미 KB지주는 유진투자증권 매수에 대해 상당히 열의를 갖고 사전 조사를 진행한 바가 있어, 뒤늦은 인수전 참여는 결과와는 상관없이 증권업 확대에 대한 강한 바람을 방증한다는 해석이다. KB투자증권이 힘을 얻을 것임은 분명하다.

◆은행권도 대대적 공세

하지만 은행권 역시 이러한 자통법 시대 경쟁에서 증권사들에게 선두를 뺏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그간 임원 일괄 사표 등으로 홍역을 치른 농협이 몸을 추스르고 자통법 시대 선점을 위해 뛰어든 것이 눈길을 끈다. 농협은 지난 6일 국내 최초로 포켓뱅킹서비스를 개시했다. USB와 IC칩을 결합한 금융매체로 은행과 증권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재형 농협 e비즈니스부 팀장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른 종합금융시대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 해 인사에서 IB관련 임원을 새로 바꿨다.

국민은행 역시 이러한 상황에 대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특히, '우수고객'을 상대로 한 자통법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일부터 국민은행은 PB고객을 상대로 한 자통법 시대 특강을 지방순회로 평치고 있다. 고액 자산을 갖고 있는 고객들에게 자통법이라는 새 무대를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민은행에 대한 충성도를 제고한다는 복안이다.

◆서로 다른 위험부담 설명, MB맨 전진배치 등 그림자도

하지만 이같은 자통법 시대 본격전쟁 국면에서 일부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드러난 문제는, 같은 펀드 상품을 놓고도 은행과 증권사 마다 위험도 설명에서 엇갈린 태도를 보이는 등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설명방식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 이는 지난 해 펀드 불완전 판매 홍역을 치른 금융권이 서로 몸사리기를 하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물론 각회사가 각자 판단에 따라 고객들에게 설명하고, 고객들에게 평가받는다는 자유경쟁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금융 정보에서는 은행과 증권사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고객들로서는 쇼핑의 즐거움보다는 곤혹스러움이 더 큰 국면이다.

또 이번 신한증권 신임 사장 부임에서 보듯, 이른바 IB 전문가 발탁이라는 이면에 MB측 후배라는(동지상고 후배인 이 사장 발탁으로 신한증권은 우리은행이나 국민지주 못지 않게 정부와 연관있는 인물을 전면 배치한 셈이 됐다) 문제가 불거졌다. 투자은행의 기본 맥락인 대형 M&A 자문 등의 속성상, 이렇게 권력과 연관이 없지 않은 인사들이 음으로 양으로 자문사 선정에서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부터 각종 우려를 안고 시작하는 자통법 대전에서 어느 은행과 증권사가 두각을 나타낼지, 어느 부문이 더 큰 수혜를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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