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굴지의 홈쇼핑업체로 용호상박의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CJ홈쇼핑과 GS홈쇼핑. 이들은 국내에 홈쇼핑 산업이 태동하던 케이블 티비 초기부터 서로 경쟁을 펼쳐 왔다.
그런데 이들 회사들이 고객 불만 처리에서도 유사한 기법을 서로 공유하며 선의의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발견되고 있는 곳은 이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쇼핑몰. CJ홈쇼핑은 CJmall이라는 홈페이지를 갖고 있고, GS홈쇼핑은 GS이숍을 거느리고 있다.
◆고객님, 불만글은 서로 보실 수 없습니다
이들 두 업체는 모두 케이블 티비 외에도 온라인 홈페이지를 운영, 사업 영역을 보충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만으로는 소화하기 어려운 고객 응대와 온라인 주문 접수 등 기능을 분담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사이트에는 불만 접수 코너도 설치돼 있다.
그런데 이 고객 불만 접수 코너는 현재 양사 모두 다른 고객들의 글을 읽을 수 없이 회사와 1:1 상담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GS이숍의 경우 고객이 글을 올리는 경우 나의 상담 내역으로 자신의 글 내용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회사측 대응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고객들이 올린 글은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다른 고객의 불만글은 볼 수 없으며, 대신 해당 상품에 대한 상품평 등을 통해 반응을 살필 수 있다"고 설명했다.
CJmall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도 "다른 글의 리플 등을 통해 반응은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플들은 '일단 좋은 등급 중심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 상품 하단에 붙은 고객 상품평 중에서 부정적 의견이 노출되는 빈도는 어떨까?
우선 GS이숍의 경우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등급을 매기는 데 있어 상당히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서 개별 상품평을 쓰고자 하면(사진 1), 다음과 같이 창이 형성되는데, 보는 바와 같이 평가 등급을 주는 단계에서 부정적인 반응(사지 말라, 든지 실망 등의 등급)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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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
즉 여론조사를 할 때 부정적 답변을 거의 두지 않고 의견을 몰아가는 방식을 쓰면 공정성에 의심에 생길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물론 글을 얼마든 부정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실제 글을 어떻게 쓰더라도 카테고리를 어떻게 짓는지 등의 문제도 내용 못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불만글 한 개가 여러 개의 칭찬글 사이에 묻혀 있고, 이 카테고리가 '그럭저럭'을 달고 있다면 이는 노출 빈도를 현저히 줄이게 되는 진열 방식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업체와 1등 경쟁을 벌이는 또 다른 업체인 CJmall의 경우도 이와 유사하다. 이 회사는 불평글을 쓸 때 일단 등급을 주는 문제에 있어서는 더 '불편한 등급'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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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
그러나 이러한 여러 평들 중에서 등급을 검색하는 문제는 경쟁업체와 유사하다. 제 3자가 개별 상품 아래에 붙은 여러 개의 상품평 중에서 검색 기능을 사용할 때에는 '좋은 혹은 크게 부정적이지 않은' 등급들 몇 개에 대해서만 검색할 수 있도록 돼 있다(사진 3). 요컨대 나쁜 의견들만 한 번 추려서 보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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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
또 일부 상품에 대해서는 공개 평가를 달 수 없도록 하고도 있다(사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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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
부정적 의견을 노출시키는 데 꺼리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한 셈이다.
◆'캔디 받고 싶으면 구매확정하고 쓰시라'의 함정
이 회사는 오히려 더 큰 문제를 갖고 있다. 해당 상품평을 부정적으로 기술, 다른 소비자들과 정보 공유를 하려고 마음먹어도, 이러한 문제 상품을 일단 구매확정해야 상품평 제공자에게 주는 캔디를 얻을 수 있다는 다음 벽이 남아 있다(사진 5).
즉, 개별적으로 불만글을 접수시켜 상담을 하는 것은 상품 구매 확정을 안 해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불만 표출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상 공개게시판 기능을 하는 개별 상품 평가글들은 캔디를 받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들어와 수적인 경쟁에서부터 우위를 점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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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
부정적 상품평을 쓰려는 사람이 고작(?) 캔디를 받자고 구매확정을 할 가능성은 평균적 소비자보다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평가만 쓰고 나가거나, 그도 아니면 개인의견을 쓰고 나가 버리게 마련. 그러나 호평을 하고 싶은 사람 등은 이러한 사이버 머니 적립에 적극 호응, 유입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다른 이들에게 일반적으로 공개된 상품평에서는 부정적 의견이 긍정적 의견에 밀릴 가능성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일종의 사이버머니인 캔디 제공 여부가 게시판 분위기에 변수로 작용하는 상황이고 보면, 부정적 의견이 공개게시판에서 자리잡기란 사실상 어려워진다.
결국 이러저러한 이유로 온라인쇼핑몰에서 불만글들은 묻혀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해당 상품에 대해서 반응을 간략히 훑어 보게 되면, 불평이나 불만글은 가물에 콩나듯 거의 노출이 안 되고 칭찬글이나 일반 문의 사항 등만 눈에 띄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고객,부정적 정보 얻고 회사정책 변경요구할 권리 있는데
이러한 운영 방침은 고객들이 해당 상품에 대해 부정적인 정보를 충분히 둘러보고 숙고할 시간적, 심적 여유를 사실상 뺏을 가능성이 있다. 불만 고객들끼리 불만접수 게시판 등을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권리를 차단하고 개별 상품의 하단에 시간순 정렬을 기준으로, 위와 같은 불편한 방식으로 모래알 흩어놓듯 하는 것도 소비자 주권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케네디 대통령의 소비자 권리 교서에서 정보를 얻을 권리와 상품판매자의 정책에 대해 영향을 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우리 나라 소비자 관련 법과 제도 역시 이와 같이 수십년 전에 나온 정신을 벤치마킹해 따라가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쇼핑몰들이 보이고 있는 고객불만 태도가 어떻게 개선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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