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독지가가 좋은 일에 쓰라는 차원에서 제공하거나 기업에서 직원들 사이에 십시일반 걷어 전달하는 '각종 성금'이 기부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방치되거나 전용되는 사례가 왕왕 있어 제도 개선이 필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 기부금 받아 '다른 용도로'
주식회사 태양의 송금조 회장은 모교인 부산대를 상대로 기부금 관련 송사를 벌이고 있다.
자신이 부산대에 양산캠퍼스를 조성하라며 제공의사를 밝힌 기부금 중 일부가 다른 용도로 사용된 데 격분해 낸 소송이다.
송 회장은 305억원을 당초 기부하기로 했고, 이미 상당액을 제공했다. 그러나 부산대의 처사에 실망, 나머지 110억 원에 대한 '채무부존재 확인'(줄 돈이 없음을 확인하는) 소송을 냈다.
사건을 맡은 부산지방법원은 조정안을 냈지만, 송 회장측은 5일 법원의 강제 조정안에 대해 거절 의사를 밝혔다. 송 회장 측은 기부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거짓 주장으로 기부자의 명예를 훼손한데 대한 부산대측의 잘못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이 낸 숭례문성금 5억원은 공중에 뜬 상태
그런가 하면 국민은행에서 국보 1호 숭례문 소실 사태 직후 복원 성금으로 낸 5억원은 현재 공중부양 중이다.
당초 국민성금들이 줄을 잇는 등 사회 전반에서 성금 모금이 활발히 전개될 태세였지만,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성금으로 복원"발언을 하자 역효과가 났고, 모금이 시들해졌다.
이후 정부 예산 100%로 복원하는 것으로 결론났고, 결국 지금까지도 국민은행 등 성금은 갈 곳을 잃고 잠을 자는 상황이다.
기부자에게 환수하는 등 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충남대, 기부자 이름 건물에 넣었다가 나중에 슬그머니 삭제?
충남대의 경우 어렵게 모은 돈을 쾌척한 독지가 이름을 신축건물 명칭에 넣었다가 나중에 빼려고 했다. 이런 학교측 처사는, 학내구성원의 거센 지탄을 받기도 했다.
충남대는 2006년 3월, '김밥할머니 회관'으로 유명한 '정심화국제문화회관'을 '국제문화회관'으로 바꾸기로 했다가 학생들과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정심화국제문화회관' 명칭은 1990년 김밥장사로 모은 50억원 상당의 부동산 등을 충남대에 기부한 고 이복순 씨의 법명(불교신자였음)에서 비롯됐다.
이 명칭은 2000년 개관 당시에도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당시 이광진 총장이 결정한 사안이다.
하지만 다른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국제화 이미지를 위해 명칭 일관성을 위해 변경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대 측은 '정심화국제문화회관' 건립에 사실상 이복순 씨의 기부금은 거의 투입되지 않았다고 당시 해명했다. 당시, 이복순 씨의 기부금인 50여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매각하고 70여억원의 예산을 충남대 자체에서 부담할 것을 전제로 정심화국제문화회관 건립을 계획해 정부의 승인을 받았으나, 1997년 외환위기가 겹치면서 자금을 현금화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유가 어쨌든 자금을 접수해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붙은 독지가 이름을 뺀다는 발상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사고들은 기부를 받으면 무조건 임의로 처리할 수 있고, 어떻게 쓰든지는 큰 제약이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결국 공적으로 좋은 일에 쓰기 위해 조성된 자금이 갈 곳이 없이 반환되거나 마음대로 사용되는 일이 반복될 여지가 얼마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성금 모금 이후의 집행 과정을 신탁된 자금 이상으로 감시할 제도적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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