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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맥주거품처럼 부푸는 M&A의 꿈?

OB맥주인수說…과도한 社債발행,도덕적해이?과욕?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1.30 14:01:54

   
   

[프라임경제] 롯데그룹이 두산과의 거래를 통해 유명소주 '처음처럼'을 품에 안은 가운데, 이번에는 다국적기업인 인베브로부터 'OB맥주'를 인수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롯데그룹이 공식적으로 맥주 사업 진출에 대한 공식확인을 하지는 않고 있으나, 인베브가 롯데와 몇몇 PEF 등에 인수타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롯데그룹이 최근 은행권에 자금 마련 방법을 타진한 것도 두산 소주 파트 문제 때문이 아니라 이후 진행할 맥주 문제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번 OB맥주 인수는 결국 '빚을 내 추진한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우려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엔화 자금 조달, 보유 실탄 털어도 충분치 않나?

최근 롯데쇼핑이 내달(2월) 중 2000억원에 이르는 회사채를 발행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롯데가 맥주를 인수하는 데 쓰일 실탄(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9월 이후 롯데 계열사들이 여럿 회사채 발행을 해온 것도 M&A용 실탄 확보 차원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롯데제과, 부산롯데호텔 등 그야말로 간만에 회사채 발행, 혹은 그간 회사채를 발행해 본 적도 없이 평탄하게 살던 계열사들이 대거 회사채 발행 등에 나섰다. 당시 대체로 운전자금 등의 설명이 뒤따랐지만, 그간 채권들을 발행해 모은 돈만 1조 5000억원대에 이른다는 평가다.

이 중 일부는 실제로 운전자금, 단기차입금 전환 등으로 사용됐다고 가정하고(일부를 제하고) OB맥주 인수를 위해 '1조원+α'를 써야 하는 상황에 대한 자금 쟁여놓기로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롯데쇼핑 회사채를 2월 중 시도하는 것을 보면, 아직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 그룹 본부 내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롯데그룹은 보유 현금성 자산이 가장 풍부한 기업으로 꼽혀 왔다. 삼성그룹 뒤를 잇는다는 평가였고 현금성 자산을 4조원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OB맥주를 인수하는 경우 앞에서 '총대를 맬' 롯데칠성이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만 3600억원대에 달한다는 정보다.

하지만 이렇게 차입을 크게 하는 것을 보면 이런 롯데 자금력(현찰 동원 능력) 신화도 한계가 없지 않은 듯 하다. 실제로, 롯데그룹 계열사 44개 중 상장사는 단 7개뿐이다. 이 때문에 외부에선 그룹 주머니 속을 가늠해 보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롯데는 2000년 이후 실행한 13건의 M&A를 모두 자체자금으로 해결해 온 전통이 있다. 특히 롯데는 일본에도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최근 평가절상된 엔화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런 여러 방법 대신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을 지속한다는 것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대목이다.

◆'회사채 조달 생각보다 쉬워 재미' 혹은 '빚으로 M&A 유행에 동참' ???

물론 이에 대해,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최근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끌어들이는 게 생각보다 쉽자 은행을 통한 자금 확보 등보다 이를 선호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주류 인수 문제에 대해, KB투자증권에 M&A 자문을 맡기면서도, 정작 KB국민은행에 자금조달 권한을 주지 않고 은행간에 자금조달에 관한 조건을 '저울질'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롯데가 '짜다'는 평가는 없지 않았으나, 자금이 풍부하고 작은 조건에 매몰돼 이렇게 면을 깎아 가면서 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왔다는 평판을 같이 겹쳐볼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아무래도 회사채 조달에 재미를 붙인 것보다는 다른 원인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자금 조달 능력에 한계가 닥쳤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무리인 건 사실이나, 소주를 먹은 김에 어떻게든 맥주까지 장악하자는 사업가적 욕심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최근 두산이나 한화 등 그룹들이 보여온 '빚 내서 M7A 하기' 유행에 뒤늦게 동참하는 게 아니냐는 가능성이다.

실제로 두산과 한화는 그간 여력이 100% 충분하지 않은 데 '과식'을 한다는 '일부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실제로 한화는 최근 M&A의 정점이라고 할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을 막판에 결렬시키면서 일단 기세가 꺾인 상황이다.

정부는 이러한 일부 기업들의 행태에 여러 번 불만을 표해 왔다. 여당인 한나라당 일각에서 '기업인들이 경제 살리기는 안 하고 인수합병 같은 것에나 관심이 보여서야 되겠냐'라고 비판한 것은 김승연 한화 회장이 사면 후 인수합병에 관심을 갖는 것을 '간접겨냥'했다는 보도들이 나온 바 있다.

실질적인 빚으로 M&A 하는 일들을 막는 조치들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해에는 정부가 '하반기 경제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의 과도한 M&A 대출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대출을 통한 M&A는 안 된다는 정부 의지 표명인 셈이다.

앞서 법원도 건설업계 51위인 ㈜신한 인수 과정에서 인수자가 회사의 자산을 금융권에 담보로 맡기고 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데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차입매수(LBO) 길도 막은 셈이다.

◆정부 방침도 안 무서운 '친구 기업 롯데'?

결국,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빚내 M&A할 방법론으로는 마지막 방식인 셈이다. 그러나 이 경우라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당국은 무리한 M&A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내왔다. 2009년 들어서도 금융감독원에서 "일부 그룹의 자금 흐름을 스크린하고 있다"면서 M&A 여파를 겪을 만한 그룹들의 실명을 기자들 앞에서 언급하는 초강수를 둔 적도 있어, 위에서 본 각종 규제 정신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회사채를 통한 차입 M&A라는 우회공세를 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일이 된다. 자금 동원력이 충분치 않은 데 무리해서 맥주 인수전에 뛰어들기 위해서라는 경우보다 더 큰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최근 제 2 롯데월드 추진 과정에 있어, 공군의 오랜 반대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배경에는 롯데 임원 모 씨와 이명박 대통령간의 남다른 유대감을 원인으로 꼽는 호사가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이 위에서 본 것과 같은 각종 제한으로, 그리고 음으로 가해지는 각종 압력으로 차입을 통한 M&A라는 시장에서 하나씩 물러나는 상황에 롯데만 역주행한다면 세인들의 시선이 고울 수 없다.

이렇게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롯데그룹 내 각 계열사들의 회사채 발행 퍼레이드가 과연 OB맥주 인수를 위한 것으로 나타날지, 그 긴 레이스에서 맥주거품 꺼지듯 꿈도 삐걱이지는 않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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