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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이후 금융권 3대 과제는?

환율안정,유동성지원 확충,부동자금 방향제시等 첩첩산중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1.28 00:27:15

[프라임경제]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끝나고 이명박 정부의 집권 2기 경제 사령탑이 본격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당국이 처리해야 할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지난 가을의 '9월 위기론'은 외환 보유고 등 실체적 뒷받침 능력을 도외시한 위기 시나리오에 머물렀지만, 금년 들어서는 세계 경제 동반 침체로 우리 경제 잠재력 예측도 대거 하향 조정되는 등 적신호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융 난제들을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사실상 총선, 대선, 지방선거, 각종 재보선 등이 없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해인 2009년을 작년처럼 흘려 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 제공=신한은행 홍보실>  
◆원/달러 환율 불안,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해 한미 스와프 협정으로 급한 불을 껐던 외환시장 불안 조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7일까지 한국은행 등에서 집계된 바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257원선으로 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한 달도 못 돼 130원 이상 상승했다.

더욱이 실적 악화로 인한 주식 시장 매력이 감소할 우려가 큰 현 상황에서, 외국계 자금이 계속 본국으로 이탈하고 설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할 경우 더 불안할 수도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물론 당국에서 환율을 타게팅(목표를 정해 조절하는 것)하는 게 현재와 같은 개방 경제 체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초기 환율 방어 노력 실패나, 조지 소로스의 파운드화 공격에 영란은행이 방어에 나섰다가 손을 든 사례 등에서 보듯 실제로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인위적 환율 조정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성에 회의가 있더라도, 차환 문제 등을 조정해 불안 요인을 스무디 오퍼레이팅할 수는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대규모 차환자금 마련 부담을 우리 경제가 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곧 만기가 돌아올 달러 자금 15억여 달러에 대해 '만기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향후 달러 부족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은행권에 일단 불안감을 주지 않도록 당국의 설명과 대책 마련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실체 없이 거품이 꼈던 9월 위기론이 재연될 소지도 없지 않다.

◆갈 곳 잃은 부동 자금, 자리 잡아주기 필요

2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부동 자금도 갈 곳을 찾아 줘야 할 대상이다. 부동 자금이 이렇게 큰 규모로 흘러다니는 경우 증시나 부동산 등에 급격한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각종 대출의 밑천으로 활용될 수도 있는 자금이 떠 있어 돈맥경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들 자금은 MMF(머니마켓펀드) 설정액, 증권사들의 환매조건부채권(RP) 자금, 종합금융사들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예탁금, 은행들의 실세요구불예금 등 단기운용상품에 들어가 있다. 사실상 언제든 다른 곳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8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08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봐도, 자산운용사의 수신 증가액은 13조3248억원으로 지난 해 11월의 2조8267억원보다 5배 가량 급증했다. 단기 금융상품 가운데 비교적 금리가 높은 머니마켓펀드(MMF)에는 8조5650억원이 유입돼 전달 5조6801억원에 이어 급증세를 이어갔다.

반면 은행 수신은 10조9397억원이 급감해 2006년 1월 11조 6000억원 감소 이후 최대 폭으로 줄었다. 이는 최근 은행 기준 금리 인하로 사실상 0 금리 시대로 들어가는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220조원에 육박하는 시중 단기부동자금이 증권시장에 유입되는 시기조차도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구조조정'이 진행된 이후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자금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만 성공해도 유동성 부족 현상이 한결 해소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동성 지원에 대한 은행의 '당국 신뢰' 확보

하지만 이렇게 부동 자금을 유동성 부족의 원군으로 끌어들인다고 해도, 은행권을 움직이게 하지 않으면 큰 효과가 없다. 그간 당국은 실물경기 침체에 자금 경색까지 겹칠 경우 경기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 하에 시중은행들에 대출활성화를 재촉해 왔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2월부터 각 시중은행에 대한 건전성 기준(BIS 비율 등)을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장기적으로 기업의 젖줄 역할을 하려면 은행 먼저 튼튼해져야 한다는 논리에서 제시됐던 BIS선이 기존 12%에서 10% 이상으로 대거 낮춰진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을 의식하지 않고 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도록 기준을 낮춰준 셈이다.

하지만 이런 건전성 기준 완화에도, 시중은행들이 크게 고무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경기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뻔한데, 자산건전성을 희생하러 나설 은행들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즉 이미 유동성 지원을 할 만한 건실한 고객군은 대부분 대출을 한 상태라서, 새롭게 대출을 늘리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성이 높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건전성 기준을 낮춰준다고 선뜻 은행 문턱을 낮추기는 어렵다는 속내다. 일각에서는 건전성이 그런대로 괜찮은 기업에서 대출을 상환하려고 하는 경우는 오히려 은행에서 (당국에 제시할 외형상) 대출 규모를 맞추기(유지하기) 위해 상환 연기를 읍소한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자본비율 권고취가 오락가락하는 것도 시혜적 조치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오히려 어리둥절하거나 정책 신뢰도를 깎아먹는 소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즉 정부 당국의 추진력도 관건이지만, 그에 앞서 더불어 금융난 타개에 나서야 할 은행들의 신뢰형성을 차차 해 나가는 일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당장 은행권이 정부의 자본확충펀드 지원에 소극적인 게 신뢰의 끈이 아직 튼튼하지 못하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진다. 당국의 누차 부인에도 불구, 은행들로선 준공적자금 성격의 자금을 지원받은 이상 대출확대 요구 등 일정 수준의 정부개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이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 대출 후 부실에 대한 면책 등 수많은 약속에 대해, 은행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신뢰감 구축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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