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 시내 대표적인 번화가 홍대 입구. 이 곳은 홍익대는 물론 인근 신촌 연세대와 이화여대 등 대학가가 가깝고 각종 여가 문화 시설이 발달돼 있어 젊음의 거리로 특화돼 왔다.
음식점과 카페 등 상업 업소만 1500개소 이상인 이 곳은 그러나, 주차 시설이 크게 부족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주말에는 자동차를 몰고 접근하는 것을 아예 포기하는 게 현명할 정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포구는 민자를 유치해 도로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복잡한 홍대 앞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700억에 달하는 사업비를 민자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때 방식은 BTO(수익형 민자사업)이다.
BTO라는 용어가 익숙치 않은 독자들은 기부채납이라는 방식을 떠올려도 될 것이다. 관에서 발주하는 공사에 입찰에 참여한 자, 혹은 수의계약을 원하는 자가 공사권한을 따내는 대신, 자기 비용으로 건설해서 일정 기간을 쓰고(이익을 빼내고) 그 후에는 관에 기부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2010년까지 각종 생활편의시설과 지하 주차장 건설을 통해 홍대 앞을 쾌적하게 꾸밈과 동시에, 지하에는 3층 복합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지하주차장 조성 사업'과 서교동까지의 지하공간 개발 및 연계 아이디어가 연동될 경우 마포구 전체가 문화예술복합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우리은행, 4개 회사와 손잡고 '삽을 들다'
그런데 이 계획은 일찍이(작년 2월경) 언론의 관심을 받았으나 승인 문제로 차일피일 끌며 사람들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후 작년 늦게야 입찰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단 2개의 사업단(컨소시엄)만이 '조용히'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게 됐다.
그런데 이때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인 두 곳 중 한 곳이 사실상 정부소유 은행이 낀 사업단이라는 점이다.
사업 참여업체 두 곳의 (가칭) 법인명들은 '마포 하이브로드 파킹'이고 다른 하나가 '언더파트주식회사'이다. 이 중 전자는 발해인프라 투자금융회사 등 6개 업체가 참여한 곳이고, 후자는 정부측 자금과 인연이 깊은 '우리은행'이 4개 업체와 손잡고 던진 출사표다(2007년 연말 기준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의
![]() |
||
<사진설명=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
당초 700억원으로 생각됐던 예산은 막상 발주 무렵에는 좀 줄었다고 한다. 참여 신청을 받을 때 제시된 액수는 680억원. 어쨌든 지하 3층 복합 공간이라는 야심찬 구상의 가장 핵심인 사업을 BTO로 들어가 상당한 기간 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대역사'다.
그런데 이런 거대한 자본이 움직이는 사업에 사실상 정부투자기관이 참여한 셈이다.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도 벅찰 시국에? 은행도 구청도 '쉬쉬'
물론 은행이라고 BTO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은행도 수익 창출을 추구하는 엄연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경우 위에서 지적한 지분 문제 때문에 특혜 시비에 휘말릴 줄 알면서도 움직인 것은 신중하지 못한 면이 없지 않다.
더욱이 최근 중소기업 유동성 확충 문제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MB정부의 시대에 본업보다 부업에 충실하다는 점도 의아한 대목이다.
아울러, 우리은행이 이런 대규모 공사에 덥썩 관심을 가질 만큼 여유자금이 풍족한지도 검증 대상이다. 물론 우리은행은 국내 수위권을 차지하는 우수한 금융기관이다. 하지만 최근 금년 초까지 정부당국이 확충하도록 은행권에 요구했다는 BIS 비율, TIER 비율 등을 충족하지 못한 은행 2,3개 중에 우리은행이 이름을 올린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장 넘어질 위험은 당연히 없지만, 여력이 충분하다고 단정하기도 모호하다. 당국이 이같은 비율을 점검한 것은, 장차 금융불안과 세계적 경제침체 기간 동안 중소기업 등 유동성 지원을 위해 '엄호'를 해 줄 역할을 은행들에 요구하기 위해서다.
즉, 유동성 지원을 어느 정도 긴 시간 감당할 여윳돈이 넉넉한지, 그렇지 않으면 채워 놓으라는 엄명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이에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고, 결국 당국에 의해 '은행자본확충펀드' 지원을 받으라는 제안 아닌 제안을 받아 이 펀드 이용 1호가 됐다. 이 와중에서 우리은행측은 외국측 자본을 곧 유입할 것이니 펀드 이용은 하지 않겠다고 읍소했지만, 한나라당에서 제동을 걸어 무산됐다고 알려졌다.
이는 결국은 당국이 우리은행에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에 만전을 기하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읽히는데, 이번 홍대 지하주차장 건은 이와는 좀 거리가 있는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우리은행과 마포구측은 이 취재에 대해 그다지 탐탁치 않은 기색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담당 부서가 있을 게 아니냐. 세부 내용 설명을 듣고 싶은데 알려 달라"는 문의에 부정적 답변을 내놨다. 우리은행이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냐, (아직 낙찰이 된 게 아니라 성급한 문의이기는 하나) 다른 회사들과 함께 구성하는 것인데, 우리은행의 참여지분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고 질문했지만 관계자는 "입찰 사항은 밖으로 알릴 수 없는 게 아니겠느냐"고 양해를 구했다.
이같은 태도는 마포구청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여서 대부분, "모른다", "알릴 수 없다"로 일관했다.
어느 구청 공무원은 21일부터 22일이 검토 기간이었지 않느냐는 사항을 확인해 준 다음, "답이 나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본지에서 알아본 바로는 23일 중에 양 당사자에게 서류심의 경과를 통보해 줄 예정으로 되어 있으므로, 대체로 이런 일정표가 신빙성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기사 작성 시간까지 특별한 '엠바고(보도자제 요청. 보통 시간 제한을 다는 방식)' 보도자료가 입수된 게 없는 걸 보면 어떤 이유에서든 일이 더 지체될 가능성은 있다.
◆사회적 편익에 대한 기여도가 1000점 만점에 40점 좌우
더욱이 우리은행이 입찰에 들어갈 경우 우려되는 대목은 또 하나가 있다. 전체 평가 항목 1000점 가운데, 공익성과 창의성을 함께 40점으로 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40점이면 아주 기우는 전세를 뒤집을 요소는 못 되나, 1점이 아쉬운 용호상박 상황에서는 판세를 엎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폭발력'을 가진 항목이다.
40점짜리 항목을 다시 들어가 보면, 걷고 싶은 거리 조성 계획의 창의성, 민원해결의 적극성, 지역주민과 시설이용자 등에 대한 편의 정도 등이 세부항목이다.
그런데 이때 '편의'라는 애매한 구성항목이 문제인데, 이 편의에 은행 등이 해 줄 수 있는 부분, 예를 들어 인근에 은행 지점을 늘린다든지, 각종 구 사업에 기여를 하는 등의 향후 가능성도 체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런 사례는 과거 어느 지방에서 지방금고 유치전에서 **은행이 승리했음에도, 농협에서 각종 도 사업에 적극 지원을 약속해 이를 번복시킨 적도 있다는 점을 참고하면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셈이다.
결국 빠르면 23일 중, 늦어도 설을 넘긴 후 1월말, 2월초면 열릴 이번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지하 주차장 사업에서 우리은행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가 관건이다.
좋은 성적을 받아들어도 각종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만약 실패하면 겸연쩍어지는 애매한 사정에 굳이 신청을 해 들어간 우리은행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