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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미학' 사라진 MB시대의 경찰

시위대 사망에 의원폭행까지…경찰 惡手연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1.21 04:36:50

[프라임경제] 용산 철거민 사태에서 강경 진압으로 7명의 사망자를 낸 경찰이 연이어 악수를 두고 있다.

현역 신분을 확인하고도 경찰들이 국회의원에게 집단 폭행을 가하는 등 막무가내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 20일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용산 사고 현장에서 경찰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했다.

본인이 밝힌 바에 따르면 창조한국당 진상조사위원회 소속인 유 의원은 20일 오후 6시 조금 못 미친 시각, 용산 사고 현장을 방문해 "진상 조사를 하러 왔다"며 경찰들에게 길을 터줄 것을 요구했다.

경찰이 유 의원을 막아서자 유 의원은 국회의원 신분증을 제시했으나, 현장의 경찰 지휘관은 출입을 불허했고 유 의원의 진입 요구에 연행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전경들이 유 의원을 10m 가량 끌고 갔다. 이 과정에서 10여 명의 전경들이 유 의원에게 폭행을 가한 것으로 유 의원은 공개했다. 둘러싸고 집단 구타했다.

유 의원은 "뒤에서 방패로 찍고 전투화로 정강이를 차고 주먹으로 때리는 등 무자비하게 집단 폭행을 가했다"며 "시민들에 의해 구출됐다"고 부연했다.

◆촛불, 의원, 불교…진압에 성역없다?

하기야 국회의원 폭행이 이번 정부 들어서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촛불 정국에서 민생 시찰 겸 현장에 나서 시민 보호를 하려다가 당시 경찰 진압팀에 구타를 당한 일이 있었다.

더욱이 사안은 좀 다르지만,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경찰의 평화시위대 연행에 항의하자 연행하는 와중에서 성추행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요컨대 국회의원이라도 폭행이나 연행 중 불미스런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여의도 일각의 탄식이 과장만은 아닌 셈이다.

물론 국회의원이라도 현행범 요건을 충족하는 등 일정한 경우에는 경찰관이 체포나 제압을 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연이은 사고와 그에 따른 우려섞인 지적이 나오는 것은 국회의원의 특수성과 특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의식에서가 아니라, 국회의원도 여차하면 진압할 수 있다는 강경일변도의 공무집행 태도가 도에 지나치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이러한 경찰의 태도는 지난 번에는 '법란'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조계종 총무원장 차량 과잉검문 등 여러 영역에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이 사태는 결국 일부 경찰들이 정당한 집행이었다는 볼멘 소리를 하는 내부 의견이 있었으나, 어청수 청장의 연이은 방문, 면담요청과 유감 전달을 불교측에서 받아들이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런 강경한 경찰의 태도는 촛불 정국에서 여대생 군화발 폭행 등으로도 이어졌다.

더욱이 신년 들어서는 3년여 만에 서울 시내 시위에서 화염병 시위가 일어나고 폭발 사고까지 겹쳐 시위대와 경찰 모두에서 사상자가 나오는 불미스런 일까지 일어나게 됐다.

◆연이은 강경 대응, "안전 위해 기다리자" 말하는 지휘관 어디에

물론 이번 용산 철거민 사태는 화염병 시위 등 과격성에 일차적이고 기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대형 새총을 만들어 쇠구슬, 쇠뭉치 등을 철거반과 경찰에게 쏘는 등 강하게 저항한 것도 경찰로서는 상당한 모멸감과 권위 상처를 느꼈을 만한 '공권력에의 도전'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경찰의 진압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함께 나오고 있다.

우선 이번에 인명사고로 곧장 연결된 것은 시너 등 인화물질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라는 점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검찰에서 대대적인 조사팀을 꾸리고 있으므로(검찰은 현장보존 지휘 검사만 3명을 파견하는 등 사건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곧 드러나겠지만, 아직까지는 경찰 특공대 투입을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허락했다는 등 경찰에 악재성 뉴스만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 서울청장은 경찰 수장으로 곧 청문회를 치르고 영전할 수순에서 이 일을 만나게 됐다. 

인명 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인화물질 등이 산적해 있는 상화에서 강경한 토끼몰이식 작전이나 포위 공세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이미 경찰은 부산 동의대 사건에서 인화성 물질 때문에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1996년 한총련 연세대 종합관-과학관 점거 농성 때에는 인화 물질 폭발 우려로 진압 작전을 늦췄다가 전격진압으로 해결을 본 바도 있다.

당시 경찰은 일부 여론의 "어서 진압해 공권력의 위신을 세우라"는 지적에도 불구, 학생들의 강경한 반발로 불미스러운 사태가 날 것을 우려, 진압을 최대한 늦췄다. 결국 학생들이 어느 정도 지친 기색을 보이며 대응체제가 느슨해 진 틈을 '포착', '독수리 작전'으로 불리는 전격진압으로 학교 건물 폭발 등을 막았다.

당시 연세대 총장을 지낸 김병수 전 총장은 퇴임하는 자리에서 소회를 밝히면서 "과학관 등에는 각종 화학약품이 많아 아찔했다"고 술회, 학교 건물은 물론 인명 보호에 고심한 경찰 마무리를 에둘러 치하하기도 했다.

이후 경찰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립스틱 라인(비무장 여경을 세워 시위대를 인도하는 것. 부드러운 시위를 제안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등을 선보이면서 최대한 강경진압 자제를 기조로 삼아 왔다.

그런 경찰의 세심한 처리 전례는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강경 진압 소식이 이어지다가 결국 시너 폭발과 인명 피해로 겹친 용산 철거민 사태가 빚어지게 됐고, 연이어 용산 현장을 방문한 의원 폭행으로 일이 커졌다.

이번 창조한국당 조사단 소속 의원 폭행 논란으로 일단 현장 책임자와 관할인 용산경찰서가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결국 용산 철거민 사태의 책임권인 서울경찰청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경찰 조직 전반에 해당 사건의 대응과 후속처리 못지 않게 최근 경찰행정 기조 전반에 대한 적잖은 고민을 제공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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