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 등 수도권과는 다소 멀리 떨어진 경상북도. 다른 지역보다 접근성 면에서 떨어지지 않느냐는 소리가 없지 않다. 더욱이 중고등학교 시절 부실한 숙소와 빠듯한 일정, 수박 겉핥기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경주의 유쾌하지 않은 추억(?) 때문에, “경북에 볼 거리가 뭐 있나?”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도 많다.
하지만 그러나 고속도로를 이용해 내려가면 그다지 멀지 않은 데다가(서울에서 출발한다면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다가 ‘경주 나들목’으로 나가면 쉽다. 7번 국도를 타고 포항 시내로 들어와 지방도로를 타면 된다. ‘대구∼포항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우는 ‘포항 나들목’에서 빠져 31번 국도를 탄다), 신년 원단 겨울 바다에서 해돋이를 감상하기에 경북의 동해안만한 곳도 드물다. 더욱이 학창 시절에 부실하게 둘러본 문화유산 역시 시간을 갖고 찬찬히 둘러보면 그 안에 담긴 역사 이야기가 새삼스럽다.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신년 세계경제 사정, 칼칼한 겨울 해풍 맞으며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처럼 각오 다져보고, 옛사람들의 파라다이스 불국사 조용히 거닐며 생각에도 잠겨 보는 시간도 시간낭비만은 아닐 것이다.
◆ 경주, 옛이야기 들으며 걷는 ‘서방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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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1000년 고도라 이야기하는 경주, 식상하기까지 한 표현이지만, 박혁거세 시대부터 통일신라 멸망까지 도읍지였던 곳이라 실제로 문화재가 지천인 곳이다.
문화재를 눈으로 훑어보는 관광이라면 여느 관광명소도 많지만, 경주는 이런 1000년 수도로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은 곳이다. 눈만 즐거운 곳이 아니라 눈으로 들어오는 풍광을 보면서 철학적 사유를 해 볼 만한 공간이다.
경주에서 가장 볼 만한 곳은 남산. 남산 전체가 노천 박물관이라 할 정도로 곳곳에 볼 거리가 많다. 다만, 아직 겨울이라 구석구석을 돌아보기에는 적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경주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불국사는 빼놓을 수 없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은 불국사.
원래 정부에서는 석굴암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단일신청했으나, 심사단이 방한했다가 불국사까지 함께 처리해 줬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보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조형미가 있다.
불국사의 아름다움은 다만 외형에만 있지 않다. ‘불국사’라는 이름에서 보듯, 불국사는 신라인들이 국교로 삼은 불교의 이상정토를 구현한 공간이다. 재상 김대성이 부모의 극락왕생을 위해 지었다는 곳으로, 비단 불교 이념을 담은 곳이라기 보다는 ‘유토피아’를 꿈꿨던 신라인들의 생각이 현실건축조형으로 나타난 징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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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여행을 한층 풍요롭게 해 주는 이들은 문화재관광안내사들이다. 불국사 경내에 하루 4명꼴로 번갈아 상주하는 이들은, 마침 이들을 만나 설명을 부탁하면 친절하게 대동, 불국사 경내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이들은 경주시청에서 소정의 교통비 정도만 받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고 관련 분야를 오래 공부한 이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다. 아직 인원이 충분하지는 않아 모든 관광팀이 설명을 받거나 시간예약제 등을 할 수는 없어 무작위로 상시 대응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일어, 영어 설명도 가능한 설명사들도 있다.
◆ 포항 앞바다 지평선 보며 심기일전
호랑이처럼 생긴 우리 한반도에서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곳이 바로 경북 포항. 이로 인해 포항은 우리 나라에서 ‘기’가 가장 센 곳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런 믿거나 말거나의 호사가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과학적으로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해가 빨리 뜨는 곳(섬을 제외한 본토 기준으로)도 바로 포항이다.
이에 따라 포항 호미곶에서 해맞이를 하는 즐거움에 대한 입소문도 자자한 편이다. 포항 앞바다는 더욱이, 원단 해돋이 뿐만 아니라 드넓은 수평선을 바라보는 재미도 각별한 곳이다. 호미곶 공원은 문화방송 인기드라마 ‘내 멋대로 해라’ 후반부에서 이나영과 양동근이 방문해 아름다운 풍경이 시청자들의 뇌리에 아직도 남아 있다. 경상북도 관광과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강원도 정동진(서울방송 드라마 ‘모래시계’ 관련)과 함께 드라마 시청자들의 기억 덕을 가장 많이 본 곳 중 하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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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바다를 바라보면서 수평선을 화이트보드 삼아 신년 어려운 경제여건을 헤쳐 나갈 요량을 구상해 봤다면, 식도락을 추구해 볼 차례다.
포항은 과메기로 잘 알려진 곳. 과거 지역음식으로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이 음식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음식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회식자리에 오르면서 입소문을 탔다.
통치권자 고향 음식이라는 화제 뿐만 아니라, 과메기는 꽁치 혹은 청어가 담은 영양 그 자체를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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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바닷가를 따라 군데군데 늘어선 과메기 덕장에 들어서면 바닥에 찐득한 기름이 괴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말리고 얼리고 녹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꽁치의 내장 기름이 살 속으로 스며들어 맛이 좋아지는 것이라고 한다. 기름 중 극히 일부가 바닥에 똑똑 떨어지는 게 이 정도니, 과메기 자체로 흡수되는 본래의 양이 어마어마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이렇게 꽁치나 청어 기름을 쫀득한 살과 함께 맛있게 모두 흡수할 수 있는 과메기는 겨울철 별미이자 비타민 A,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명물로 포항 자랑거리로 각인되고 있다.
과메기 한 점을 바라보며 겨울 바닷바람 속에서 얼고 녹고 마르기를 하면서 한 마리 과메기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생각하면서 우리도 이처럼 경제 한파를 견뎌낼 뜻과 여유를 북돋우는 호사도 누려볼 만 하다.
겨울에 찾는 경상북도는 눈과 입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신라인의 웃음과 여유, 넉넉한 미래지향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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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신라인의 유머 감각을 나타낸 신라 토우-신라인의 고향 경상북도의 경주와 해안에서, 경제난국을 이겨나갈 구상과 웃음을 배워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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