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거래업체에 잘하기도 바빠' 하나銀 1조원홍역

비거래업체 지원 발표철회소동,내막놓고 의견분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1.13 16:36:53

[프라임경제] 하나은행이 13일 보도자료 한 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하나은행측은 13일 오전 조선, 건설 등 100여개 업체에 대해 1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내용에는 비거래업체여도 대주단 가입업체로서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이 되는 경우 지원을 하겠다는 '파격적 내용'이 들어있었다.

◆하나은행, "부서간 사인이 안 맞았다" 철회 발표

하지만 이날 오후 4시를 넘겨 하나은행은 자료 수정을 요청하는 내용을 각 언론사에 배표, 전화통지를 하고 나섰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비거래업체까지 지원하겠다고 발표가 났으나, 이는 해당 업체의 주거래은행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즉 하나은행 내부에서 사인이 맞지 않는 업무상 실수로 내용이 발표됐다는 '단순 오보'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측에서는 자료 수정 게시를 각사에 요청했다.

◆주거래은행제, 사실상 큰 의미없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설명은 일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모 은행 관계자는 "주거래은행제도라는 게 과거 여신이 중요한 때에는 의미가 있었다. (은행과) 거래하던 회사가 어려워지는 경우에 누가 주거래은행이냐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부 은행에 "다른 은행(여기서는 하나은행)이 비거래업체들까지 지원의사를 표명한 데 대해 해명이나 항의를 제기했는가" 문의했지만, 이도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하나은행측의 설명과 같이 주거래은행이 어느 은행이냐, 그리고 이쪽과 협의를 하는 문제만으로(혹은 그것이 주가 되어) 비거래업체에 대한 지원 의사를 접은 것으로 보기에는 100%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권 "하나은행이 너무 꿈이 컸던 게 아니냐" 후문

오히려 주거래은행이 하나은행에게 자기 거래업체를 빼앗기는 듯한 문제로 초점을 맞추는 질문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들로서는 "현재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생각"이라는 반응이다.

은행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굳이 대출을 하겠다는 것을 막을 필요는 없다"면서 "오히려 하나은행이 다른 은행의 항의를 받느냐 문제가 아니라, 대출 자금을 비거래 업체까지 주자면 충분하지 않아서 스스로 수정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했다.

1조원이 큰 돈이기는 하지만, 하나은행 기존 거래업체를 대상으로 쓰기에도 많다고는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각 은행별로 유동성 지원을 거래업체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삼 하나은행이 이렇게 나선다고 해도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일부 경쟁은행들의 주장도 전면적으로 믿을 수는 없지만, 현재 은행권이 처한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귀담아 들을 만한 부분도 없지 않다.

하나은행은 키코 등으로 이미 큰 손해를 봤고 하나지주의 계열인 하나UBS자산운용도 최근 터진 '폰지사기사건'인 메도프 사기 건으로 손실이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알려져 지주 전반에서 크게 무리한 공격 경영을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시점이기는 하다.

이에 따라, 이번 해프닝은 하나은행이 다른 은행과의 협의 관계 문제 때문에 해명에 적극 나섰다기 보다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영역 확대를 꾀할 때가 아니라는 냉철한 판단을 내린 부산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