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세계적으로 금융위기를 겪고 있어 증권가가 큰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일부 증권사 직원들이 실적에 매몰되거나 부정한 방향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등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직원 자살 소식 등도 없지 않은 등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사들이 금융위기로 인한 증시 추락, 이로 인한 고객 항의, 보로커리지 수입 감소 등을 겪어 어느 때보다 힘든 위기국면이기는 하나, 이렇게 직원 관리나 고객 신뢰 보호 등 기본적인 문제까지 같이 흔들리고 있는 일부 추세는 금융계에 적잖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터진 곳은 메리츠증권.
증권사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뒤 수십억원대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전 증권사 직원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그간 메리츠증권이 쌓아온 고객관리와 직원관리망이 이번 위기 국면에서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폰지 사기, 증권맨으로서 기본 양심마저 저버려
대구 성서경찰서는 사기 등의 혐의로 메리츠증권 전 차장인 홍모(35)씨를 붙잡았다. 대구지점에서 근무하던 홍씨는 지난해 2월 자신의 고객 박모(59) 씨여인에게 “원금을 손해보지 않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펀드 상품이 있다”고 속인 뒤 투자금 명목으로 1억여원을 받는 등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28명으로부터 모두 23억 5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홍씨는 앞선 투자자들이 원금 반환을 요구하면 다음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떼주는 방법도 구사했다. 이는 이른바 ‘폰지사기’ 수법으로 대공황 당시 사용된 아랫돌을 뽑아 웃돌을 괴는 전형적 돌려막기 방식이다. 현재 메도프 사기 등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사기의 고전이다.
◆증권사, ‘까맣게 몰랐다’ 해명 중 오히려 문제
문제는 증권사가 해당 증권사 고객들을 상대로 한 이같은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를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데 있다. 당초 홍 전 차장은 자신이 근무하던 증권사 자체감사에서 비위 사실이 적발된 다음 구랍 파면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추산만 해도 “홍 씨에게 투자한 사람들은 최소 80명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 사건은 증권사 자체감사로 전모가 드러나 세상에 알려진 것이 아니라, 증권사측은 오히려 내막을 먼저 밝히는 데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관계자는 “저희측에 고객들이 구좌를 튼 것으로 확인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고 대부분 외부 은행 계좌로 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증권사 책임에 대한 해명을 하고 있다. 또 이런 점 때문에 “문제 고객 중 하나가 증권사 지점에 항의방문을 하기 전까지 저희도 모를 정도였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이 대목이다. 전면적으로 증권사 계좌를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단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증권사측이 먼저 자체파악을 하는 검증망을 적절히 활용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경찰서측에 따르면 현재 이 직원은 여러 고소를 당한 것은 물론 회사측 고발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발견에는 빠르지 못했으나 꼬리자르기 수순에는 발빠르게 모든 조치를 다했다는 지적은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는 시각이 없지 않다. 결국 금융위기 정국에서 본사의 장악력이 떨어진 틈에 고객들이 부정한 방식에 노출되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사기를 마음 먹은 직원과 메리츠 고객들 사이에 ‘본사’는 없었던 셈이다.
◆증권거래법상 수익약정은 금지, 문제는 ‘펀드’
피해자와 피해금액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이 상황에, 메리츠증권측은 어떤 정도까지 책임 부담을 생각하고 있을까? 메리츠증권사 관계자는 “해당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는 기본 입장을 확인했다.
현재 회사측이 이같은 입장을 보이는 것은 현행법상 수익약정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는 본질적으로 자기 책임이므로 브로커나 회사측이 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손해를 배상하겠다는 식으로 각서 등으로 약속해도 무효라는 것이다.
하지만 메리츠측이 이같이 조금은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과 문제의 속성에 차이가 있어 결국 메리츠측은 고객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 공방전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측은 “특히 펀드를 든다고 했는데 그런 것 같지도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렇게 메리츠증권측도 주목하고 있는 펀드문제(인데 가입 증거는 딱히 없음)라는 것이 증권사의 일반적인 손해배상금지 울타리 밖으로 문제가 나갈 수 있는 논란거리다.전형적 증권 문제와는 달리 다른 금융권 거래에서 이른바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법원 태도라는 점에서, 고객들이 펀드 판매 문제로 연결지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은행은 은행의 정상적 통장이 아닌 수기식 통장으로 거래를 했다고 주장하고 관리책임이 면책된다고 보고 있으나, 이러한 고수익 약정 구좌 거래를 제안한 은행직원이 피해자에 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회사(은행)측도 사용자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인정한 적이 있고 이후 판례로 확고히 굳어졌다.
이번 사기사건 역시 일반적인 펀드 판매(와 관련한 사기) 문제로 보면, 증권 중개상 손해배상 약정 금지와는 다르게 피해고객들이 메리츠증권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정 여부를 떠나 메리츠증권의 직원 관리 방식 자체가 법원에서 낱낱이 도마에 오르는 경우 회사로서는 적잖은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는 예측이다.
특히나 펀드 불완전 판매 문제, 즉 펀드를 손실없이 보장한다는 논리는 이미 금융감독원 등이 부정적으로 판단한 사안이라 메리츠증권으로서는 직원 관리 문제에서 더 구설수에 오를 전망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증권사 거래에 따른 손실 문제, 그리고 손실 약정이 아니라 해당 증권사의 관리책임 부재와 그 한계를 짚는 논란으로 상당 기간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다만, 증권사를 무대로 증권사 직원들이 고객을 상대로 부당한 거래 유인을 하는 문제에 대해 증권사들의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적잖은 여운을 남기는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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