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당국의 확충펀드 2조원을 대출할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당국은 1월말을 시한으로 BIS비율과 TIER I 비율을 일정선 이상 맞추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하나, 기업 등 일부은행들이 이 기준을 충족하는 데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작년부터 나온 바 있어 2개 은행 정도는 펀드를 이용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결국 우리은행이 이번에 첫 신청자로 떠오른 것.
하지만 이번 자본확충펀드 문제는 은행간 인수합병전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 인수 의욕 높은 KB지주,대상 하나 사라진 셈
우선 이번에 새롭게 정부측 자금이 들어가게 되면서, 지난 해 취임부터 의욕적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키우기를 공언해 온 황영기 KB지주 회장의 구상 범위 밖으로 우리은행은 확실히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금 투입이 당국의 경영권 영향력을 가져올 것이냐는 차치하고라도 확충펀드 자체가 공적자금이냐 아니냐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미 들어간 정부 공적자금도 모두 회수되지 않은 우리은행은 준공공기관의 속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외국인 지분이 많은 KB지주로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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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KB지주 회장> |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는 사실상의 합병 전쟁 선언이다. 하지만 이번 확충펀드 투입으로 사실상 레이더망에서 주요 목표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 크고작은 매물, 모두 사정 생겨 '궁리 더 할듯'
이런 사정은 하나은행도 마찬가지다. 하나은행은 키코 등으로 이미 큰 손해를 봤고 하나지주의 계열인 하나UBS자산운용도 최근 터진 '폰지사기사건'인 메도프 사기 건으로 손실이 어느 정도 있을 예정이다. KB로서는 인수전을 시도하기에는 좋은 시점일 수 있으나, 문제는 하나은행이 이런 어려움을 겪는 동안 자본확충펀드 신청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우리은행과 유사한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외환은행의 경우 자금 투입을 더 해야 매수 시도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합병을 하기를 원하는 KB지주로서는 당장 시도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근 KB지주가 관심을 나타냈던 유진투자증권 등 군소 M&A를 몇 가지 시도하면서 때를 다시 기다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황 회장 자신은 대형 우량 기업간 합병을 주로 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지만, 시점이 좋지 않은 관계로 본격적으로 자통법 시대로 변화가 확실히 윤곽을 드러낼 때까지 정중동을 유지해야 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부분은 얼마 전 KB가 시도했던 유진투자증권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의 매각 협상은 우선협상 대상자로 르네상스 PEF를 선정하기는 했지만, 현재 가격 문제로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기업과 르네상스PEF가 최근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산업은행과 한화의 조건 맞추기 줄다리기와 같은 장기전으로 들어갈 경우, 다시 기회가 KB로 넘어올 수 있기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열흘 넘게 침묵이 이어지는 모습을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금융권 사정이 하루가 다르게 변동되고 있는 가운데, KB금융지주의 인수합병을 통한 강자도약 꿈이 어떤 방향으로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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