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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점 받은 정세균 민주당 대표,향후 과제는?

선명성부각 성공,향후 정책정당 이미지와 조율여부 관심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12.29 12:39:35

[프라임경제] 정세균 당대표의 민주당 호가 간만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논쟁 등 일련의 대결에서 줄곧 판정패를 하는 등 무기력했다는 일각의 평을 딛고, 악법 저지를 명분으로 172석의 공룡 여당을 상대로 대결 구도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국회 대치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민주당으로서도 전부 만족할 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김형오 국회의장이 일단 한나라당의 요청 사항인 85개 법안의 연내 직권상정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한나라당보다 상대적으로 이득을 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대결은 지난 번 예산안 심의와 통과 과정에서 보인 태도보다 한결 진일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가 이미 물리적 충돌을 겪은 뒤라 불가피한 수순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번 대결을 통해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각종 야심 법안'들을 저지하면서, 야성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넓게는 이명박 정부 2기 시작를 시작하려는 구상 자체에 제동을 걸어 일사천리로 MB노믹스를 시도하려는 당정청 연결고리를 끊었다. 또 172석 거대여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인식에 젖어 있던 여당과 정부에 야당과 국회를 의식하게 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도 보인다.

◆정세균 당대표, 선명성 부각 성공

이번 국회 본회의장 점거로 가장 덕을 본 이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선명성 문제에서 공격을 받아온 것을 감안하면, 이번 대치 정국은 그가 여당에 맞서 야당 지도자로서 처음 색깔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지난 촛불정국에서 야당이 메리트를 누리지 못한 데다가, 청와대 영수회담 후 나온 이명박 정부의 '정대표=국정 동반자' 규정은 정 대표 본인의 위상을 더해주기는 했지만, 당 전반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더욱이 원혜영 원내대표가 민주화 운동 전력을 갖고 있는 데 비해서도 경력상 분명한 색깔이 없다는 점은 정 대표가 가진 가장 큰 아킬레스 건으로 꼽혔다.

이런 당 사정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이 실정으로 고생하는 중에도, 민주당이 크게 이를 흡수하는 데 실패한 데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이를 의식한 듯, 김민석 최고위원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민주당은 강력 저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는 '번지수가 틀린 강경 투쟁'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 오히려 지지층들로부터 외면을 받기에 이르렀다. 민주당 정치인들 내부여론 조차도 "전혀 엉뚱한 일에 강경대응을 하고 있다"는 불만섞인 목소리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력 부재는 교체론이 언급되기 시작하는 등 불안감을 더해 갔다.

하지만 이번 국회 대결 구도로 민주당과 정세균 지도체제는 나름대로 명분을 축적하면서 성격을 명확히 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정 대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DNA 자체가 다르다"는 발언으로 도덕적 정당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이명박 정부가 발의한 주요 법안 중 방송법, 통신비밀법,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등 개정안들이 민주주의 발전을 뒤로 돌리는 악법이라고 규정하는 데 성공했다.

야당의 이런 강한 공세에 한나라당은 홍준표 원내대표가 각종 논란이 있는 법안은 제외하고 85개 민생법안을 직권상정하도록 국회의장에게 요청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방송법 개정에 동의의해 주면 나머지 논란 법안들에 대해서는 다시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야당이 정권을 내놓은 이래 한나라당의 양보를 이끌어 낸 사례로는 두드러진 예로 꼽을 만 하다.

예산안 통과와 국정 감사 등 현안에서도 크게 대결 구도를 만들어 내지 못했던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승리를 경험삼아 이명박 정부 제 2기를 저지하는 노하우를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정세균 당대표, 앞으로의 과제는?

하지만 이번 승리로 선명성을 부각한 것만으로 정세균 체제와 민주당의 위치가 전적으로 공고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연초부터 당대표 교체론이 불거지는 것은 방지됐다는 점은 특기할 만 하다. 거의 반 년에 한 번꼴로 당 수장을 교체했던 열린우리당의 악몽이 재연되는 상황은 당장 막았지만, 문제는 당장 이번 상황이 어떻게 종지부를 찍느냐에 따라 그리고 크게는 내년 4월의 재보선 정국에서 민주당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드는가에 따라 재점화될 수 있다. 이번 국면을 통해 높아진 당내 위상으로 민주당을 통합하고, 대외적으로 지지율 성장으로 연결짓는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과제다.

더욱이, 4월 재보선을 염두에 두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대선후보 등 거물 정치인들이 복귀 등 전면에 나서는 상황 변화 역시 정세균 체제가 넘어야 할 과제다. 열린우리당의 혼란이 대선 주자들의 당권 연루와 이들의 부침으로 인한 당의 혼란으로 요약할 수 있으니만큼, 돌아오는 거물 정치인들과 당이 어떻게 관계를 규정하는지도 속히 풀어야 하는 과제다.

아울러 이번 대치 정국을 보는 여론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도 아직 정확히 단정할 수 없다는 점도 정 대표에게는 부담감으로 남을 전망이다. 경제 침체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간의 혼란을 거름삼아 국정 2기를 준비하겠다는 구상을 펴는 상황에서 불거진 이번 국회 대치가 여론의 역풍을 오히려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김 의장은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요청을 사실상 거절하면서도, 임시회 회기까지 타협이 안 되는 경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겨 뒀다. 더욱이 이달 말까지 협상을 통해 민생법안을 따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과제도 김 의장은 제시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 민생 현안을 도외시한다는 여론의 역풍 우려, 그리고 경호권 발동 등에 따라 어떻게 점거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짓는가도 이번 상황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세균 체제가 기존에 추진해 온 정책야당의 이미지와 이번에 얻은 선명성을 내년 4월 재보선 정국까지 어떻게 이어가는가에 따라, 이번 대치 정국은 득이 되거나 독이 되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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