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모비스 사내 락밴드 ‘모비션’ 공연이 진행 중이던 12월 초 젊은이들의 거리 홍대 프리버드클럽. 한바탕 열정적인 공연이 펼쳐진 다음, 2부 행사에 즈음해 중년 신사 한 사람이 무대에 올라섰다. 중키에 ‘나잇살’이라고 볼 정도의 군살이 좀 있을 뿐 그렇게 찌지도 마르지도 않은 편인 중년 신사 한 사람이 무대 위로 올라섰다.
수줍은 듯 한 안경을 고쳐 쓴 그는 라이너스의 ‘연’을 멋지게 뽑으며 공연장을 찾은 현대모비스 직원들과 외부 방문객들의 환호성을 이끌어 냈다. 자선공연이라 해서 그저 그런 학예회 수준일 것이라 각오(?)를 하고 찾은 일부 기자들로부터도 놀랍다는 반응을 얻었음은 물론이다. 그는 모비션 정식 멤버는 아니고, 고문이라고 신분을 밝힌 후 노래를 시작하기 전처럼 다시 수줍게 무대 아래로 사라졌다.
이 고문의 이름은 장윤경 씨. 다름 아닌 모비션 구성원들이 다니는 직장, 현대모비스의 임원이다. 대체 그가 어떤 인연으로 모비션의 자선공연에 얼굴을 내밀었는지, 또 노래는 원래 관심이 있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는데, 그를 모비션 직원들이 공연 후 자리를 정리하고 ‘뒤풀이’를 하는 자리에서 만나 몇 가지 팁을 얻을 수 있었다.
![]() |
||
이것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무슨 공연 연습이냐”고 물은 것이 그가 모비션이라는 직원 밴드를 만나게 된 첫 인연이 된 것이다. 장 이사는“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비스인의 모습을 통해 현재 모비스의 밟은 미래를 점칠 수 있었다”고 당시 기억을 더듬었다.
한 마디로 ‘일과 취미 모두를 하겠다고 바쁘게 사는 게 기특했다’는 뜻이다. 더욱이 모비션은 밴드 활동과 ‘봉사활동’을 연결시킬 것을 모색하던 무렵이라 그의 관심을 끌기에 더욱 충분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점차 모비션의 활동에 찾아다니는 열성팬이자 고문 겸 스폰서가 됐다. “활동에 끼워주지는 않고 고문이라고 밥 사달라, 고기 사달라고만 하니까 서운하다”는 그를 위해 이번 뜻 깊은 자선 공연에서는 특별히 한 곡 불러달라고 모비션 멤버들이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공연 수익으로 연탄을 사서 도움이 꼭 필요한 이웃들에게 자원봉사를 통해 선물하겠다고 하는데, 괜히 내가 못 부르는 노래를 불러 분위기 망치면 어쩌나?”라고 짐짓 사양도 했으나, 이렇게 마련된 특별무대에 무척이나 열심히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날 공연 현장에도 급한 일로 지방에 있는 공장으로 현지 출근을 했다가 저녁 시간까지 서둘러 돌아왔다고. 이렇게 서두른 터라 “목을 풀 새도 없이 불렀다”며 엄살을 떤 노래였지만, 이미 말한 바와도 같이 한때 제법 해 본 듯 아마추어급으로는 수준급의 솜씨를 선보였다. 공연장은 물론 뒤풀이 장까지 따라온 그의 딸이 예술 고등학교 학생이라는 것을 보면 그의 숨은 재능이 자녀 대에 대물림됐다는 짐작도 가능한데, 공연장이나 평소 모비션을 ‘먹여 살리는’ 스폰 현장에는 늘 장 이사 본인 뿐만 아니라 부인, 아들(연세대 2학년), 딸까지도 등장시켜 “가족처럼 챙기고 있다”는 것이 팀 리더 로 현재 활동 중인 정승주 대리(품질기획팀)의 귀띔이다.
혹시나 홍보이사라는 그의 직함 때문에 “회사에서 뭔가 모비션의 자원봉사에 따로 지원을 해 주는지?” 묻자 장 이사는 단호히 거부의 손짓을 보냈다. 이미 회사 차원에서 여러 가지 메세나 활동과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팀 내 유일한 봉사활동그룹으로 지원을 하는 것도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직원들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여러 봉사활동을 모두 균등하게 보아야 한다는 게 회사 입장이라고 했다. 자원봉사 활동이 너무 활발해서 생기는 고충이라면 고충인 셈. 아울러 모비션 활동에 회사 지원을 이끌어 내게 되면 괜히 이들의 순수한 열정에 상처를 주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되어 아직 이래저래 말을 못 꺼내 봤다고 장 이사는 덧붙였다.
앞으로도 회사 밖에서는 이사라는 직함이나 홍보맨이라는 위치에서 잠시 자유로워져서 ‘모비션 고문’으로 개인지갑을 열고 싶다는 장 이사는 조만간 공연 수익으로 연탄을 구매해 직접 달동네에 나르는 자리에도 시간을 내 참석하겠다고 밝혀 가슴 따뜻한 인연의 시작이 아름다운 결실로 맺어가는 모습에 소외된 이웃의 든든한 친구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