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범위를 확대하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전략적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 SDV) 체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에 차량 제조 기술과 인공지능(AI) 컴퓨팅 역량의 결합을 통해 차세대 자율주행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행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16일(태평양 표준시 기준) 엔비디아와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업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기아가 구축해온 SDV 개발 역량과 엔비디아의 AI 컴퓨팅 기술을 결합해 차세대 자율주행 솔루션 공동개발에 착수한다. 우선 엔비디아의 레벨2 이상 자율주행 기술을 일부 차종에 적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레벨4 로보택시까지 협력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자율주행 기능 자체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차량 컴퓨팅 구조의 재편에 가깝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NVIDIA DRIVE HYPERION)'을 도입해 레벨2부터 레벨4까지 확장 가능한 통합 아키텍처(설계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열린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하이페리온은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센서 △카메라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핵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구성을 통합한 표준 설계 구조다. 자동차 제조사가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준점 역할을 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이 축적해온 차량 엔지니어링 경험이 여기에 결합되면 SDV 아키텍처를 보다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반복되는 하드웨어 구성 검증과 소프트웨어 최적화 과정도 단축할 수 있다.
완성차업체가 직접 구축한 플랫폼 위에서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방식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흐름이다.
AI 기반 데이터 활용 전략도 이번 협력의 중요한 축이다. 현대차그룹은 차량에서 생성되는 △영상 △언어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AI 학습과 성능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순환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차량 적용 이후 다시 데이터를 축적하고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구조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엔비디아의 컴퓨팅 기술은 이 과정에서 데이터 처리와 학습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차그룹이 확보한 차량 데이터를 단일 학습 파이프라인으로 통합하면 다양한 차량 환경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
실제 도로 환경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의 규모와 질이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데이터 처리 능력은 완성차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협력 범위는 장기적으로 로보택시 분야까지 확대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Motional)을 중심으로 레벨4 로보택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 확대는 이 프로젝트의 기술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차량 플랫폼과 AI 컴퓨팅 구조가 통합될 경우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학습과 검증 속도도 한층 빨라질 수 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자율주행 경쟁 구도 역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 기술만으로는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차량 제조 역량과 AI 컴퓨팅 플랫폼을 동시에 확보한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와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결정도 이런 산업 환경을 반영한 선택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 경쟁력이 센서나 차량 하드웨어보다 데이터 처리 능력과 AI 학습 속도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협력은 완성차업체의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흥수 현대차그룹 글로벌전략조직(GSO) 담당 부사장은 엔비디아와의 협력 확대에 대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엔비디아 자동차 부문 리시 달 부사장 역시 차량 엔지니어링 기술과 AI 컴퓨팅 역량을 결합해 자율주행 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을 덧붙였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완성차 기업과 반도체 기업의 협력은 점점 더 긴밀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 확대 역시 SDV 시대의 기술 생태계가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