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증시가 전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 영향권에 들어 총체적 난국을 겪은 2008년, 증권사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한때 코스피지수 1,000선이 무너지는 등 국내 증시가 급락해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관련 자산 가운데 160조원 이상이 허공으로 사라진 것으로 증권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8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직접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의 보유주식 시가총액이 101조 6,133억원이 주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상황은 필연적으로 금융시장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낳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년 들어 그간 낮은 이율로 외면받던 정기적금 등으로 증시 자금이 이탈현상을 보인 것은 이 방증으로 읽힌다. 이런 주식시장 부진은 브로커리지 수입, 펀드판매 수수료 등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아 온 증권사들의 시름을 더할 것이라는 풀이다.
◆ 연봉삭감에 감원 가능성 뒤숭숭
이렇게 주식시장이 고전한 한 해, 증권사들의 직원들은 실적 압박 등으로 인해 자살자가 나오는 등 힘든 상황을 겪었다. D증권, K증권의 모 직원은 약세장을 이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힘겨워 하다가 자살하는 등 증권사 직원들은 큰 심적 부담감 속에서 코스피 1,000선 붕괴 터널을 통과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정책 기대감이 겹친 연말 랠리를 타고는 있지만, “내년도 힘들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자구책이 강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임원들의 연봉 삭감 등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금융지주 결의에 따라 임원 연봉을 10% 깎았으며, 굿모닝신한증권도 CEO 연봉을 20% 줄이는 자구책을 내놓은 바 있다.
NH투자증권은 모기업인 농협의 대대적 수술과도 맞물려, 임원 연봉 10% 삭감을 자구책으로 내놨다.하나대투증권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200명 규모의 명예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아직 감원 바람은 본격화되지 않고 있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의 서울지점 직원 감원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국내 증권사들도 경우에 따라서는 내년 직원 감축 바람이 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가장 설득력있는 전망은 증권사들이 비정규직 직원들과의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 등으로 감축을 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 고객정보 모으기, 인수전 등 전면전 준비도 치열
하지만 이렇게 증권 업계 전반에 월동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고객 정보 축적과 인수합병 진행 등이 진행되고 있다. 몸집 불리기 등을 필연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회사들도 있는 만큼, 이 역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우선 NH투자증권은 농협 조직 개편이 본격화되면서 출자 한도 확대라는 호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농협 조정 상황에서 자회사간 합병 가능성 등도 점쳐지고 있으나, 이런 한편으로는 농협중앙회가 ‘자회사 출자한도 확대’를 추진한다는 다른 국면도 동시에 맞이하게 돼 한층 힘을 얻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농협중앙회가 금융업종에 대한 출자한도를 현행 자기자본의 15%로 묶어 두고 있는 족쇄를 풀고 다른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30%까지 두 배로 높이게 되면, 가장 먼저 중대형 증권사에 대한 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작년 말 기준으로 농협중앙회의 자기자본은 13조 5,000억원대. 출자한도를 늘리게 되면 4조원까지 출연 여력이 높아진다.
대우증권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민영화를 추진하게 되면서 독자생존 모색을 강하게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민영화에 대해 야당들과 여당 내 일부 정치인(예를 들어 고승덕 의원)들마저 반대의견을 내고 있으나, 한나라당이 워낙에 강하게 추진 중이라 내년 중 민영화 추진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대우증권은 산은 내 IB(투자은행) 파트와 각각 별개로 독립하거나, 합쳐져 독립하는 등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를 대비해 현재 대우증권은 선발주자인 동양종합금융증권 등을 따라잡는다는 목표로 대대적으로 적립식펀드와 CMA 계좌 판매를 독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발주자들을 따라잡고, 고객 정보 축적을 통한 또다른 상품판매 가능성을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라는 것이 회사 관계자 설명.
KB금융지주는 현재 유진투자증권 매수를 놓고 인수3파전에 뛰어들었다. 당초 KB지주는 “꼭 인수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인수 신청 마감까지도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트레이드 증권과 르네상스 PEF 등과 3파전을 치르는 것으로 뒤늦게 결론을 냈다. 이미 KB지주는 유진투자증권 매수에 대해 상당히 열의를 갖고 사전 조사를 진행한 바가 있어, 뒤늦은 인수전 참여는 결과와는 상관없이 증권업 확대에 대한 강한 바람을 방증한다는 해석이다. KB투자증권만으로는 자본시장통합법 등으로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셈이다.
이렇게 다각도로 생존을 위한 노력이 모색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자통법 국면이 열리면서 증권사들의 생존 노력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통법에 대한 기대감이 ‘반감’된 상황이기는 하지만, 내년 2월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권에서 가장 큰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것은 여전히 증권 부문이기 때문이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해 백안시하는 분위기가 당분간 가시지는 않겠지만, 활동범위를 넓히면 브로커리지 위주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통법 시대와 안정자산 선호 경향이 어떻게 흘러갈지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증권업종은 자본 시장 급변기를 겪으면서 다시 한 번 변화의 파도를 강하게 겪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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