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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 건조, 한미 '투트랙 전략'으로 추진해야"

부승찬 의원 '성공적 핵잠 건조' 세미나 개최…"한화 필리조선소 주목"

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5.12.05 11:17:49
[프라임경제] 핵추진 잠수함(이하 핵잠) 건조를 두고 여러 의견과 해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잠수함을 건조하는 '병행건조 투트랙 전략'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성공적인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한미 조선협력 추진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부 의원이 주최하고 △국방부 △산업통상부 △방위사업청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에는 산·학·연 전문가와 군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세미나에서 가장 부각된 것은 '투트랙 전략'이었다. 한미 양국의 안보와 산업적 관점에서 공동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 핵잠은 국내에서 건조하되, 미국이 원하는 잠수함은 미국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와 맞물리면서 더욱 힘을 얻는 모습이다. 미국은 지난 10월 한미 정상회담 후 한국의 핵잠 건조 계획을 승인하며, 필리조선소를 포함한 미국 내 조선소를 활용하는 방안을 거론한 바 있다.

최용선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전 국가안보실 방산담당관)은 이날 기조발제를 통해 미국이 현재 연간 약 1.2척 수준의 핵잠 건조 능력만 보유하고 있어, 2054년 목표인 66척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방명록 작성 후 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는 "필리조선소 활용을 통한 병행건조는 미국 핵잠 건조 속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한국은 예정된 핵잠을 적기에 확보하면서 건조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윈-윈' 구조다"고 강조했다.

또 핵잠의 작전 가용성을 높이기 위한 유지·보수·정비(MRO) 역량 강화도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지난 2023년 기준 핵잠 가운데 약 33%인 16척이 정비 중이거나 정비를 기다리는 유휴 상태로, 이는 미국 해군 조선소의 인력 부족과 시설 제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수석전문위원은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한화(000880) 필리조선소에 주목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잠수함 건조 능력이 검증된 조선사의 외주 생산도 가능하다고 봤다. 핵심 원자로 시스템·전투체계는 미국의 기존 핵잠 건조 조선소에서 담당하고, 필리조선소에서는 선체와 격실 블록 제작·조립과 같은 일반 선체 공정을 맡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미국 내 규제와 충돌하지 않고 단시간 내 협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마스가 투자금인 1500억달러를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내 필리조선소 등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를 통해 핵잠 건조 인프라를 확충하고, 여기서 극도로 민감한 기술인 원자로나 전투 체계 외에 선체 블록 등을 건조하게 하면 미국의 핵잠 건조 역량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다.

'성공적인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한미 조선협력 추진방안 세미나'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부승찬 의원실


최 수석전문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하며 필리조선소에서 건조를 거론한 것은 한국 핵잠을 미국에서 건조하라는 뜻보다 한미 조선 협력을 토대로 미국의 핵잠 건조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우리가 먼저 마스가의 새로운 방향으로 미군 핵잠 건조에 대한 양국 협력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사청 한국형잠수함사업단 출신인 류성곤 에스앤에스이앤지 상무 역시 "국내 업체가 인수한 미국 조선소 또는 국내 조선소에서 미국 핵잠을 포함한 미국 함정 건조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스가 프로젝트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자력 전문가들은 필리조선소를 활용한 한미 병행건조가 한국형 핵잠 기술의 자립을 앞당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동 건조 과정에서 한국 전문가들이 설계·생산·시험·정비 등 전 단계에 투입되면서 핵심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저농축 우라늄 연료 등 한국형 모듈 개발 참여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핵잠 기술·핵연료 자립화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원종대 국방부 자원관리실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핵잠 건조는 원자력·소재 등 우리 핵심 산업의 기술 발전을 견인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다"라며 "우리 정부는 세계적 수준의 잠수함 건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핵잠 건조를 위한 여건을 단계적으로 마련해 왔다"고 자체 개발 역량을 강조했다.

부승찬 의원은 "핵잠 확보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우리나라 조선산업과 지역경제의 성장이라는 방향성도 중요하다"며 "국내 건조냐 해외 건조냐 하는 이분법적 틀에서 탈피해 가장 합리적인 건조 방안을 찾아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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