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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센터 교육비 문제②] '오락가락' 제각각인 교육비 기준

최저임금 미지급 다수…"원청·BPO·교육생 모두 이익 되는 기준 다시 세워야"

김우람 기자 | kwr@newsprime.co.kr | 2025.11.27 16:49:09
[프라임경제] #. 솔직히 교육비 3~4만원 주고, 탈락하면 그마저도 안 주잖아요. 이런 관행 없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다른 데 어딜 가도 교육은 최저시급 기준으로 계산해 주는데, 왜 기본적인 대우도 안 해주면서 일을 잘하길 바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 하루 교육비 7만원이면 많은 편인 거죠? 주변 보면 5만원인 곳이 제일 많은 것 같고, 4만원인 곳도 종종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7만원이면 좋은 거라고들 하는데…교육비가 높을수록 그만큼 일 난이도도 빡센 건 아닐지 걱정돼요. 이번에 컨택센터 처음이라 더 긴장돼요.

컨택센터 교육생에게 지급할 교육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 챗GPT 생성 이미지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질문 글이다. 컨택센터 교육생들은 이처럼 얼마가 적정한 교육비인지조차 감을 잡지 못한 채 "3만원은 적은 건가, 7만원이면 많은 건가"를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다. 핵심은 이 교육이 하루 8시간 기준으로 봤을 때, 법정 최저임금에 얼마만큼 근접해 있느냐에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0원이다. 하루 8시간을 온전히 교육에 쓰면 8만240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오가는 교육비는 '3만·4만·5만·7만'처럼 들쭉날쭉하다. 같은 8시간을 쓰더라도 누구는 최저임금의 절반도 안 되는 3만~7만원을 받는다. 법이 정한 최소 기준보다 훨씬 낮은 구간에서 업계 관행과 눈치로 교육비가 정해지는 셈이다.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금액은 하루 3만~5만원 수준이다. 명목상으로는 "채용 전형에 참여한 수고를 일정 부분 보상한다"는 취지지만, 실제 교육 과정은 8시간 가까이 실습이 반복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하루 8시간을 쓰고 3만~5만원만 받는 구조가 적정한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일부 금융권·대형 센터 등에서는 교육 단계부터 최저임금 수준을 맞추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반면 여전히 상당수 현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를 두고 한 BPO 업계 관계자는 "교육비 현실화를 두고 여러 차례 원청사에 건의를 해도 돌아오는 답은 대부분 '알겠다, 알고는 있다. 그런데 일단은 지켜보자'는 식"이라며 "대법원 판결이나 고용노동부의 명확한 행정해석이 나오기 전까지는 먼저 기준을 올리려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원청 입장에서도 예산을 따오려면 '왜 우리가 업계에서 먼저 해야 하느냐'는 내부 질문에 답할 논리가 필요하다 보니, 결국 사회적 분위기와 행정해석만 바라보게 된다"며 "특히 중위권 이하 고객사들은 대형 은행이나 대기업이 먼저 움직여 주기를 기다리면서, 사실상 '문제가 되면 그때부터 맞추겠다'는 태도에 머물러 있다"고 전했다.

한 원청사 관계자는 "교육비를 최소한으로 맞추고 빨리 투입하는 방식이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줄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민원 증가나 상담 품질 저하, 반복 채용·재교육 비용까지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부에 있다"며 "다만 업계 전체 기준이나 정부 해석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 기업이 먼저 나서기는 부담이 큰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많은 컨택센터에서 교육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도급 구조와도 맞물려 있다. 대체로 원청사는 컨택센터 운영을 BPO(아웃소싱) 기업에 맡긴다. 계약상 '교육비' 항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규모다. 도급 단가 안에서 교육비로 배정되는 몫이 크지 않다. 

현장에서는 하루 8만240원을 맞추기는커녕 최소한 3만~5만원 선에서 일괄적으로 책정하는 관행이 굳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화되지 않은 교육비가 숫자만 남은 채, 실제 교육 현장에서 쓰기엔 턱없이 부족한 구조다.

BPO 입장에서도 도급비 한계 안에서 인건비·시설비 등을 모두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비를 과감하게 올리기 쉽지 않다. 교육생 입장에서는 8시간을 투자하고도 3만~5만원에 그치는 상황이 반복되고, 원청은 "도급사 재량"이라는 말로 거리를 둔 채 구조 개선 논의는 뒤로 밀리기 쉽다.

'주 15시간' 피하려는 설계…사기 저하로 돌아온다

교육 시간 설계에는 주휴수당·4대 보험 부담을 피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주 15시간을 넘기면 주휴수당 지급 의무가 발생하고, 일정 기준을 넘으면 4대 보험 가입도 본격적으로 따라붙는다. 현장에서는 이 기준을 넘지 않도록 교육일수를 나누거나, 하루 교육 시간을 줄여 배치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주 15시간 미만이니 법 기준에는 맞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생 입장에서는 특정 기간 동안 사실상 다른 일을 병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간을 빼앗기는데도, 주휴수당은커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보상을 받는 상황이 벌어진다.

컨택센터 업계 관계자는 "주휴수당과 4대 보험 부담을 아끼려고 교육 시간을 쪼개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교육생 사기 저하와 이직 증가로 되돌아오는 선택"이라며 "정작 현장에서는 채용·교육·이탈이 계속 반복되고, 품질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컨택센터 교육생들은 2000년 노동부 행정해석 이후 근로자성을 넓게 인정받지 못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그 단단하던 해석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 프라임경제



"빨리 투입하면 된다"보다…한 번에 제대로 교육하고 정당하게 지급해야

이같은 구조가 20년 넘게 유지된 배경에는 책임을 서로 떠넘겨온 힘의 관계가 놓여 있다. 원청은 "교육은 도급사의 재량"이라고 선을 긋고, BPO는 재계약과 물량을 의식해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는 답을 반복한다. 

교육비가 부족해도, 교육생 신분이 모호해도 어느 한쪽도 정면에서 기준을 다시 세우려 하지 않는 사이 그 부담은 상담사 개인에게 전가됐다.

이렇듯 갈등이 이어지는 것은 노동의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통합된 행정해석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상위 기관인 노동부에서 근로자성 판단과 교육비 기준에 대한 통일된 해석이 제시돼야, 20년 넘게 이어져온 상담사의 지위 논란과 교육비 논쟁 역시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일단 빨리 들어가서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을 반복하기보다, 처음부터 한 번에 줄 건 주고 충분히 교육하는게 △원청사 △BPO △교육생에도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컨택센터 업계 관계자들도 "지금처럼 '3만원은 싼가, 7만원은 비싼가' 감으로 따질 일이 아니라,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교육비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원청과 BPO, 정부가 함께 규칙을 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컨택센터 교육비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최저임금 아래 머무르는 한, 교육생의 시간과 노력 역시 제값을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남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제대로 된 교육비 측정과 최소 기준을 세우는 일은 결국 원청·BPO·교육생 모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 뒤로 미루기 어려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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