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 컨택센터 현장은 입사 전부터 교육을 시행한다. 이 과정에서 교육생, 채용 내정, 시용, 수습이 한 범부로 묶여 쓰인다. 기업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집체 교육을 시작한다. 명목상으로는 '교육·평가 단계'다. 실제 현장에서는 고객 정보를 다루는 실습과 콜 처리 지원이 병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20년간 이어진 컨택센터 '교육생'의 근로자성·시용 관련 시기별 연표. ⓒ 프라임경제
24년 만에 컨택센터 예비 상담사들의 근로자성이 공식 인정됐다.
지난해와 올해 지방 노동청과 노동위원회가 컨택센터 교육생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정을 잇달아 내리면서, 그동안 관행처럼 굳었던 '교육·수습 기간 임금 미지급'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채용 과정에서 이뤄지는 집체 교육을 어디까지 근로로 볼 것인지, 어디까지를 채용 전형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다시 도마에 오른 셈이다.
이번 기획은 "정당한 노동에는 정당한 대가가 따른다"는 상식이 왜 컨택센터에서는 오랫동안 통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20년 넘게 교육비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돼 왔는지 짚어본다. 변화의 신호는 생겼지만, 제도와 현장은 여전히 엇박자를 내고 있다.
컨택센터 교육생 근로자성 논란의 출발점은 2000년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이다. 당시 노동부는 공채 합격자가 회사에서 받는 교육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면서 두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는 교육의 성격이다. 실제 업무 수행을 위한 직무교육인지, 아니면 향후 채용 여부를 가늠하는 '적격성 평가용 교육'인지가 기준이 됐다. 둘째는 교육 불참에 따른 제재 여부다. 교육에 빠졌을 때 임금 삭감이나 징계 등 제재가 있으면 사용종속관계가 있다고 보고, 그렇지 않으면 근로로 보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해석이 현장에 내려가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단순해졌다는 점이다. 컨택센터에서는 교육 과정에 채용 평가와 직무교육이 섞여 있음에도, 기업들은 이를 근거로 "채용 전형 중 교육생은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거의 기계적으로 적용해 왔다.
그 결과 상당수 교육생은 실무를 직접 다루거나, 지각·결석 시 불이익을 받는 등 실질적인 근로 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무급'이거나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교육비만 받아왔다.
반면 버스 견습기사, 제조업, 항공 승무원·조종사 등 다른 업종에서는 '교육·수습 기간 임금 미지급' 문제를 놓고 소송과 판례가 축적되면서 교육생 처우가 일정 부분 개선됐다. 같은 쟁점임에도 컨택센터 교육생은 2000년대 초부터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외주·도급 구조에 가려져 제대로 된 정책 의제로 부각되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머물렀다.
혼선을 키운 또 하나의 축은 시용과 수습 개념이다. 노무 전문가들은 시용을 "업무 능력뿐 아니라 태도, 조직 적응, 동료 관계, 근태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장치"로 본다. 필요하면 경력직에게도 적용해 일정 기간 실제 업무를 시켜 본 뒤 정식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반면 수습은 정식 채용을 전제로 일정 기간 업무를 익히는 과정에 가깝다. 특히 단순 노무 직종에서는 짧은 기간만 봐도 업무 습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기간을 이유로 최저임금 이하 지급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노동·법률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하지만 콜센터 현장에서는 이런 구분이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교육생을 비롯한 △채용 내정자 △시용 △수습이 한 범주로 묶여 쓰인다. 기업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집체 교육을 시작한다. 명목상으로는 "교육·평가 단계"다. 실제로는 고객 정보를 다루는 실습과 콜 처리 지원이 병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해고 부담을 줄이면서도 교육생을 사실상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반대로 교육생은 노동자의 책임만 지고 권리는 보장받지 못한다. 교육기간 동안 받는 '교육비'는 정규 인력 임금의 일부에 불과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언제든 탈락할 수 있다는 불안정성까지 감수해야 한다.

시용, 수습, 채용내정의 구분. ⓒ 프라임경제
컨택센터 교육비 문제는 단순히 "교육비를 얼마나 주느냐" 수준의 논쟁이 아니다. 교육생을 어떤 지위의 노동자로 인정할 것인지, 고객센터를 단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닌 사회적 필수 인프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