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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받는 전화" 컨택센터 구축, 이제는 SaaS 전쟁

AI·클라우드 도입 가속…기업들은 '운영 전략' 중심 CCaaS 재설계 나서

김우람 기자 | kwr@newsprime.co.kr | 2025.11.25 09:27:01
[프라임경제] 컨택센터 구축 시장이 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고객 접점이 강화되면서 기존 운영 방식이 직면한 인력난, 이직률, 운영 시간 등의 문제를 더는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I 상담봇·상담사가 함께 근무하는 컨택센터 ⓒ 프라임경제


25일 컨택센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은 △AI 상담봇 △자동 녹취 분석 △감정 인식△실시간 요약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한 클라우드 기반 CCaaS(Contact Center as a Service)를 중심으로 상담 시스템을 전환하고 있다.

컨택센터는 이제 전화 응대 조직이 아니다. 고객경험(CX) 전반을 관리하는 전략 조직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기업들은 컨택센터를 통해 고객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 이를 △마케팅 △상품 기획 △서비스 개선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AWS Amazon Connect, NICE CXone, Genesys Cloud 등이 대표 CCaaS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KT(030200)·SK텔레콤(017670)·브리지텍(064480)·ECS텔레콤(060710)·네이버(017670) 등 다수 사업자가 경쟁에 뛰어들어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AI 기반 자동화는 운영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단순 문의는 챗봇·음성봇이 처리하고, 복잡한 상담만 사람이 대응하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상담 인력 배치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자동 요약과 CRM 자동 연동 기능은 업무 시간을 줄이고 데이터 활용도를 높였다. 금융·유통·이커머스 업계에서는 24시간 응대 부담을 덜어주는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이처럼 시장이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사용기업과 BPO 기업이 시스템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비용보다 '프로세스 단순화' 원가 줄이는 기술이 핵심

기업들이 최근 주목하는 첫 번째 기준은 가격이 아니라 '업무 흐름을 얼마나 단순화 해주는가'다. 상담 한 건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클릭 수, 화면 전환 횟수, 자료 검색 시간을 얼마나 줄여주느냐가 실제 운영 원가를 좌우한다. 콜·채팅·이메일·메신저를 하나의 UI로 통합하고, 상담 종료 후 후처리 메모를 자동 생성해주는 기능은 이제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담사 소진(burnout)과 높은 이직률은 업계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이에 따라 상담 화면 구성, 실시간 가이드, 지식 추천, 감정 분석 기반 휴식 알림 등 상담사 경험을 높이는 기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사람이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가"가 도입 평가의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

데이터·보안·거버넌스…AI 시대 기본 중 기본

AI 기반 시스템 확산으로 고객 데이터 관리 강도가 높아졌다.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잇따르면서, 보안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또 저장의 위치가 국내·국외인지도 중요해졌다. 탈퇴 시 안전하게 데이터 이관이 가능한지도 CCaaS 도입의 핵심 안전장치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보안·사기 위험이 CCaaS 성장의 주요 제약 요인으로 지목될 만큼 데이터 거버넌스는 기업 평가 기준이 됐다.

락인(lock-in) 최소화…멀티벤더·오픈 아키텍처 요구 커져

SaaS는 편리하지만 특정 벤더의 기능 체계나 요금 구조에 과도하게 묶이는 '락인' 문제가 뒤따른다. 이를 피하기 위해 최근 사용기업은 API 기반 오픈 아키텍처, 모듈형 도입(예: WFM·QM만 우선 교체), 멀티벤더 연동 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한다. 일부 구축 업체는 기본 플랫폼 위에 오픈소스·서드파티 AI 모듈을 얹는 '레이어드 구조'를 제시하며 락인 우려를 낮추고 있다.

시스템사–BPO 연계 모델 강화…"누가 함께 들어오느냐"가 관건

지난해 프라임경제 기업연구소가 발간한 2025컨택센터 산업총람 분석에 따르면 시스템기업과 BPO기업의 협력 모델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BPO기업은 현장 운영 데이터를 제공하고, 시스템사는 이를 기반으로 고객사 맞춤형 패키지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단순 구축을 넘어 운영·교육·컨설팅이 통합된 형태가 증가하면서 "해당 솔루션이 어떤 BPO와 함께 움직이는가"가 도입 평가의 중요한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상담사 역할 줄지 않는다…'AI 협업' 컨택센터 새 표준

AI 도입 이후 상담사 역할은 축소가 아니라 재정의되고 있다. 반복 업무는 AI가 담당하고, 상담사는 고난도 이슈 해결·정서적 공감·해지 방어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상담사 교육도 스크립트 중심에서 고객 전략·상황 대응 중심으로 전환 중이다.



9조8000억대 시장…CCaaS 전환 이미 대세

프라임경제 기업연구소가 발간한 '2025 컨택센터 산업총람'에 따르면 국내 컨택센터 전체 시장 규모는 9조8811억원, 종사자는 약 19만4000명에 달한다. 구축 부문만 해도 약 3조원대 규모를 형성하며 전체 산업 재편의 중심에 서 있다. 기업들은 더 이상 '장비 구축'이 아니라 '운영 전략' 중심으로 기술을 도입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컨택센터는 더 이상 민원 대응 창구가 아니라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를 설계하는 전략 조직"이라며 "AI 도입은 인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상담사가 단순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운영 재설계의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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