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이 모태펀드 예산을 '분할 편성(단계적 출자)'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국회 논의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스타트업 투자 기반을 약화시키고 '투자 절벽'을 키울 수 있는 결정이라는 이유에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국회의 모태펀드 분할 편성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 코리아스타트업포럼
21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중심으로 "벤처펀드는 4년에 걸쳐 투자되는데, 1년차에 예산 전액을 잡는 현 구조는 비효율적"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모태펀드 예산을 해마다 나눠 편성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코스포는 이런 접근이 시장 구조와 투자 관행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산 체계를 단기간에 바꿀 경우 스타트업 현장에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모태펀드는 최근 5년간 결성된 37조원 규모 벤처투자조합 가운데 15조원을 출자했다. 조합 출자 비중으로 약 40%에 이르는 핵심 정책 인프라다. 코스포는 "이런 기관의 예산 방식을 성급하게 조정하면 벤처투자 시장의 신뢰와 안정성이 함께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민간 자금 이탈이다. 민간 출자자(LP)는 모태펀드의 안정적인 참여를 전제로 펀드에 들어온다. 하지만 예산이 연차별로 달라지면, 중간에 모태펀드가 빠질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진다. 이 경우 민간 자금이 아예 출자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펀드 결성 실패로 이어지고, 성장 단계 스타트업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자금 집행 과정에서의 지급 불능 위험도 있다. 벤처펀드는 통상 시장 상황과 투자 수요에 따라 민간 LP에 자금 납입을 요청한다. 이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반면 예산이 분할 편성돼 있으면 이를 제때 뒷받침하지 못할 수 있다. 코스포는 "모태펀드가 조합에서 자연탈퇴 처리되고, 이미 넣은 자금도 절반밖에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 타이밍이 꼬이면 유망 스타트업의 성장 기회 역시 사라진다.
투자 자율성 제약도 문제다. 연차별 예산 한도는 사실상 모태펀드 출자 상한을 정하는 효과를 낸다.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은 필요 시점에 맞춰 출자금을 불러오는 수시납(capital call) 방식이 일반적이다.
코스포는 "분할 편성은 이런 글로벌 스탠다드와 어긋난다"며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국제 관행에서 벗어나면 우수 스타트업과 해외 자본 유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코스포는 이번 논의가 단순한 예산 효율성 조정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스타트업·벤처 생태계 성장의 전제를 바꾸는 문제라는 인식이다. 성명에서는 "모태펀드 분할 편성 전환은 그동안 쌓아온 '스타트업 육성' 정책 기조와도 충돌한다"며 "투자 기반이 흔들리면 혁신기업이 제때 자금을 구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질 위험에 놓인다"고 했다.
코스포는 스스로를 "지난 10여년간 창업가들의 성장을 지지해 온 생태계의 한 축"이라며 "혁신은 적시에 실행되고, 그 실행을 뒷받침하는 신뢰 구조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이 구조가 흔들리면 신산업 경쟁력은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국회와 정부에 모태펀드 예산 구조 변경의 신중한 재검토를 거듭 요구했다. 코스포는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이 마음껏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지키는 일이 곧 국가 경쟁력을 지키는 일"이라며 "현장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혁신 생태계 기반을 약화시키는 예산 실험을 멈춰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