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월 1000% 수익률 보장', '선착순 VIP 급등주 공개'. 유튜브와 SNS를 점령한 문구들이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나를 위한 대박 기회'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고금리·고물가 시대의 투자 수요를 노린 악랄한 함정이다. 자극적인 문구와 허위 수익 인증으로 악명이 높은 유사투자자문 서비스 업계의 실태는 심각하다. 이에 본지는 투자자를 유혹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파헤치기 위해 집중 취재를 진행했다.
최근 2년 동안 신고 하지 않은 불법 리딩방으로 발생한 피해액은 1조2901억원. 경찰청 특별 단속 기간에도 매달 500억원 이상이 사기로 증발했다. 단일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규모다.
불법 리딩방은 이제 단순 투자사기가 아니라 기술·심리·회복을 동시에 노리는 '다층형 사기 구조'로 진화했다. 개미 투자자의 판단과 감정, 마지막 희망까지 정교하게 노리는 구조다. 본지는 사기 조직이 사용하는 3대 대표 기만 수법을 집중 취재했다.
◆조작된 HTS…'가짜 수익'으로 개미를 속이는 기술 사기
문자를 통해 불법 리딩방을 접했다던 A씨. 하루만에 1000만원을 날렸다. "처음에는 200만원만 넣으라고 했죠. 그랬더니 입금 후 10분 이내에 15만원 수익률이 찍히는 걸 보고 놀라면서도 믿게 됐어요. 제가 믿는다는 것을 알듯이 1~2시간 후 '지금 들어가면 30% 확정 수익'이라며 1억원까지 유도했죠. 그래서 1000만원 정도를 더 넣었어요. 수익이 하루 만에 수천만원 늘어나더라구요. 그래서 빨리 출금을 눌렀는데, '본인 인증 오류'만 떴어요. 다음 날 사이트가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A씨는 하루만에 1000만원을 잃었다.
피해자 A씨 사례는 불법 리딩방이 기술적 기만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들은 모바일을 통해 계좌 수익률을 실시간 보여주며 신뢰를 던진다. 그런데 A씨가 본 '계좌 수익률'은 실제 증권사 제공 자료가 아니다. 리딩방이 접속을 유도한 사이트는 리딩방이 만든 가짜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였다.
실제와 완전히 똑같은 UI를 갖추고, 매수·매도 버튼을 누르면 즉시 '체결 완료'가 뜬다. 잔고·수익·차트 모두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조작된다.
불법 리딩방의 전형적인 수법은 초기 20~50만원씩 소액 수익을 계좌에 찍히도록 해 신뢰를 심는다. 하지만 화면상의 수익은 모두 전산 조작된 숫자다. 그러다 피해자가 고액을 넣기 시작한 순간 출금 오류가 반복되며 결국 사이트를 폐쇄한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최근 몇 년 동안 필리핀·캄보디아·라오스 등지에서 운영된 가짜 HTS 서버 기반 콜센터 사기 조직을 다수 적발했다. 인터폴과 아세안 경찰도 한국인을 타깃으로 한 '해외 투자 플랫폼' 사기 조직을 잇따라 적발했다.
기술 기반 사기가 이미 해외 조직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맨스 스캠 피해액 월별 추이. = 박진우 기자
◆로맨스 스캠…감정 이용해 투자 판단 마비시키는 심리 사기
"저를 '자기'라고 부르며 매일 안부를 묻던 사람이었습니다. 생일까지 챙기고 미래 얘기까지 했죠. 그러다 '비밀 투자처가 있다'며 1억5000만원을 넣으라고 했습니다. 그동안의 신뢰로 돈을 보냈죠. 그러자 바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피해자 B씨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상대에게 전 재산을 잃었다. 이른바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투자 사기)이다.
사기 조직은 SNS·메신저에서 미남·미녀의 사진을 도용해 접근한다. 이후 꾸준한 대화와 관심 표현으로 ‘연인 관계’를 만들고, 감정적 신뢰가 형성된 시점에 투자 결정을 유도한다.
"내부 정보를 아는 지인이 있다", "우리 미래를 위해 같이 투자하자" 이 말 한마디에 피해자는 평생을 생각한다는 생각에 진실하다고 믿게 된다. 이후 이들은 해외 코인·해외 주식 투자 사이트로 유도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 8개월간 로맨스 스캠 피해액만 1675억원.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신뢰 구축 → 투자 유도 → 자금 탈취'라는 구조는 불법 리딩방과 완전히 동일하다.
◆2차 가해…피해자 다시 노리는 '환급 사기'
불법 HTS·로맨스 스캠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한동안 정상적인 생각을 하기 어려워진다. 사기조직은 이런 점을 이용해 피해자를 다시 노리는 '2차 가해' 사기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손실액 전액 환급 가능", "수사기관과 연결해주겠다", "소송 비용만 내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들의 수법이다. 그리고 이들은 법률 비용·수임료·세금 명목으로 수백~수천만원을 추가로 뜯어간다. 절박한 피해자가 ‘회복 가능성’에 기대는 심리를 악용하는 방식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환급 사기·법률 대행 사기 등 '2차 기만'은 2024년부터 급증해 전체 온라인 금융사기 피해 중 약 13%를 차지한다. 사기 조직들이 대부분 해외 거점을 통해 자금을 빠르게 세탁해 회수도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2차 기만이 피해자 절망을 이용하는 만큼 피해 강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금융전문 A변호사는 "1차 피해보다 2차 피해가 정신적 충격이 훨씬 크다"며 "이는 피해자들에게 '다시는 세상의 어떤 말도 믿을 수 없다'는 깊은 상실감과 인간적인 존엄성 상실을 안긴다. 이는 단순한 재산 피해 이상의 고통"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리딩방 사기는 '기술 조작 → 심리 침투 → 회복 사기'로 이어지는 '3단계 연쇄 구조'로 진화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