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동성제약이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조건부 투자계약(스토킹 호스 딜)을 체결하고 회생 절차 속 '인가 전 M&A'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 역시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며 새로운 최대주주 체제로의 전환이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회사는 공개매각을 통해 최종 인수자를 확정한 뒤 경영 체질 개선과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1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동성제약은 지난 7일 유암코와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동성제약은 인가 전 M&A를 위한 공개입찰 절차에 돌입했으며, 인수의향서 접수 기한은 다음 달 5일, 입찰서류 접수 마감일은 같은 달 19일로 확정됐다.
동성제약은 앞서 안진회계법인을 M&A 주관사로 선정한 뒤 잠재 인수 희망자에게 인수 의향을 타진해 왔다. 그 과정에서 유암코가 참여 의사를 밝혔고, 스토킹 호스 방식의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공개입찰에서 유암코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후보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유암코가 동성제약을 인수하게 된다.
최종 인수자가 결정되면 법원은 관계인 집회를 열고 회생계획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다. 회생계획안에는 매각 대금을 변제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 등 회생담보권·회생채권에 대한 세부 변제 계획이 포함된다.
유암코의 구체적 인수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는 900억원대 이상 투입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동성제약이 내부적으로 산출한 청산가치가 약 850억원 수준인 만큼, 최소한 그 이상의 제안이 있어야 인수 경쟁이 성립된다는 분석이다.
동성제약은 9월 말 기준 총자산 1459억원 규모로, 이 중 733억원이 유형자산이며 약 550억원이 토지 자산으로 구성돼 상당 부분이 비유동 자산에 묶여 있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1억원에 불과해 유동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매출채권은 295억원이며, 그중 6개월 미만 연체 채권 비중이 72.5%로 비교적 회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채는 총 1053억원, 그중 871억원이 유동부채로 단기 상환 부담이 큰 편이다.
회사는 청산가치를 약 850억원으로 산정하고 있어, 인수자는 부채 조정 및 변제 조건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유암코는 인수 후 연구개발(R&D), 품질관리, 유통 등 핵심 부문을 재정비하는 PMI(Post-Merger Integration)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내부 구조조정 전문가와 산업 전문 인력이 협력해 단기 유동성 지원뿐 아니라 브랜드 신뢰 회복과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행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암코는 이번 동성제약 투자 역시 과거의 회생 성공 사례처럼 "기업의 존속과 사회적 가치가 함께 실현되는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암코는 2018년 STX엔진을 인수해 방산엔진 사업의 재무구조를 안정시키고, 경영 효율화를 통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유암코 체제로 전환될 경우 전문경영인 중심의 새로운 지배구조가 마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유암코는 국내 8개 은행이 주주로 있는 특수한 구조여서, 상황에 따라 기존 관리인 체제가 유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나원균 전 동성제약 대표의 복귀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성제약 관계자는 "내부 합의 내용은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며 "법원 판단도 필요한 만큼 현재는 기업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존 최대주주인 브랜드리팩터링은 신주 발행 방식의 인가 전 M&A에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지난 10월 이해관계자 설명회에서도 "인가 전 M&A가 강행되면 기존 주주가치 훼손과 채권자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유암코가 최종 인수자로 확정될 경우 브랜드리팩터링의 지분 희석은 불가피해, 회사 측이 구상하던 경영 계획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동성제약은 인가 전 M&A를 통해 경영권 분쟁을 완전히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말 브랜드리팩터링 측이 나 전 대표 등 현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대법원이 재항고 기각하면서 분쟁 종식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동성제약은 "인가 전 M&A 절차를 차질 없이 마무리해 거래 재개와 회생계획 인가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채권자·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