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안내문.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 "집을 내놓고도 누가 들어올지 하나도 모르니 불안합니다. 생활 패턴이 너무 지저분하진 않을지, 반려동물 문제는 없는지, 월세는 제때 낼 수 있는지 제가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잖아요. 이제는 임차인도 면접을 보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세 매물 감소로 임대인 우위가 뚜렷해진 최근 시장 분위기 속에서, 임대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내용의 '임차인 면접제' 도입 청원이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와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악성 임차인 피해 방지를 위한 임차인 면접제 도입' 청원이 최근 올라와 동의를 모으는 중이다. 현재 이미 1000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만약 5만명을 넘기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정식 심사에 들어가게 된다.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어들며 임대인 우위 현상이 뚜렷해진 가운데, 그동안 강화된 임차인 보호 정책에 대한 임대인의 불만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대차 시장의 힘의 균형이 변하면서 임대인들의 '역차별' 문제 제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실제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해 같은 시점 대비 약 19% 감소하며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청원인은 현재의 임대차 시스템에서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전과 여부나 신용 상태조차 확인할 길이 없어 위험 부담을 오롯이 떠안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1차 서류 심사에서 신용정보조회서, 범죄경력회보서, 소득금액증명원, 세금완납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요구해 기본 정보를 먼저 검증하고, 이후 면접을 통해 납부 의지와 생활 태도를 평가해야 한다는 골자다. 나아가 일정 기간 '임차인 인턴 과정'을 둬 연체나 주택 훼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뒤 최종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정부·시장 모두 정보 비대칭 해소에 무게…불안정 맞물린 임대차 시장, 향후 전망은
정부 역시 임대인과 임차인의 정보 비대칭 해소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연계해 임차인이 임대인의 보증가입 여부나 대위변제 이력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임대인 정보조회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임대인의 신용도와 보유 주택 수 등 위험 요인을 분석해 임차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국회에는 임대차 계약 기간을 현행 최대 4년에서 9년으로 연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까지 발의돼 임대인들의 반발 심리는 더욱 자극되는 모습이다.
금리 상승과 역전세, 보증금 사고 등으로 불안정성이 커진 임대차 시장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악성 임차인 피해 사례'가 확산되며 임차인 검증 필요성에 대한 여론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임차인 면접제가 실제로 제도화될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임차인 보호 기조가 이어지는 한 임대인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월세 비중 증가로 임차인 심사 요구가 고액 월세 시장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계속 높아지면서 임대인들이 임차인을 더 꼼꼼히 검증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질 것"이라며 "특히 고액 월세 거래를 중심으로 이러한 심사 절차가 시장 관행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