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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제국 '다음' 성장동력 잠식 시작?

[다음에 드리운 낙조] <상> 메일사업도 네이버에 추월당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12.04 16:18:45

[프라임경제] 종합포털사이트 다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기업이나 어려운 시대지만 미디어업계에서 14년을 버텨온 원조 기업으로서는 현재의 고전이 달가울 리만은 없는 상태다. 특히 다음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그간 영업 전선을 너무 넓게 펼쳐 온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정권과 껄끄러운 다음, 저작권문제에 취약 ‘괜히 가시방석’

최근 검찰은 주요 포털의 저작권법 위반 사례 강력대응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4일 업계와 검찰 등을 종합하면, 현재 검찰이 칼끝을 주로 겨누고 있는 곳은 네이버와 다음. 이에 따라 석종훈 다음 대표는 조만간 서초동 청사에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검찰의 공세가 네이버와 함께 이뤄지고는 있지만, 이번 조사에 대한 업계 우려는 네이버보다는 다음쪽을 향하고 있다. 우선 이번 조사 방침에 대해 두 업체가 오십보 백보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업계 인사들이나 호사가들은 이번 조사 임박에 대해 지난 번 ‘아프리카’ 사이트 대표 구속을 오버랩시키는 경향이 없지 않다.

아프리카는 동영상 실시간 공급업체. 실시간 방송을 유행시킨 공로가 있으나, 저작권위반 시비가 그에 따라붙어왔다. 이런 해묵은 문제로 새삼 이 업체의 대표가 구속된 시점이 하필 아프리카를 통해 반정부 시위인 ‘촛불집회’가 대대적으로 온라인 세상에 전해진 무렵이었기 때문에 일종의 ‘괘씸죄’가 덧붙여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난무한 바 있다.

그런 터에 이번 네이버와 다음에 대한 수사 방침에 대해 주로 타격을 받을 곳은 정부에 비판적인 공간인 ‘다음 아고라’를 펼쳐놓은 다음이 아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검찰이 근거없이 혹은 비례성을 훼손해가면서까지 다음을 노린다는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다음이 저작권 문제에서 취약성을 면하기 어려운 구조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그간 구축돼 온 인터넷 시스템에서 수많은 게시물을 관리하는 기본 골격은 비단 네이버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후발 업체로서 저작권법이 우리 나라 온라인 세상에 이식돼 온 걸음을 함께 딛고 성장해 온 네이버보다는 다음이 14년간 펴온 영역이 더 넓고 복잡하다. 우선 네이버가 메일과 블로그, 뉴스공급 채널 등으로 서비스의 묶음다발이 비교적 계열화된 데 비해, 다음은 메일에서 출발, 카페라는 소통 공간을 통해 성장해 왔고, 이후 싸이월드를 흉내낸 플래닛 시스템, 네이버 블로그 열풍에 맞불을 지르는 다음 블로그 시스템, 이후 인수된 블로그 시스템인 티스토리 등 구절양장과도 같은 사업전선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상에 저작권 위반 여지를 단속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동안 다음을 비롯한 포털들은 관리상의 어려움을 들어 저작권법 위반 게시물에 대한 책임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새 입법 움직임은 포털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플래닛 새로운 골칫거리 될 소지 ‘다분’

이런 터에 다음이 스스로 스크린할 부분은 너무 많다. 사정당국이 작심하고 수사하면 ‘걸면 걸릴 수 밖에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농담도 있을 정도다.

   
  <한때 존망론까지 나왔던 플래닛이 새 활기를 찾고 있다. 그러나 이런 회춘이 오히려 다음에는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과거부터 다음이 주력으로 내세워온 카페 등의 게시물. 더욱이 최근에는 사실상 방치되다가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층이 새로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진 플래닛이 저작권 시비의 주분쟁지역이 될 가능성이 상승하고 있다. 싸이월드 아류작인 플래닛은 이미 시작 초기부터 각종 불안정 문제와 음원 이용 등에 어려움이 크다는 이유로 이후 개편에도 불구, 외면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활성화를 통해 늦게 핀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현재 플래닛의 인기게시물들이 주로 화려한 플래시물들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2월 현재 플래닛의 스크랩 베스트 상위권 글들을 비롯, 인기 게시물들은 주로 좋은 글을 플래시 기능으로 소개하는 글들. 처음 인터넷을 배우는 경우 기술을 익히고 관심을 갖기 적당한 아이템으로 과거에는 카페 등을 통해 많이 유행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패턴은 이미 지난 저작권법 강화 직후부터 다른 포털들에서는 사그라들기 시작한 요소라는 것이다. 플래시물에 다른 사람의 글(주로 저명 작가나 무명씨)을 배경음악을 깔고 올리는 글들이 저작권 단속에 주타깃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이미 월드컵 무렵부터 자취를 크게 감추게 된 것과 달리, 플래닛에서는 지금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늦된’ 진화단계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플래닛 게시물들과 리플들은 과거 유행하던 플래시 과잉 등은 물론, 다른 사람의 저작물(글) 이용, 배경음악의 사용, 언론사 사진자료 무단이용 등에 치우치는 유형을 나타내고 있다. 이 경우 음원분쟁 등 저작권 시비가 본격화할 경우 적잖은 소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대해 파워블로거 egoing 님은 “이는 플래닛에 높은 연령대가 유입된 때문”으로 분석하고, 플래닛이 ‘어르신들을 위한 서비스’로 특화해 볼 것을 주문, 이글루스에서 높은 호응도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공간을 만드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과 지원이 필요한 반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들을 적절히 관리하는 문제가 당장 눈 앞에 불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플래닛(을 포함, 문제가 되는 카페 등)의 낡고 방치된 저작권법과 친하지 않은 게시물들을 대거 삭제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해당 서비스를 종료하는 방식이 있다. 실제로 싸이월드 같은 경우 페이퍼 서비스가 자사 이익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하에 종료하고 싸이 블로그로 통합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플래닛의 운영 방침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측 관계자는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향후 플래닛으로 인한 홍역을 치를 가능성에 대해 크게 과단성 있는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다가온 석 대표 소환 임박설에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메일 등에서 고전, 블로그 세상 장악에도 문제

이런 상황에서 다음은 네이버에 가장 강점으로 꼽혀온 메일 서비스마저 잠식당하는 소지가 엿보이고 있다.

비즈니스용 인맥구축 전문업체인 링크나우가 지난 9월 17일 공개한 자료는 메일 부문에서 다음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징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간 ‘메일 우표제’ 실시를 자신있게 검토할 정도로 메일에서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치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링크나우는 5만 명에 가까운 인원의 이메일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통해, 직장인들 사이의 메일사용 문제를 체크했다.

이 결과 직장인층에서 네이버 메일 사용자는 26.1%로, 다음의 24.2%를 앞질러 나갔다. 3위인 네이트는 11.8%를 차지했다. “(이 층에서) 네이버 메일 사용자가 다음의 메일 사용자를 능가한 것은 검색과 블로그, 초기페이지 설정 등에서 네이버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된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풀이했다.

다음의 메일시장 잠식은 결국 블로그, 시작페이지 설정, 검색 등에서 모두 밀린 결과물로, 하루 아침에 비롯된 것도 아니고 하루 아침에 좋아지기도 어렵다는 냉정한 평가인 셈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네이버를 있게 한 블로그 세상의 점유율을 높여 문제를 원론적으로 해결하는 정공법은 어떨까?

하지만 이러한 접근에 대해서도 관계업계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고개를 젓고 있다. 이미 블로그 시장이 성장 정체성에 들어간 상황이라, 기존에 터를 닦은 네이버의 아성을 깨기 어려우며, 다른 업체들(예컨대 엠파스, 이글루스 등)과의 블로그 분점 상황에서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풀이다.

인터넷웹사이트 분석평가기관 랭키닷컴은 지난 6월, “지난해에는 월평균 15% 방문자수 증가를 보여온 블로그계의 성장세가 최근 답보상태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는 이미 성장하는 시장에서 순위 역전을 노릴 기회가 적어졌다는 문제이며, 레드오션에서의 치열한 현상유지전으로 향후 블로그 시장 경쟁이 흘러갈 소지가 다분하다는 풀이와도 통한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다음측 블로그 시장에서의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다. 포털로서의 인지도나 역사에 비해서, 방문자수 등은 그에 따르지 못하는 정도인 것.

   
  <다음은 다음블로그와 티스토리 사용층간 교류나 시너지를 내는 문제에서 SK컴즈의 과감한 개편과 달리 소극적 병행으로 일관, 블로그 세상 장악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인수를 통해 흡수한 티스토리가 다음 블로그와 협력 공조 단계의 시너지를 내기 보다는 다음블로그 따로, 티스토리 따로 방식으로 가는 점도 블로그계에서 다음이 고전하는 양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다음측 관계자는 “다음 블로그와 티스토리 블로그는 사용층이 기본적으로 다르다”고 분석하고, “티스토리가 전문성이 좀 있는 블로거들이 사용하는 사이트라면, 다음 블로그는 이보다 일반적인 서비스”라고 설정, 다음측이 앞으로도 이들의 융합 효과를 내기보다는 따로 운영할 수 밖에 없는 이질적 구조임을 시사했다.

더욱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IP TV 등 차세대 동력원 확보에서는 다른 업체들에 패해 손을 떼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다음측은 거래소 공시를 통해, 지난 달 4일 IP TV 관련사를 계열사에서 제외한다고 밝혀 관련업계에의 진출에 실패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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