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이 4277억원에 달하며 적자로 돌아섰고, 부채는 165조원을 넘어섰다. 공공임대 확대와 직접 시행 중심의 주택공급 정책이 강화되면서 수익성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LH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6조8336억원이다. 전년 동기(9조5695억원) 대비 약 28%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5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LH가 불과 1년 만에 4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이같은 부진은 2023년부터 본격화됐다. 2022년까지만 해도 조 단위 흑자를 유지하던 LH는 2023년 매출 13조8840억원, 영업이익 437억원으로 급락했다. 2024년에도 매출 규모는 비슷했지만 순이익은 3400억원 수준에 그쳤다. 공공사업 비중이 커지며 이익 구조가 약화된 결과다.
문제는 정부 주도의 공공주택 정책이 LH 재무구조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임대와 매입임대 등 수익성이 낮은 주거복지 사업에 더해, 3기 신도시 조성,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미분양 주택 인수 등 각종 정책 과제까지 떠안았다.
이에 따라 자산 규모는 지난해보다 14조원 가량 늘어 239조4413억원에 달했지만, 수익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임대주택 운영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8957억원에 그쳤다. 반면 매출원가는 2조2150억원에 달해 1조3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부채 증가 속도도 심상치 않다. 2022년 146조6172억원이던 부채는 2023년 152조8473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165조2006억원을 돌파했다. 일부 분석에선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9년에는 부채가 26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 큰 부담은 정부가 LH에 단순한 택지 조성기관을 넘어 직접 주택을 공급하는 '시행 주체' 역할을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택지 내 분양주택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고, 임대 비중도 높아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LH의 재정구조가 구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접 시행으로 전환되면 수익은 줄고 업무 부담은 늘어 인력 충원과 행정비용이 불가피하다"며 "대규모 재정 지원이 병행되지 않으면 재무 악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