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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칼로리 욕망…'저속노화'로 진화한 저당 트렌드

단맛 줄이고 시간 늦추다…'슬로우에이징'이 바꾼 소비의 방향

이인영 기자 | liy@newsprime.co.kr | 2025.11.10 11:15:42
[프라임경제] 식품업계의 '저당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한때 다이어트나 체중관리용으로 인식됐던 저당·제로슈거 제품이 이제는 노화를 늦추고 세포 건강을 지키는 '저속노화(slow-aging)' 라이프스타일로 진화했다. '단것을 덜 먹는 게 아니라 오래 살기 위한 전략'이라는 인식이 소비 저변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로모니터와 닐슨IQ에 따르면 국내 제로슈거 제품군 매출은 최근 3년간 연평균 20% 이상 성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당류 저감 표시' 제품 비중도 2020년 3.1%에서 2025년 7% 안팎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은 탄산음료에서 커피·유제품·간편식·소스류로 빠르게 확장됐다. SNS에서는 'AGEs 저감(당화산물 감소)'을 언급하는 저속노화 키워드 노출량이 전년 대비 200% 이상 증가하며, 단순한 식습관을 넘어 건강수명 연장과 항노화 소비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

식품·음료업계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편 중이다. 

롯데칠성음료(005300)과 코카콜라는 제로음료 라인 경쟁을 강화했고, CJ제일제당(097950)도 최근 CJ올리브영과 손잡고 프로틴 전문 브랜드 '단백하니' 쉐이크 신제품을 선보였다. 풀무원(017810)과 대상(001680) 청정원도 저당 소스·장류를 잇달아 내놓았고, SPC삼립(005610)은 '로우슈거 디저트' 라인을 구축했다.

'오리온 마켓오네이처 오!그래놀라 저당 통보리' 제품 이미지. ⓒ 오리온


이밖에 오리온(271560)도 저당 트렌드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회사는 '닥터유 에너지바 저당'과 '마켓오네이처 오!그래놀라 저당 통보리'등 건강 간식 제품군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닥터유 에너지바 저당'은 지난 7월 출시 이후 3개월 만에 판매량 200만개를 돌파하며 운동 전후 간편 영양 간식으로 자리잡았다. 전체 중량의 절반을 견과류로 구성하고 당 함량을 2.4g(방울토마토 4알 수준)으로 낮춰 맛과 영양의 균형을 잡았다는 평가다.

마켓오네이처 오!그래놀라 저당 통보리 역시 누적 100만봉 이상 팔리며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국산쌀·통보리·귀리 등 9가지 원물을 뭉쳐 바삭한 식감을 살리고, 발효곡물당으로 자연스러운 단맛을 구현한 점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오리온은 이에 힘입어 오!그래놀라 브랜드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34% 이상 성장했으며, 공급량 확대에 나선다고 밝혔. 또한 닥터유PRO 단백질 드링크 5종도 고단백·저당 콘셉트로 운동인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뷰티·헬스 분야에서도 항당화(抗糖化)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콜라겐·글루타치온·폴리페놀 등 AGEs 프리 콘셉트의 원료를 내세운 화장품과 이너뷰티 제품이 '당화 방지=노화 지연' 메시지로 확산 중이다. 유통업계는 이 흐름을 큐레이션 전략으로 흡수하고 있다. 편의점의 '로우슈거존' 확대, 올리브영의 헬시푸드 MD 강화, 백화점 식품관의 저당 간편식·비건·단백질식품 섹션 확충이 대표적이다.

저당 트렌드는 2030 여성 중심을 넘어 중장년층과 남성층으로 확산됐다. 소비자는 칼로리보다 세포 나이를 신경 쓰고, 덜 먹는 것이 아니라 느리게 늙기 위한 선택으로 로우슈거 제품을 고른다. SNS에서도 #로우슈거 #저속노화 #슬로우에이징 #AGEfree 등 관련 해시태그가 빠르게 늘고 있다.

다만 '저당=건강'이라는 단순 프레임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감미료·대체성분의 안전성, 맛의 완성도, 소비 피로 등 산업적 숙제가 남아 있다. 업계는 스테비올배당체, 알룰로스 등 차세대 천연 감미료 기술과 '단맛–식감' 밸런스 혁신으로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저당 제품 열풍은 단순히 설탕을 줄이는 유행이 아니라 '어떻게 오래 건강하게 살 것인가'라는 사회적 질문에 대한 소비자적 해답"이라며 "진짜 저속노화가 되려면 마케팅을 넘어 과학적 근거와 식습관의 지속성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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